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동안 문탁에서 <알키비아데스>도 읽고,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도 읽고, <대한민국사>도 읽고,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도 읽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관한 다큐도 보고, <밀양의 눈물>도 본 청소년 친구들 열두명이 어제 서울 강남 한복판, 한전 건물앞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모였습니다.
(아이들 몇명은 그곳, 강남을 처음 가본다더군요...하하하......)
전날, 이 아이들은 인문학수업이 끝난 후 밤 12시반까지 구호를 만들고,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피켓을 제작했습니다.
오전 열시 아이들이 농성장에 집결했습니다.
어제는 단장면 태용리의 구미현, 고준길 김옥희 주민분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은 고준길 어르신께 밀양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의 중재로 한전측과 협상이 진행중입니다만......별로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11시가 되어 서문앞에 섰습니다.
아이들은 퍼포먼스로 밀양아리랑을 준비했습니다.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 보소
송전탑에 짓밟히는 날좀 보소(1절)
우리소원 별거없고 살려 주소(2절)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겨주소"
어제는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식구들도 함께 했습니다.
멀리 공주에서 꼬마들도 왔습니다.
어제 비주얼은 한마디로 끝내줬습니다.^^
아이들 왈, "우리들의 무기는 비주얼이야!!"
어제는 유난히 점심 먹으러 나오는 한전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ㅠㅠㅠ...
거리가 한산했습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아이들은 자기 끼리도 잘 놉니다.
한전을 빙 둘러 피켓산책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한전의 규모에 깜짝 놀라더군요. 곳곳에 쪽문이 있었으니까요.
한전 정문앞입니다.
한전의 슬로건이 '그린 스마트 에너지'랍니다. 그걸 패러디한 아이들의 구호. "구린, 숨막히는 에너지!!" 깜찍하지 않나요?
점심을 먹고 오는 한전식구들을 향해 크게 소리칩니다.
"점심!!" 이라는 선창에 "맛있게 드셨나요?" 라고 소리치고
"밀양!!" 이라는 선창에 "지켜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피켓팅을 마치고 농성장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주민들이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왜 탈핵구호를 전면에 내걸지 않는지?
지중화가 과연 대안이 되는지, 그건 또 다른 환경파괴가 아닌지? 질문했습니다.
지난 가을 동화전 마을에 갔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밀양 주민분들, 정말 말씀을 잘하십니다.^^
용태리 어른들도 차근차근, 주민들의 주장과 그 근거를 설명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한말씀 덧붙이시더라구요.
이건 내 이야기이니까 학생들이 자료도 더 찾고 공부도 더 해 보세요~~ 라고!!
어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8년간 싸우면서 처음 7년간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작년 초 이치우 어르신께서 분신자살한 이후 밀양의 싸움이 알려지면서 많은 연대와 지지, 지원을 받았다.
사실 이번 상경농성도 걱정이 많았다. 텐트를 트럭에 싣고 올라오면서 과연 텐트나 칠 수 있을까, 텐트도 치지 못하면 돌아가서 주민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마음이 무거웠고, 다시 돌아가고도 싶고...그랬다.
그런데 쌍용, 용산 등에서 오셔서 순식간에 텐트를 쳐주셨고, 또 다시 연대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 그 힘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소박하고, 너무 진솔하신 말씀이셨습니다.
밀양 주민분들은 우리에게 계속 고맙다고 하시지만, 아닙니다. 저희가 고맙습니다. 사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곳 농성장에서, 사람의 도리가 통하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저는 어제도 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첫댓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정말 대견스럽고 또 가슴이 뭉클하네요...이겨서 지켜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씩 늘어가네요..
문탁, 아이부터 어른까지 현장에서 삶을 배우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눈물나게 고맙습니다ㅠㅠ
그러게 말입니다. 모두들 어떻게 깎아놓은 밤톨처럼예쁘군요. 김제남 의원님도 다시 농성장에 오셨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