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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에는 12월 22일경 큰 눈이 온 이후로 1달 가까이 눈이 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겨울인데도 기온이 10도가 넘어가는 등 겨울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었지요. 눈이 이제는 안오는가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추위와 함께 2틀동안 엄청난 양의 눈이 왔습니다. 화요일 수요일 2틀 내내 밤새 내리던 눈에 목요일 이동점빵을 운행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퇴근하던 그 시간까지도 고민을 했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큰 길가에 있는 눈들이 많이 녹아내렸고, 이동점빵 운행에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부랴부랴 준비하였습니다.
이동점빵은 물건을 파는 것 그 이상으로 어르신들의 생필품을 공급하는 묘량면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9시 10분, 신흥마을
신흥마을은 산으로 둘러쌓여 안쪽에 있는 마을로 진입이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어, 어머님에게 먼저 전화드려봤습니다.
"점빵차 온다는디, 괜찮은것 같아요?"
어머님은 아버님에게 여쭤본 후 오후에는 괜찮을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필요한 물건은 오후에 배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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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50분, 연촌마을
다행히 어르신 집까지는 길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영광읍 지역에 해당되는 어르신댁까지는 갈 엄두가 안났습니다. 평소보다 더 오래 당산나무 아래에 머물며 기다려봅니다. 늘 사이다를 사시는 어르신, 사이다 큰거 한개, 작은거 한개, 그리고 맛소금, 코다리. 다 계산하고나니 100원이 모지랐습니다. 어르신께서 돈을 다 맞춰 갖고 왔는데, 동전을 보니 50원짜리 두개가 숨어있었습니다. 100원은 다음번에 받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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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10분, 진천마을
진천마을은 길가에 있긴하지만 집근처까지 올라가기 어려워 정류장 옆에 주차합니다. 큰 길은 트랙터로 모두 긁어주시는데, 작은 길들은 트랙터들이 못들어옵니다. 점빵차 오는거보며 어르신 조심스럽게 오십니다.
"내가 월암리 가서 내 있는걸로 선사하고 왔어~ 그니 안가도 되, 우리집 먹을거 커피 하나 주쇼~"
지난번 어르신께서 월암리에 선사해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눈이와서 그런지 미리 갔다오셨나봅니다. 그러곤 커피 큰 거 한 사시더니
"눈도 오는데 쪼까 쉬다 가쇼! 저 윗집 우리 형님이랑 같이 오쇼" 하며 집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윗집 어르신께 가서 어르신께서 커피사셨으니, 커피 한잔 하러 오라고 말씀전하니 준비하시고 함께 나서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면사무소에 일자리를 신청하셨다가 신청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면사무소에서는 일하는 장소까지 알아서 가야하는데, 어르신은 그러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여민동락이 천국이여~ 그 새벽에 우리 델따줘, 밥 멕여줘, 얼마나 좋아."
"여민동락 오는 선생님들은 사람들이 다 참 좋아. 난 말이여 '어르신 오늘은 점심드시고 일은 하지 말고 가세요~' 라고 이야기해주는 그런 마음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하시며 작년 여민동락과 함께했던 일자리의 그리움을 터놓으셨습니다. 그러곤 어르신은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끝에 들리는 이야기는 결국 손주가 대학을 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그 엄청난 노력을 해서 대학을 갔다는 것이 감동이셨나봅니다. 어르신 사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커피 한 잔 호로록 마시고 왔습니다.
그러고 나오는길,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공병 안가주가~?"
어르신께서는 동네분들이 모아주는것, 본인이 모으는것 같이 모아서 늘 주십니다. 동락점빵 원칙상 조합원에 한해서, 그리고 동락점빵에서 구입한 공병에 한해서 교환을 해드리는데, 어르신은 모으는 것이다보니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어르신이 생계에 어려움이 있으신지 여쭤보니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 다시 모아서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이 주시는 공병, 받는 원칙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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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5분 신성마을,
열심히 돌판을 깎고 계시는 어르신. 무엇인가 봤더니 돌판구이를 하기 위해서 직접 제하고 계셨습니다. 흐뭇하게 보시는 어르신. 이걸 관리 어떻게 하냐고 여쭤보니
"굽기 전에 돼지 기름으로 싹 닦아내고 궈먹으면 되" 라며 조용히 여쭤봅니다.
