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기나 한 것처럼, 부산의 어떤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태백산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데 누구에게 물어야 합니까?" 하는 요지였다.
등반을 하려 하는데,
국립지리원 5만지도를 보면 태백산맥 표시가 '공비 출몰하듯' 가닥이 없으니,
어디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하는 거였다.
그런 일은 태백산맥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호남지방에 들면 순창지도에 한 번, 정읍지도에 한 번 '노령산맥' 넉자가 보이고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노령산맥이 순창에서 하늘로 날아갔다는 말인가, 아니면 정읍에서 땅으로 꺼졌다는 뜻인가.
"태백산맥요? 그거 정확히 말해주실 분은 우리나라에 없을 겁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세요" 했다.
내가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것일까?
답은 앞 꼭지의 초등학교 문제에서 이미 나왔다.
야쓰쇼에이의 그림을 보면, 지질구조선들이 강물을 자르고 넘어다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바다도 건너기도 하는데, 이론에 의하면 그 선들은 중국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구조선 이론대로 하자면 강화도 마리산은 마식령산맥일 수 있고,
마음 좀 크게 쓰면 울릉도 성인봉은 백두산과 같은 화산대이므로 마천령산맥이 된다.
그러한 사실들은 사회교과서에서 배웠던 지식,
즉 산맥이란 산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는 줄기라는 정의를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다.
그나저나 초등학교 4학년 책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노령산맥이 슬그머니 금강물을 넘어가고 있기는 하다(자세히 보면 보인다!).
그뿐인가.
차령산맥은 남한강 건너 금강 하류를 끼고 돈 후 대천 뒤쪽으로 이어지고,
광주산맥은 북한강 상류를 서쪽으로 건너 북한산에 이른 후 다시 남쪽으로 한강을 건너 관악산, 광교산으로 이어진다.
산맥이 그 기본이론상 강을 피해 주행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난맥상은 땅속의 지질구조가 땅 위의 산들과 '대체로' 비슷할 뿐,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산맥의 주향은 그 생성기와 지각운동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지질구조의 축과 꼭 일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지지> 166쪽)
어떤 지질학자는 소백산맥의 속리산과 추풍령을 잇는 줄기에서 화강암이 나타나고 지질구조에도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문경새재까지를 소백산맥으로 한정하자고 주장한다.(<한국의 발견>)
소백산맥은 속리산과 추풍령 사이에서 산맥으로서는 이상하게 방향이 변하고 있어
민주지산과 지리산을 이어주는 그 남서부의 산줄기들은 덕유산맥이라 함이 좋을 것 같다.(<한국의 발견>)
위에서 보듯, 혼란은 학자들이 먼저 느끼고 있다.
예는 얼마든지 더 있다.
중국방향이라는 광주산맥을 숫제 남북방향으로 그려놓은 사람이 있고,
섬진강을 끼고앉은 지리산과 백운산의 갈등에 고민하다 지리산맥을 따로 독립하자는 의견을 낸 이도 있다.
호남땅에만 해도 그 외에 부흥산맥, 성수산맥 해서 우리나라에는 산맥이 많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