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치 가는 길, 맨 뒤는 아산 님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 나희덕,「俗離山에서」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7월 9일(토), 오전에는 비, 오후에 갬
▶ 산행인원 : 17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숙이, 드류, 김전무, 대간거사, 감악산, 더산,
진성호, 사계, 상고대, 메아리, 아산, 가은, 봉도, 신가이버)
▶ 산행시간 : 8시간 30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3.6㎞(헤맨 거리는 포함하지 않았음)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2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20 - 인제군 상남면 김부리(金富里) 비득재, 산행시작
09 : 48 - 산간도로
10 : 31 - 묵은 임도
11 : 28 - 992m봉
11 : 38 ~ 12 : 03 - 992m봉 내린 안부 지나서 중식
12 : 18 - 대암산(△1,091.4m)
12 : 35 - 1,078m봉
13 : 13 - 1,016m봉
14 : 00 - 임도, 안부
14 : 09 - 801m봉
14 : 24 - △755.4m봉
15 : 02 - 오미치(五味峙)
16 : 12 - 배미산(△694.1m)
16 : 50 - 인제군 상남면 상남리(上南里) 구미동, 산행종료
17 : 45 ~ 19 : 30 - 홍천, 목욕, 석식
21 : 0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화양강휴게소에서

▶ 대암산(△1,091.4m)
춘천고속도로를 동홍천IC에서 44번 국도로 빠져나와 화양강휴게소에 잠시 들른다. 휴게소는
피서 철이 시작되는지 반바지 슬리퍼 차림한 사람들로 붐빈다. 화양강 건너 먼 데 산들이 구
름에 휘감겨 오늘 산행의 가경을 예고하는 듯했는데 거니고개 넘자 비 뿌리기 시작하더니 들
머리인 김부리 비득재에 이르러서는 세차게 쏟아진다.
첫발자국이 중요하다. 진행방향은 북향. 낙석방지용 철망 씌운 비득재 절개지 오른쪽 가장자
리에 군인들의 행군로이기도 한 등로가 나 있다. 능선 마루금으로 진입하면 참호가 연이어 나
타난다.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군의 요충지인 모양이다. 인제군의 지명유래에 따르면 신라
56대 경순왕(본명 김부金傅)의 아들이 이곳 김부리에 와 머무르면서 신라 재건을 이룩하고자
김부대왕이라 칭하고 군사를 모집하여 양병(養兵)을 꾀했다고 하니 말이다. 저 건너 가득봉
아래 행치령에는 “무덤조차 잃어버린 첩첩산중 김부리/꽃보다 더 붉은 망국의 그 붉은 한”이
라고 읊은 ‘마의태자 노래비’가 있다.
길 좋다. 오르막도 대로다. 엎어질라 줄줄 흘러내리는 물길 피해 길섶으로 간다. 곧 눈 침침한
안개 속으로 든다. 코를 땅에 박은 두 피치로 942m봉을 넘고 나서 여러 갈래 지능선마다 길이
뚜렷하여 갈 곳 몰라 더듬거린다. 조금 가다보면 방향 틀겠지 줄줄이 따라갔으나 외려 점점
더 어긋나고 급기야는 골로 간다.
“길을 잃는 것은 길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프리카 스와힐리 속담이라고 한다. 확실히
그렇다. 연거푸 세 번이나 그런다. 주등로 안내선일까 BB선을 쫓았으나 발걸음이 헝클어지
니 소용없다. 맨 뒤로 따라가다 빼액! 하는 외침에 내가 느닷없이 앞장서기도 한다. 사람 수
세는 것은 병아리 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법. 능선 분기점에 다시 모이고 이때마다 17명 대
부대를 점호하는 것도 일이다.
참 어렵게 미로 헤쳐 산간도로로 내려선다. 탁주 나누며 자축한다. 도로 절개지 왼쪽 가장자
리 풀숲 뒤져 소로를 찾아낸다. 비 그쳤지만 풀숲에 모여 있는 아까 온 비 맞기 저어하여 서로
앞장서기를 미룬다. 대장은 매사에 특히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자리다. 군부대 위수지역인
가? 능선 마루금 따라 가시철조망 둘렀고 ‘육’자 새긴 콘크리트 사각 말뚝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있다.
철조망을 넘고 넘는다. 철조망을 벗어나는지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묵은 임도
가 나온다. 묵은 임도도 그다지 따를 것이 못 된다. 974m봉을 수월히 돌아 넘을 요량으로 따
랐다가 낭패 본다. 어째 능선으로 멀어진다. 이게 아니구나 자책하며 잡목 울창한 생사면을
오른다.
다시 비 뿌린다. 앞사람이 풀숲 빗물 털어주는 덕을 볼 수 없게 뿌린다. 숲길 활엽이 그 근원
이리라. 쏴아 하는 빗소리가 천지에 가득하다. 이래서도 산길 걷기는 볕에서보다 빗속에서가
훨씬 더 낫다. 992m봉 넘고 대암산 정상을 약 500m 남겨둔 지점에서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
을 타서 점심도시락 편다. 풍찬노숙의 행색이 가련하다.
2. 화양강휴게소에서