드릴려다 저 먼발치서 오시는 사모님.
"에이 못사겠다. 이따 얘기해" 하십니다.
훗날 저 돌판에서 저도 어르신과 함께 삼겹살 궈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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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20분, 학동마을
"오늘은 저기로 안오네~ 위험하지~?"
내촌을 지나 학동으로 들어오는길은 매우 좁아서 이런날에 가는것이 위험합니다. 삼학회관 앞에 주차를 하니 바로 오시는 부녀회장님과 어르신. 오시자마자 계란과 필요한것 바로 사주십니다. 눈오고 길 어렵다고 안왔으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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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0분, 효동마을
오전에 어르신께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쓸테니깐 파란봉지, 퐁퐁, 종이컵, 식용유 갖고 와~"
내일 가는 마을인데, 오늘 마을에 행사가 있나봅니다. 부랴부랴 점심 안먹고 회관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계셨습니다. 방문하자마자 바로 건네주시는 노란 호박죽. 옹심이까지 넣어서 만들었다고 하십니다. 갖고가서 먹으라며 주신 호박죽. 오늘점심은 건강한 호박죽으로 한그릇 뚝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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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30분, 청산마을
시야에 보이는 것들의 80%이상이 자연입니다. 그래서 보는 시야가 편안합니다. 가림이 없지요. 있는 그대로. 한창 자연 만끽하고 있을 무렵 어르신이 부랴부랴 오십니다. 소리듣고 오시는 모습에 차끌고 갑니다. 지난번엔 회관에 계셨는데 오늘은 어쩐일인지 안가셨나봅니다.
"오늘 회관에 사람들이 없는것 같은데, 있으면 나한테 전화 할텐데...그래도 회관에 한 번 살펴봐~"
이따 사동갔다 내려가는길에 잠시 들려보고자 합니다.
14시 20분, 월포
2주전, 1주전 모두 집에 안계셨던 어르신.
오늘도 안계실까 싶어 마당 가보니, 어르신 발자국은 없고 고양이 발자국만 있습니다. 오늘도 안계신건가 싶어 가보니 다행히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곤 세탁실에 남겨져있는 우리만의 암호. 조용히 물건 남겨두고 옵니다. 어르신이 안계실 떈 주로 병원을 가시는 일이었는데, 이제 다시 괜찮아지신것 같은 마음으로 조용히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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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40분, 반월
도저히 차가 올라갈 수가 없어 우사 앞에 세워둡니다. 매번 두유 사시는 어르신. 올라가는 길을 살피니 이건 말그대로 갇혔다 싶습니다. 청산 회관에서도 눈이 많이와서 2틀 내내 '남편이랑 먹고, 자고, 싸고 했어요' 라는 말을 하셨었는데, 정말 갇혔습니다. 음지가 있다보니 눈도 바로 얼어버리고 전동차로도 내려올 수가 없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사러가지 못하고 집에서 온전하게 버텨야하는 그런 시간입니다. 도시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부랴부랴 올라가서 물건드리니 반가운 마음으로 맞아주시며 물건 받아주십니다.
"오늘은 외상, 내일 돈 뽑으려고, 담에 줄께"
내일 나가실순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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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00분, 왕촌
어르신, 이제는 늘 갈 때마다 웃어주십니다. 처음 6개월전만해도 눈도 안마주쳤었는데, 이젠 늘 좋아해주십니다. 물건을 사는 관계 그 이상이 되었습니다. 손주 같다는 이야기에 제가 더 감사해집니다. 다음 명절 때 미역하고 당면 등을 사시겠다는 어르신, 고맙습니다.
왕촌 회관에는 오늘도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계십니다. 어르신들 필요하신 물건 사시며 오늘은 청주 예약 받았습니다. 다가올 명절에 제사상에 올릴 청주가 필요한대, 청주는 매장에 항상 보관해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리 사전 주문 받아 명절주간에 배달해드립니다. 너나할 것 같이 모두 다 이야기해주시는 어르신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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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30분, 용정
용정마을 올라가는 길이 걱정되었습니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그래도 녹아있는 모습보고 올라가봅니다.
