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18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유출 사고가 발생, 서울 대성고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LP가스보일러 시공·관리 부실이 유력하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수능 이후 고3 학생 방치와 개인 체험학습 안전 상황을 전수 점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전국 교육청에 교외 체험학습 자제를 권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근본 원인은 숙박업소의 부실한 안전 관리
사고 소식이 전해진 것은 18일 오후 1시경이다.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남학생 10명이 단체숙박 중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업주가 발견해 신고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사 중인 경찰은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가스보일러를 지목하고 있다. 사고가 난 펜션의 보일러 배관 연통이 빠져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연료 연소 과정에서 LP가스와 일산화탄소가 유출됐으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낸 학생들이 잠이 들었다가 무방비로 노출돼 사고를 당했다는 추정이다. 특히 배관을 무자격 시공업자가 설치했고, 보일러 연통에 인위적인 절단면까지 발견돼 ‘인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숙박업소의 부실한 안전 관리가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인 셈이다.
“수능 후 학생 방치 조사할 것” 교육부 행보에 여론 악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사고 당일 현장을 찾아 상황 파악과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피해 학생들은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 남학생들로, 학부모가 예약한 펜션에서 단체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이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행을 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상황대책반회의,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수능 이후 학사관리 전수 점검, 체험학습 실태 조사 착수, 학생 안전에 대한 매뉴얼과 규정에 대한 전면 재점검 등 긴급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수능 이후 한 달여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 점검하고, 아이들 안전과 직결된 부분은 교육청으로 권한이 이양됐다 해도 관리·감독이 소홀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학생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시설 안전 관리 부실이라는 사고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학교 현장은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 전가한다고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송원재 대변인은 SNS에 “법령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체험학습을 허용했다면 책임을 추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체험학습 현황 조사 취소를 요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송 대변인 글에 공감을 표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육부는 또 “교외 체험학습에 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안전 점검과 대책 마련이 어려울 경우에는 재고해달라”고 시·도교육청에 권고해 교육계와 시민들의 비판을 샀다. 사실상 체험학습 금지령을 내린 셈인데 문제의 본질을 찾아 개선하기보다 손쉽게 당장 학생 활동 자체를 금지한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학교에서 고3, 중3 학생들의 학사 공백과 개인 체험학습에 따르는 안전사고는 해묵은 과제다, 학사 공백을 발생시키는 수능과 고입 등 입시 일정의 개선이나 학년말 자기개발 시기 프로그램 내실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조치는 일선 학교에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할 거면 학교에 붙들어두라고 강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 같은 논란에 20일 설명자료를 내고 “교외 체험학습 자체를 위축시키거나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해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