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다.
씩씩거린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으니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성질이 난 것이 분명하다.
매번 그렇듯이.
주민센터에서 하는 탁구교실에서 10개월째 운동 중이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내 마음대로 안될 때는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어울려 운동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이 참 좋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등록 회원이 20명인 탁구교실에는 세 쌍의 부부가 있다.
첫 번째 커플은 일 년 전쯤 탁구를 시작했는데..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편분은 운동에 욕심이 많아 보이고 아주 열성적이다.
무릎이 아프다고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어지간해서는 결석하는 법이 없다.
반면, 아내분은 운동에 욕심도 열의도 없어 보인다.
남편의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온 것이 아닌까 짐작(?)될 정도다.
지금도 아내분의 실력은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남편분에 비하면.
"팔을 좀 더 올려야지.. 이렇게 이렇게... "
남편분의 코칭과 채근이 이어지지만.. 한 마디 댓 구가 없다.
'당신은 말하세요. 나는 마이웨이를 하렵니다'
이런 건가? 성격이 좋은 건가? 참고 있는 건가?
속내를 알 수 없다.
두 번째 커플은 울그락 불그락 얼굴을 한 언니 내외다.
언니는 운동에 욕심도 있고 시합을 해도 열심이다.(지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인 듯)
남편분의 첫인상은 다소 고지식하고 깐깐한 공무원 퇴직자쯤으로 짐작을 했다.
역시나 공기업을 퇴직한 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관상은 과학이다)
남편분과는 딱 한번 랠리를 해봤는데.. 지적하는 것도 많고 깐깐하시다. 불편하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속상한데.. 이래라저래라 지적을 하니 더 안 되는 것 같다.
그 후로는 그와 랠리도 시합도 해 본 적이 없다. 부담스러워서다.
그분도 초짜인 나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 같고.. 아무튼.
유일하게 아내와만 랠리를 하신다. (코치에게 레슨 받는 것 빼고)
함께 시합을 하자고 해도 절대 안 하신다. 시합을 하면 스윙폼이 무너진다고 하면서..
그러나, 언니는 늦게까지(남편이 가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와 시합을 하는 고정 멤버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편의 잔소리와 지적질은 계속된다.
"어휴, 참~~ 그것도 못 받아. 이렇게 해. 그렇게 하지 말고.. 공을 왜 이쪽으로 보내? "
(지켜보는 내 마음이 아슬아슬하다)
나 같으면 라켓을 팽개치고 나왔을 텐데.. 언니는 꾹 참고 랠리를 이어간다.
그렇지만 얼굴표정은 점점 일그러진다. 그녀도 사람인지라..
집에 가서 싸우지나 않았을지 은근 걱정된다.
세 번째 커플은 가장 이상적(?)이다.
남편분은 함께 운동을 해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타입이다. 천성이 그런 듯하다.
아내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대해 주신다.
"괜찮아. 잘했어.. 공을 끝까지 봐야지.. 천천히 해요."
늘 아내의 이름을 불러준다.
(탁구교실에서 아내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녀는 지연이다.)
남편분은 나와 파트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나 편하게 해 주신다.
"잘했어요~~ 괜찮아요.. 나이스. 지난번보다 실력이 좋아진 것 같네요~~."
파트너를 편하게 해 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니... 부담이 없다.
시합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표정이 밝다.
"웃고 즐기고 가면 되는 거지 뭐. 안 그래요?"
세 쌍의 부부를 보면서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운동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충고와 지적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고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충고하고 코칭하는 방법에 따라서.
그래서. 적당히 해야 한다. 적당히~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렇지 않다면??
좋자고 함께 하는 운동이 부부싸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함께 운동하면 좋은 점이 훨씬 많다.
. 서로의 건강을 챙기면서 건강관리도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되고
. 서로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마음도 생기고
. 건강한 경쟁심 자극으로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다.
부부가 함께 운동하면 건강과 정서적인 부분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20년 전부터 남편은 골프를 배우라고 했지만 (내가) 골프를 시작한 건 2년 전이다.
골프가 무슨 운동이 되고 재미가 있냐며 공감하지 못했고 거절했었다.
나는 동(動)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를 덧붙이며.
테니스, 스쿼시, 배드민턴, 탁구를 즐겼지만 골프는 정(靜)적인 운동이라 치부했다.
결국 반강제적(남편이 골프연습장을 등록시켜 줘서 어쩔 수 없이)으로 시작한 골프는
부부 공동의 관심사이며 공감과 소통하는 운동이 되었다.
지금은 내가 더 골프에 적극적인 편이다.
스크린 골프도 먼저 알았고 남편도 입문시켰다.
처음엔 적응도 되지 않고 스코어도 형편없으니 스크린 골프는 안치겠다고 했다.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재미없다면서.
(못이켜 몇 번 끌려가듯) 치고 나더니.. 이제는 남편이 먼저 스크린 골프를 치자고 한다.
주말에 스크린 골프 한 게임이 고정 스케줄이 되었다.
지난번에는 기어코(?) 처음으로 나를 이겼다. (필드는 남편이 강자지만, 스크린 골프는 내가 승자였다)
남편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신나. 신나.. 다음에 또 이겨야지~~!!"
조만간 남편이 스크린 골프까지 이긴다면, 내 자존심에 상처가 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ㅋㅋ)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은 좋고 꼭 필요한 것 같다.
부부가 공통의 운동 하나쯤은 있어야 인생이 더 풍요롭고 행복하다.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건강관리도 되고.
어떤 운동이든 상관없다. 당신과 함께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당신과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