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5주일 강론 : 12사도의 파견(마르 6,7-13) >(7.14.일)
* 예수님은 열두 사도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여러 권한을 주시면서 파견하셨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예수님에게 전교의 사명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의 당부대로 늘 전교하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빠리외방선교회는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 유럽 성지순례 때 빠리외방선교회에서 기념미사와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빠리외방선교회가 주력했던 우선순위 3가지가 있습니다.
1) 적합한 사람들을 선발해서 성직자로 양성시키는 일(사제양성),
2) 새로운 신자들을 적절히 돌보는 일(새 신자 돌보기),
3) 비신자들의 회개를 위해 노력하는 일.
두 번째보다 첫 번째가, 세 번째보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절대로 뒤바꾸지 말라고, 빠리외방선교회 회칙 1장에서 강조합니다.
빠리외방선교회는 1658년 창립 후 현재까지 아시아에 선교사 4,000여 명을 파견했는데, 그중 170여 명이 한국에 파견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그 나라 역사에 참여했고, 선교사 170명이 순교했는데, 그중 우리나라에서 순교한 24명 중의 10명은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방한하셨을 때 시성되었습니다.
빠리외방선교회 성당 뒤편 왼쪽에 아주 유명한 그림이 붙어 있는데, 1864년 조선 선교를 위해 파견되는 사제 4명의 모습을 담은 < 선교사들의 출발(Le départ des Missionaires) >이라는 그림입니다. 저는 그 그림을 볼 때마다 감동을 느낍니다. 그 그림에 등장하는 선교사제 4명은 위앵, 도리, 볼리외, 브르트니에르 신부인데, 전부 병인박해 때 순교하셨고, 1984년 5월 6일에 성인이 되셨습니다.
그 그림을 보면, 선교사들이 파견 미사를 마친 후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합니다. 지금 떠나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선교사들과 가족들 모두 비장한 표정입니다. 한 사람이 선교사의 발에 입맞춤을 하는데, 그 이유는 선교지로 가면 순교할 것이 뻔하고, 순교자는 곧 성인이기 때문에 성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 그림 안에 “아베 마리아”를 작사, 작곡한 구노가 나오는데, 선교사제 한 분의 친구로, 순교를 각오하고 파견되는 친구를 성모님께 의탁하며 만들었습니다.(1853년) 선교사제들은 그렇게 가족들과 작별인사 하고, 빠리외방선교회 마당에 있는 팔각정에서 최후 각오를 다집니다. 팔각정 안에는 우리나라, 베트남, 중국 성인들 명단이 적혀져 있고, 그 옆에는 명동성당 교우들이 선물한 한국순교성인현양비가 있습니다.
선교사제들은 머리카락이나 유품을 남기는데, 순교 소식을 들으면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파견되는 나라에 성당을 세울 때 제단 밑에 놓을 성인들의 유해를 몇 개씩 갖고 갑니다. 그 덕분에 관덕정 같은 성지에 외국 성인들의 유해가 있는 것입니다.
186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자, 빠리외방선교회의 선교사들의 생명이 보장되었고, 선교활동에 있어서도 그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현지 적응을 겸해 입국한 선교사들은 프랑스어 이름을 변형해 한국식 이름을 지었는데, 그중 몇 명을 소개해보면,
- 바르텔레미 브뤼기에르 소 주교, 서울대교구 초대 교구장
- 니콜라 빌렘, 홍석구 니콜라오, 안중근 의사에게 미사/ 종부성사 집전
- 플로리앙 드망즈, 안세화 플로리아노, 대구대교구 초대 교구장
- 루이 델랑드, 남대영 루도비코, 예수성심시녀회 창립/ 대한민국 문화훈장 및 불란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여
- 르네 뒤퐁, 두봉 레나토,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 가톨릭 성지대학교 설립
2. 춘천교구의 어느 신부님이 첫 본당신부로 발령받은 곳은 경기도 포천의 예쁜 시골성당이었는데, 미사 때, 할머니들이 밀고 오는 유모차가 자동차보다 더 많을 정도로 고령의 교우들이 많았습니다.
그 지역은 오랫동안 전교가 안 되는 지역이라 교우들과 54일 기도를 시작하면서, 전교를 시작했습니다. “성당에 나와보실래요?”라는 말을 하라고 당부하며, 그 신부님도 전교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누구에게 말을 건넬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곱창집에서 성호를 긋고 식사했을 때 “성당 다니시나 봐요?”라고 관심갖던 사장님이 생각나서, 그 식당에 자주 찾아가 “성당에 한 번 나와보실래요?”라고 말했고, 교우들과 함께 가본 치킨집의 알바생이 성당에 관심 있는 것 같아 “우리 성당에서 예비신자 교리 시작하는데, 성당에서 꼭 뵈어요.”라고 권유했습니다.
54일 기도 후 예비신자 환영식 날, 교중미사 1시간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예비신자들을 기다렸는데, 딱 2명의 예비신자가 왔답니다. 곱창집 사장님과 치킨집 알바생이었습니다. 정말 실망스러웠지만, “모이자! 기도하자! 선교하자!”라며 열심히 선교했더니, 다음 해에 본당 역사상 가장 많은 27명의 예비신자를 맞았답니다.
3. 예수님은 많은 제자 중에 열두 명을 선발하시고, 그들에게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과 치유 능력을 주시면서 이곳저곳으로 파견하시며,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0,19)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코로나 이후 신천지가 활개를 칩니다. 자전거를 타고 방천을 달리다 보면 “더운데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세요!”라고 말하며, 전단지를 나눠줍니다. 대부분 피하지만, 간혹 그들의 전략에 포섭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욕을 들으면서도 활발하게 전교하는 신천지의 열성을 배우고, 끊임없이 전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