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석계
어느 날, 오래된 친구가 찾아왔다 이제, 그 친구나, 나나 황혼의 불빛이 어스럼한데 오늘 하루는 금가루가 된다
귀공자의 기풍(氣風)에 말끔한 신사, 말이 없는 친구 아이들도 훌륭하게 키우고 재산도 많이 만들고 성품은 부드럽고 덕은 깊고 마음은 넓다
만나면 조용하게 웃고 몇 마디 나누고 그리고 침묵 이심전심 우정은 편하기만 하다 하루 종일 말없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친구
나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많아도 혀가 굳어져서 너, 나 모처럼, 만남 김에 술병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세월 이야기가 재미 있다
그런데... 옛날과 함께 지금 세월이 나오고 부부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 친구 왈, 그동안 수없이 이혼을 생각했고 아직도 햄릿으로 끝자락을 붇들고 있단다
생뚱맞 은 놀라움이다 이 세상 부부 이혼 생각 안 하고 산 사람 몇 쌍이나 있을까 유독 그라고 안 했을 리는 없지만 바깥나들이 할 때 늙은 내외 손잡고 오순도순 정답게 걸어가는 정경(情景)이 언제나 부럽고 슬펐다는 친구
나는, 속으론 놀라고 겉으론 공감을 하고 조용하고 쓸쓸하게 같이 웃는다 아이 땜에, 참고, 견디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한평생 훌쩍 지나가고 이제 그런 정나미 뒤에다 두고 노년(老年)세월 챙기기도 바쁜 내 친구.
// 여정(旅程) 13.08.07. 11:36 오랜 날들을 함께 한 부부들중, 그런 생각 안해 본 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러나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살아 온 세월이 귀하고 소중 하지요. 답글 | 신고
석계 13.08.07. 11:56 나도 놀랐습니다. 그렇게도 훌륭하고 국제적인 신사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으니깐요...하하하.... 답글 | 수정 | 삭제 | 신고
유비니 13.08.07. 12:23 늙은 내외 손잡고 오손 도손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건 사는동안 모든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지요 누구나 그런 행복으로 살수는 없다지만 나름대로의 행복을 가지고 노년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 끝날까지 ....
답글 | 신고 ┗ 석계 13.08.07. 18:03 그 친구는 세칭 성공한 사람입니다. 의사 아들에다 유명한 대학교수 딸을 둔 외양적으로는 무척 부러운 집안인데... 내적으로는 그런 갈등이 있었든 모양입니다...허허.... 수정 | 삭제 | 신고 소망 13.08.07. 13:59 늙은 내외 손 잡고 오순도순 정답게 걸어가는 노부부도 마냥 행복에 젖어 사는것은 이니겠지요 누구나 다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소리내지 않고 살면 객관적 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것입니다 ㅎㅎㅎ 좋은글 고맙습니다 석계 친구님 우리 만남이 언제 였던가요?
답글 | 신고 ┗ 석계 13.08.07. 18:05 소망님 만나 뵌 적이 오래됩니다. 9월 모임엔 상봉의 기대를 합니다. 수정 | 삭제 | 신고 생원 13.08.07. 14:53 그분 성품이 석계님과 닳므셨군요. 노년 이혼이 흔하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답글 | 신고 ┗ 석계 13.08.07. 18:07 생원님, 안 보이면 일부러 찾는 생원님이십니다. 그만큼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하다니깐요. 9월쯤엔 만날 날이 있겠지요. 생원니임! 수정 | 삭제 | 신고
촉석 13.08.08. 04:22 부부 양쪽이 다 좋아야지 어느 한쪽이 불만이면 생활이 이루어지기 힘든다고 봅니다. 현모 양처는 남편의 모든것이 하늘과 같이 보일때에만 백년 해로 가능 하다고 생각 됩니다 만에 하나라도 나쁘게만 보이면 지울수 없는 고통으로 평생을 괴롭힐 겄입니다. 한번 뇌리에 입력된 것은 현모양처 만이 지울수 있다고 생각 됩니다. 편향된 생각일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 신고 ┗ 석계 13.08.07. 18:17 그 친구의 아내는 현모양처인지...아닌지... 내가 평가름 하기는 어렵고.... 여하튼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솔직한 말에 내가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수정 | 삭제 | 신고 샛별* 13.08.07. 19:23 요즈음은 같이 부부가 손잡고 다녀도 불륜으로 본다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는 특히나 연하라서 그런지 어딜가도 정상부부보다 불륜으로 많이 보더군요...ㅎㅎㅎ 누구나가 이혼 생각 안해본 사람 없을걸로 압니다. 몇수십년 지겹다기보디 누구 말처럼 자식 때문에... 다~그렇게 사는거지요.
답글 | 신고 석계 13.08.07. 18:13 사람마다 다 곡절이 있고 사정이 있는가 봅니다. 특히 부부문제는 예민해서...有口無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샛별님은 미남남편을 두신 것 같습니다. 손잡고 가면 불륜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라고 하니....ㅎㅎㅎ.... 댓글 고맙습니다.
답글 | 수정 | 삭제 | 신고 수현 13.08.08. 16:03 모든부부들이 속깊게 챙겨놓은 비밀을 표현하고 싶을때가 있나봅니다. 근엄하고 정숙한 부부가 때로는 놀라운 사실이 있을때가 있구요. 모든것 이해하며 잘살아야 되곗습니다...
답글 | 신고 ┗ 석계 13.08.09. 15:55 new 수현님, 고맙습니다. 제가 그 집에 자주 드나들지만 대체로 조용합니다. 자세히 보면 마나님 성품이 조금 까다롭기는 합니다만...ㅋㅋ..... 이혼까지 생각할 줄이야.....그러나 그 친구 절대로 이혼은 못할 것입니다. 그런대로 한평생 무난히 지나갈 것입니다.
수정 | 삭제 | 신고 난향 13.08.09. 10:19 new 석계님 ! 안녕하세요 ! 보고싶습니다. 더위에 잘 계시는 지요. 난향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벗과 술은 언제나 즐거운 것 아니겠습니까 ? 누구나 아쁨은 한자지 씩은 있는가 봅니다. 슬픔과 기쁨을 흉금없이 털어놓고 함께하며 주거니 받거니 술 한잔 할 수 있는 벗이 인생의 보배이지요 ! 좋으신 글 감명 깊게 감상하였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세요 ! 감사합니다 !
답글 | 신고 석계 13.08.09. 15:53 new 난향님, 나는 난향님을 보면 속으로 조금씩은 놀랍니다. 나이보다 외양이 너무 젊다는 것이 첫째요. 언어는 촌스타일인데 대단한 잠재력과 저력을 가지고 있고 성품이 부드럽고 정서가 풍성해서 詩를 잘 쓴다는 것이고... 꼽자면 손까락이 모자랍니다...하하.....
산곡 신 정 식 05:41 new 이러나 저러나 난 이혼 포기 한지 신혼 때 부터인데 그저 매미처럼 붙어 있는 것만도 고밉게 여기고 사는데 너무 때늦은 발상이군요 좋은 글에 다시 한번 더 생각하고 갑니다 그러니 난 언제나 홀로라 생각하나 봐요
석계 10:10 new 이 세상...부부 중에서 이혼 생각 안 하고 산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남자나...여자나... 그저 그렇게... 그렇게 살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또 자식 땜에 참다 보면...한 평생 휘딱 지나가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