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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과 약사전 그리고 범종은 각각 보물 178·179·393호이며 불상과 탱화, 불구들과 법화경 목판 등 유물들이 그득한 곳이다.
대웅전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부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자 얘깃거리다. 절을 짓던 대목수가 정을 통한 주막 아낙이 도망을 가버리자 그 여인을 조각해 절집 지붕을 떠받치는 천년의 형벌을 주었다는 설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큰 절집을 짓는 대목수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진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방일에 대한 회한으로 스스로를 올려놓은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웅전을 돌아 나와 삼성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맑고 시원한 샘물이 기다린다. 물병을 가득 채우고 삼성각을 지나면 역대 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산 사고인 ‘장사각’이다. 실록 등 국가의 귀중한 사서는 소실 피해를 막기 위해 중앙과 지방에 분산해서 보관했는데 1660년(현종) 강화 정족산에 사고를 마련해 마니산 사고에 있던 전주본을 이곳에 비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본래의 정족산 사고는 주춧돌과 계단석만 남긴 채 없어지고 사고에 걸려 있던 ‘장사각’과 ‘선원보각’이라는 현판만 전등사에 보존되어 오다 1999년 복원되었다.
복원된 텅 빈 건물만 있지만 적송 숲에 둘러싸인 전등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염하와 초지대교가 펼쳐진 조망이 시원스럽다. 장사각 오른쪽으로 난 좁다란 산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정족산성 북문이다. 좁다란 문을 나가 정족산 자락을 내려가면 온수리 시내에 들어선다. 시골 소읍 분위기가 여실하지만 강화도에서 두 번째 가는 다운타운이어서 큰 마트가 3곳 있고 5일장이 선다.
이름대로라면 온천이 있을 법 하지만 관계가 없다. 온수리는 성공회 평신도회의 교세가 큰 곳이어서 김성수 주교를 배출한 곳이고 1906년에 지어진 성 안드레아 성공회 성당이 있다. 마을길과 농로를 따라 해랑대마을을 지나면 길정저수지에 닿는다. 여기서 길은 둑방과 저수지 기슭을 거쳐 곤릉으로 가는 길과 이규보 선생 묘를 들러 곤릉으로 가는 길로 갈라진다. 저수지를 따라가는 길이 2km 남짓 짧다.
곤릉과 석릉 그리고 3코스의 종착인 가릉까지 가는 길은 진강산 자락을 둘러가는 숲길이다. 석릉 주변에는 석관묘로 보이는 무덤 자리들이 널려 있어 강도 시절 귀족들의 공동묘지라고 추정이 된단다. 곤릉은 땅 곤(坤)자를 쓰는데 말 그대로 여성의 능이다.
최충헌에 의해 왕세자에서 쫓겨났다 다시 최충헌에 의해 왕위에 오른 비운의 왕인 22대 강종의 비이며 23대 고종의 모후인 원덕태후의 능이다. 최충헌이 희종을 폐하고 재위에 올린 강종의 재위 기간은 달랑 2년이다. 비운의 왕의 비였던 원덕태후의 인생도 그리 순탄치는 못했을 것이다. 무신정권의 위세와 폭압에 눌린 고려왕실의 비애가 소박하다 못해 왕릉답지 못한 작은 규모의 능묘 위에 오버랩된다.
석릉은 무신정권을 무너뜨리려 우두머리인 최충헌을 제거하려다 실패해 왕위에서 쫓겨난 21대 희종이 강화도 교동에 유배되었다 묻힌 곳이고, 24대 원종의 비인 순경태후가 묻힌 곳이 가릉이다. 곤릉과 석릉을 거쳐 진강산을 나오는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가릉보다 먼저 만나는 능이 있다. 봉분을 두른 석축으로 보아 귀족 이상의 고귀한 신분의 무덤이라고 추정되지만 밝힐 만한 근거가 없어 그저 능내리 석실분이라 부른다. 가릉은 봉분 아래 돌방을 들어내고 유리문을 달아서 안을 들여다보게 해놓아 석관묘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곤릉에서 나와 길정리마을을 지나 석릉을 거쳐 가릉까지 가는 길은 산길이기는 하지만 경사가 완만한 편이어서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갈 수 있다. 더불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길과 산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좋다. 그늘이 대부분이라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열기를 살짝 피해 갈 수 있는 길이다.
남한에 있는 총 5기의 고려 왕릉 중 고려산에 있는 고종의 능인 홍릉을 제외한 곤릉, 석릉, 가릉이 자리하고 고려의 대문장가인 백운 이규보 선생의 묘가 자리하고 있어서 나들길 3코스 ‘능묘가는 길’은 ‘고려인을 만나는 길’이라 해도 될 듯하다.
현지인이 전하는 걷기 정보
온수리 버스터미널 ~ 전등사 ~ 온수리 성공회성당 ~ 길정저수지 ~ 이규보 묘 ~ 곤릉 ~ 석릉 ~ 가릉 <16.2km, 5시간 30분 소요>
온수리 버스터미널 ~ 전등사 ~ 온수리 성공회성당 ~ 길정저수지 ~ 저수지 둑방길 ~길정리 ~ 곤릉 ~ 석릉 ~ 가릉
하나 3코스는 온수리를 지나면 중간에 음식점이나 가게가 없어서 미리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둘 이미 전등사를 가봤던 이들은 동문(전등사 입구) 앞에서 (동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음식점을 했던 집 뒤쪽으로 난 길로 가면 북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전등사를 들러 가는 시간과 관람료를 아낄 수 있다.
