이달의 훈화
대림2주간 - 주님공현대축일
고재경 레오 신부. 광주대교구 공원묘원 담당 겸 교구 꾸르실료 담당사제
고재경 레오 신부는 1996년 1월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2000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광주 중재자이신 마리아 세나뚜스 담당사제를 거쳐 현재 교구공원묘원과 교구 꾸르실료 담당사제로 재임 중이다.
대림2주일(12월9-15일)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음은 레지오 활동의 뿌리이며 수단이다(교본 49페이지)
우리 삶 안에는 고르게 해야 할 길, 또 깎아서 낮추어야 할 산과 메워서 평지를 만들어야 할 골짜기가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들 안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과 교만한 마음들이 바로 산과 골짜기들입니다. 나의 이기심과 교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웃에게, 또 가족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습니까?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 1학년들은 한 방에 30명씩, 2학년은 6~8명씩, 3,4학년은 2명씩, 5학년과 부제반은 독방을 썼습니다. 여럿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자신의 모난 부분을 깨뜨려가고, 동시에 점차 혼자 살아가는 연습을 시키는 시스템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여럿이 같이 살 때 자신의 모난 부분을 깨뜨리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살게 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주고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모난 부분을 계속해서 깨뜨린 사람은 혼자 살게 되었을 때에 결코 혼자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깨어짐을 통해 참된 이웃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마음 속 생각이 교만한 자를 흩으시는 분이십니다. 모든 은총의 근원이신 주님의 강생도 성모님의 겸손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졌기에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겸손은 레지오 사도직 활동의 요람이며, 겸손하지 않고서는 효과 있는 레지오 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교본 50페이지).
레지오 단원은 마음속에 있는 교만과 이기심을 단호하게 물리치기 위하여 자신과의 싸움을 치러야 합니다. 이때 자신의 노력에만 의지한다면 실패를 거듭할 뿐입니다. 온전한 신뢰심으로 성모님께 의탁하십시오.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정신을 충실히 실천하면 가장 훌륭하고 단순하며 확실하게 겸손에 이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교본 52~53페이지). 아멘.
대림3주일(12월16-22일)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활동(교본 357페이지)
그리스도교 신앙에 회의를 품은 한 비누공장 사장이 대뜸 신부님께 물었습니다. “신부님! 그리스도교가 이루어 놓은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2천년 동안 사제들이 설교를 해왔는데도 아직도 악과 악인들, 가난과 가난한 이들이 판지고 있잖습니까?” 그러자 신부님은 그 때 마침 길가 웅덩이에서 놀고 있는 땟국이 질질 흐르는 꼬마를 가리키며 대답했습니다. “비누가 이루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군요. 더러움과 더러운 아이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비누공장 사장이 “비누란 것은 실제로 사용될 때에만 효과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에 신부님은 “그리스도교도 마찬가지이지요.”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군중과 세리와 군인들이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서 직업을 버린다거나 엄격하게 희생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삶의 터전에서 자선과 사랑을 베풀 라고 가르쳤습니다. 사랑의 나눔과 실천 가운데 주님께서 오신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서로 별개의 것입니다. 아는 것을 실천할 때 진정 힘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군사로서 모든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여러 번 서약했고,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일에 대해서 말해 왔습니다. 그러니 막상 이제 그런 사람들을 찾았는데 불평을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의 근거가 있든 없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할 수 없다면,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활동들을 통해서 그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알아 뵙고 흠숭하며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교본 358~361 페이지 참조). 아멘.
주님 성탄 대축일(12월23-29일)
어둠과 죽음의 그늘 밑에 있는 모든 이를 깨우치렵니다(마침기도 中)
“하느님의 말씀이신 분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셨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결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와 죽음이라는 어둠 속에 앉아있는 우리를 비추시기 위해 빛으로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 무한히 자비로우신 아버지라고 가르치셨고, 행하신 수많은 기적들 역시 하느님께서 죄인을 용서하시고 고치시고 살리신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와 죽음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던 우리들에게 죄의 용서와 영원한 생명이라는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주님의 성탄이 기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기쁨이 되어 주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들 역시 다른 이들에게 용서를 베풀고 영원한 생명에로 이들을 인도하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하느님께로부터 무한한 자비와 용서를 받고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용서하는 일에 너무나도 인색하기만 합니다.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도 활동 대상자를 내 입맛에 맞게 가려서 활동하기도 하고(교본 441페이지 참조), 자신과는 다른 의견을 내어놓는 다른 단원들이나 이웃들을 판단하고 쓸모없는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합니다(교본 448페이지 참조).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 어둠입니다.
우리는 레지오 주회 때마다 “어둠과 죽음의 그늘 밑에 있는 모든 이를 깨우치렵니다.”라고 기도를 바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가 바친 기도문대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어둠보다는 빛을 더 좋아해야 하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다른 이들을 주님께로 인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빛을 비춰주고 계십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성탄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내 안에 있는 어둠과 이 세상에 있는 어둠을 물리치는 데에 온 노력을 다 기울이도록 합시다. 아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2월30일-1월5일)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고 그리스도께 봉사한다(교본 443페이지)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민수 6,24). 새해 첫날 이 축복기도는 하느님이 모든 복의 근원이심을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에게 복을 내려주시고, 지켜주시고, 은혜와 평화를 베풀어주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셨음을 말해줍니다(갈라 4,7).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받은 최고의 축복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우리들이, 자격도 없는 우리들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자녀가 되고 상속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축복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자녀로서, 상속자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고 복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축복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축복으로 인하여 우리가 가지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기를, 나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전해지기를 원하십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이웃 안에서 우리 주님을 뵙고 합당한 봉사를 드려야 합니다(교본 444페이지). 내가 물질의 축복을 받았다면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십시오. 내가 용서의 축복을 받았다면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십시오.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이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새해 첫날인 오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축복에 감사드리며, 우리 역시 다른 이들에게 축복이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아멘.
주님 공현 대축일(1월6-12일)
알아봄, 기쁨 그리고 증거
구세주로서 당신 모습을 이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내신 주님을 찾아와 경배를 하는 동방박사들의 모습은 우리의 신앙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우선 신앙은 주님을 알아봄입니다. 하늘에 별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별을 보았지만, 동방에서 그 별을 보고 메시아의 탄생을 알아본 사람들만이 메시아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비록 그분이 초라하고 연약한 어린 아기의 모습이셨지만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알아봅니다. 우리는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주님을 알아보아야 합니다(교본 443페이지 참조).
두 번째로 신앙은 기쁨입니다. 긴 여행 끝에 마침내 자신들이 찾던 분을 만난 박사들은 그 기쁨의 표시로 왕으로 오신 예수님께 황금을, 대사제이신 예수님께 유향을, 자신의 몸과 피를 바쳐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께 몰약(시신에 바르는 약)을 선물로 바치게 됩니다. 우리 레지오 마리애 탄생의 배경에도 이 기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21년 9월 7일 레지오 마리애 첫 번째 회합 때 젊은이들은 기도 후에 마리아상으로 나타나 계신 성모님의 주관 아래,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레지오를 통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교본 25페이지).
마지막으로 신앙은 증거되어야 합니다. 동방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각자 자기나라로 갑니다.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들이 무엇을 했을까요? 안 봐도 뻔합니다. “나는 메시아를 만났습니다”하고 동네방네 전하고 다녔을 것입니다. 신앙은 증거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당신의 고귀한 성혈을 아낌없이 흘리셨으므로, 우리는 이를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찾아 나서는 일이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우리가 받은 사명입니다(교본 464페이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