아뿔싸, 그나마 희망이되었던 다리쪽에 주차가 되어 차를 돌리기 어려웠지만, 수 차례 돌린 끝에 간신히 돌립니다. 누군가 나오시나 봤더니 방송소리 듣고 어르신들 세분 함께 나오십니다.
"이젠 여기서 다들 모여~"어르신이 말씀해주십니다. 집안에 모여있다가 서로 필요하신 것들 골라서 집으로 가십니다. 어르신들은 회관에 가기 어려울 때면 늘 모이는 집이 곳곳에 있습니다. 일명 아지트 같은 존재입니다. 다음에 용정마을 들릴 때 들려야할 집을 알게되었습니다.
15시 45분, 구동
구동은 회관에 모두 모이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오늘도 방문하니 모두들 계셨습니다. 반장님 제일 먼저 오셔서 지난번 외상값 바로 갚아주십니다. 그러곤 코다리 주문하십니다. 코다리 하나 상위에 올리니 어르신들이 상태가 좋다며 너도나도 주문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코다리 8봉지 팝니다. 이 모습을 본 우리 총무님
"어이, 김선생 어디 가지말고 여기 앉아 있어, 여기서 다 팔아버려~!" 하십니다
계란과 코다리가 모두 나가고도 부족해서 추가로 배달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6시, 신정
어르신이 안보여 집안에 들어가보니 안쪽에서 머리감고 계셨습니다. 천천히 하라고 말씀드렸지만,
"괜찮아~ 금방 나갈께~ 우리 손주 조금만 기다려~" 하십니다.
머리에 물끼를 짜고 밖에나와서 차를 보며 고르셔야겠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간식거리가 부족하셨나봅니다. 요구르트 5줄, 호빵 1개, 소세지 1개 사십니다. 의사선생님이 소세지 먹어보라고 하셨다며 한개만 먹어보겠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 간식 내어드리고 돌아갑니다.
16시 30분, 신흥
오전에 못가서 배달 주문요청하셨던 어르신댁에 갑니다. 추가로 더 필요한거 없으신지 여쭤보니 점빵차가 다시 오는줄 알고 계셨나봅니다. 필요한 것들 추가로 더 이야기해주십니다. '양파 10키로, 세제, 두부 2개'
이렇게 갖다드리니 본인집만 오냐며 놀라십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말씀드립니다.
"크던 적던 주문요청하시면 언제든지 옵니다."
16시 45분, 구동
팔고 모자랐던 계란 2판, 코다리 2개 갖다 드렸습니다. 마침 식사를 하고 있던 그 시간. 오늘은 일찍 헤어진다고하셔서 먼저들 식사하고 계셨습니다. 저 보시더니 바로 밥그릇, 국그릇 반찬 주시는 어르신.
'어이 김선생 밥 먹고 가게"
거절 할 수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하며 소박하게 한그릇 먹고 옵니다. 맨밥에 김치 내어주십니다.
"우리 이렇게 먹는다네~"
김치만 맛나도 밥 몇그릇은 뚝딱할수있습니다. 지난 11월 부녀회에서 준 김치로 나눠먹고 계셨습니다. 동시에 뒷쪽에서 코다리 무찜 데펴서 주시는 반장님. 것도 미안하셨는지 안쪽에서 어르신께서 담가오신 깻잎, 고춧잎 반찬 더 꺼내주시는 어르신. 뭔가 계속 나옵니다. 열심히 먹으니 밥 또 한그릇 주시는 어르신
"집에가서도 저녁 먹어야해요~" 말씀드리니 이해하시며 집에가서도 아내와 잘 맞춰 살라고 하십니다. 잘먹었다는 인사드리며 나옵니다.
오늘 점심도 배달은 호박죽으로 점심을 해결해주시더니, 저녁도 백반으로 저녁을 해결해주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배 든든히 채우며 일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