셋 온수리 버스터미널과 이규보 묘소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곤릉이 있는 길정리 마을의 권능교회와 3코스 완주 도장을 찍어주는 허브향기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넷 허브향기가 있는 탑재삼거리에서 온수리까지는 군내버스와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버스를 놓칠 경우 온수리 콜택시를 이용하면 요금 8,000원.
교통 신촌 출발 3100번 화도행 버스(소요시간 2시간ㆍ배차간격 1시간)를 타고 온수리에서 하차한다. 7호선 송정역에서 60-2번 버스(소요시간 1시간 10분ㆍ배차간격 20분)를 타고 온수리에서 하차한다.
고즈넉한 농촌 들판을 가로 질러 화남에게로
6코스 화남생가 가는 길(19km)
암울했던 1906년 강화군 불은면 두두미마을에 살던 구한말의 선비 화남 고재형은 환갑을 맞아 자신을 낳고 길러준 강화를 여행한다. 화남 고재형 선생은 말을 타거나 걸어서 강화도의 100여 개 마을과 산천을 돌아보았다. 여행을 마친 그는 강화의 아름다운 풍광과 강화가 낳은 의인, 지사들을 256수의 7언절구 시와 산문에 담아 <심도 기행>이라는 문집을 남겼다.
나들길 6코스는 화남이 살았고 <심도 기행>을 쓴 화남의 집과 묘소가 있는 두두미마을로 화남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강화 버스터미널 밖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버스가 나가는 출구 쪽으로 향하면 풍물시장으로 가는 길이다. 풍물시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양쪽으로 들판이 펼쳐진 동락천을 따라 가다 징검다리(동락천 수중보)를 건넌다.
농로를 지나 창리 불한증막 스파랜드가 있는 신돈산 숲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약수터가 반긴다. 마늘을 찧는 절구처럼 작지만 사시사철 물이 찰랑이는 예쁜 샘물이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산길을 오르면 토끼가 물을 먹으러 올 것만 같은 작은 자연 습지(연못)를 지난다. 이어 고려 시대에 쌓았다는 중성의 흔적을 볼 수 있는 토성을 밟으며 선원사지로 향한다.
신돈산 자락을 내려와 숲에서 나오면 확 트인 선원사 옛 터다. 발걸음이 툭 떨어지고 덩달아 마음도 시원스럽다. 시원스러우면서도 고즈넉한 이 맛에 옛 절터를 따로 찾기도 하는 것이리라. 바로 아래에 자리한 지금의 선원사에서는 8월이면 세계연꽃음식축제가 열려 연꽃도 보고 맛난 먹거리로 입도 즐겁다.
연밭을 지나면 남산대마을의 정월하 선생 댁으로 들어간다. 나들길을 걷는 이에게 잘 가꿔진 정원을 지나게 해준 품이 넓은 씀씀이에 감사하며 지난다. 정원은 연못과 석등이 있는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연리로 가라고 한다. 뭐가 급하겠는가 느적느적 놀면서 나들이 가는 길이 나들길인데….
연리 고개에서 야트막한 산자락에 들었다가는 길에는 삼동암천에 기댄 너른 들판이 가을 햇빛에 황금빛으로 여물어 가고 있다.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와 황금 들판에서는 누구라도 부자가 된 듯 마음이 넉넉해질 것이다. 들판을 지나면 두두미마을(불은면 두운리)이다.
마을 뒷산이 호랑이 머리, 꼬리를 닮았다는 두두미마을은 지금도 고씨와 구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고, 사시사철 꽃들이 피어나며, 아직 돌담이 있는 정겨운 마을이다. 4대 종부가 지키고 있는 화남 선생의 옛집은 수리를 해서 옛 모습은 없지만 <심도 기행>을 집필하던 방과 말 매던 향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두두미동(斗頭尾洞) -화남 고재형
斗頭我步帶春風 / 봄바람 맞으며 두두미를 걷노라니,
一府山川兩眼中 / 온 마을의 산과 내가 한눈에 들어오네.
明月錄楊諸具榻 / 밝은 달 푸른 버들 여러 구씨 탁상에서,
滿杯국味使人雄 / 잔 가득한 술맛이 힘을 내게 하는구나.
화남을 만나고 능내촌을 지나 다시 야트막한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호젓한 숲길을 지나 오두리마을에 내려서면 다시 황금빛 들판이 염하의 짭조름한 바람에 흔들리며 영글어 가고 외성이 지나던 해안도로와 광성보가 멀리 보인다.
현지인이 전하는 걷기 정보
강화 버스터미널 ~ 약수터 ~ 선원사지 ~ 삼동암천 ~ 밝은마을학교 ~ 두두미마을 화남 생가 ~ 능내촌 입구 ~ 오두마을 ~ 광성보 <18.8kmㆍ6시간 소요>
하나 6코스 출발 스탬프는 터미널 관광 안내소에서 찍을 수 있다. 관광안내소가 문을 열지 않는 아침 9시 이전에는 바로 앞의 준석상회에서 찍으면 되고 완주 스탬프는 광성보 매표소나 광성보한식전문식당에서 받는다.
둘 6코스는 중간에 식당이 없다. 도시락을 미리 준비하거나 터미널, 강화읍, 풍물시장에서 미리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셋 터미널과 두두미마을, 광성보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선원사와 삼동암천 가기 전의 카페 그림꾼 사랑방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교통 신촌에서 출발하는 3000번 버스를 타고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한다. 소요시간 1시간40분, 배차간격 15분. 인천터미널에서는 700번과 700-1번, 70번과 부평에서 오는 90번 버스를 타면 강화 터미널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