3. 대암산 가는 길, 산간도로

4. 대암산 가는 길, 산간도로에서

5. 대암산 가는 길, 더산 님

오늘로 세 번째 오르는 대암산이다. 대암은커녕 돌멩이 하나 찾기도 어렵지만 동쪽 1,054m봉
의 군부대에 이르는 500m쯤 되는 암릉에서 대암산이라는 이름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한
다. 나도 처음에는 이 대암산을 대바위산이라고 알고 신가이버 님이 오지산행 카페의 산행일
정에 ‘인제 대암산 갑니다’고 올린 것을 보고 사람들을 꾀게 하려는 수작으로 오해하였다.
인제 서화와 양구 동면의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1,309m)이 용늪과 더불어 이름이 높기에 그
와 혼동케 하려는 의도로 대바위를 대암이라 한들 무에 잘못이랴 하고 질러버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메아리 님은 “헷갈리잖아요. 그냥 대바위산이라고 해요” 하고, 金錢無 님은 “짝퉁? 대
암산 참가합니다” 하고 댓글을 달았을 게다.
이 산은 대바위산이 아니라 대암산이 맞다. 또한 바위는 한자로 암(岩)이지만 대바위산과 대
암산은 각각 다른 이름의 고유한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산 이름의 제정개폐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이다. 거기에서 이 산을 ‘대암산’이라고 하고 있다. 신가이
버 님은 무사(無私) 엄정하였다.
대암산 정상을 벗어나자 언뜻 해 난다. 초원을 간다. 지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시원한 풀
숲 길이다. 1,078m봉에서 잠깐 머뭇거리다 남진하고 그예 길을 잘못 든다. 자연스럽게 남동
쪽으로 틀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 온 사면이 향긋한 더덕향 몰고 대 트래버스 하여 주능선
을 잡는다. 1,016m봉에서는 지도의 등고선 모양을 주의 깊게 살폈다. 하여 외길처럼 간다. 개
활지로 앞이 훤히 트이고 간벌한 사면 내린 야트막한 안부, 임도가 지난다.
잣나무 숲이다. 다닥다닥 열린 아직 설익은 잣이 흔하게 가지째 꺾여 떨어졌다. 술 담그면 딱
좋겠다고 하는데 가져가기 너무 무겁다. 801m봉도 잣나무 숲이다. 느슨하다 약간 멈칫한 둔
덕은 △755.4m봉. 삼각점은 낡아 ┼자 방위표시만 남았다. 경주하듯 줄달음한다.
내림 길 사면이 펑퍼짐하여 살짝 방향착오. 안부는 이전과 다르게 쑥대밭으로 변했고 그 옆에
는 특고압 시설물이 들어섰다. 559m봉을 오른쪽 사면의 우회 길로 돌아 넘는다. 교통호와 나
란히 가다 참호 넘고 산불감시초소 지나면 계단 길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낯익은 오미치다.
옛날에 오미자가 많이 자생하였다고 한다.
6. 대암산 가는 길

7. 대암산 가는 길

8. 왜당귀

9. 오미치 가는 길

10. 오미치 가는 길, 맨 왼쪽은 상고대 님, 그 다음은 숙이 님

11. 오미치 가는 길, 앞에서부터 사계, 메아리, 신가이버, 아산, 가은

▶ 배미산(△694.1m)
어차피 오를 산. 돌아가기도 귀찮다. 오미치 고갯마루에서 건너 사면에 바로 붙는다. 수로 옆
인데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잡석 깔린 가파른 사면이라 부지중 가시덤불을 싸잡아 움켜쥔다.
손바닥이 화끈하다. 이어 울창한 잡목 뚫는다. 인적이 보인다. 인적은 산허리를 돈다.
575m봉을 철조망이 가로 막았다. 확 뚫어버릴까 쳐다보니 철조망 위로 가시철조망을 얹었
다. 하는 수 없이 철조망을 따라 돈다. 모처럼 땀난다. 산에 가는 맛 난다. 풀숲 허방에 고꾸라
지기도 하여 능선에 진입한다. 다행히 철조망은 575m봉 정상 부위만 둘렀다. 군 시설물이다.
무덤 지나 너른 헬기장이 나온다. 세상에! 여기에서도 길 헤맨다. 오늘 굵직한 것만 골라 다섯
차례다. 잔 봉우리 넘으며 고도를 점차 높인다. 583m봉도 높다. 참호에 걸터앉아 오늘 처음
얼음물로 목 추긴다. 배미산이 고개를 뒤로 한껏 젖혀야 보이는 준봉이다. 암릉이 나온다. 물
기 번들거리고 미끄럽다. 긴다. 이런 데서 자빠지면 쪽 팔린다.
배미산 정상. 나무숲 둘러있어 아무 조망 없다. 산행표지기 한 장 보이지 않는다. 삼각점은 현
리 445, 2005 복구. 좀 쉬자 해도 산모기와 쇠파리가 방해한다. 어깻죽지에 따끔하니 몇 방 물
리고 나서 일어난다. 하산. 구미동을 향한다. 돌길 주춤주춤 내리다가 부엽토 푹신한 가파른
사면을 내리 쏟는다.
긴 1급 슬로프다. 코너링 조심하며 갈지자로 지친다. 아주 신났다. 마냥 쏟다가 대하인 상남
천으로 처박힐라 서서히 속도 줄여 도로로 내려선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가리왕산이 아니라
바로 여기가 적지다.
12. 큰까치수영

13. 루드베키아, 오미치에서

14. 등로

15. 노루발풀

첫댓글 오미치에서.. 여인이 대간님에게 말 건넨다.
저..젖어있어 올라가지 못합니다.
대간님: 어우! 흥분됩니다. 버스에 가 계시지여...
베스트 산님들과 함께한 산행은 해피산행 였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날씨에 굴하지아니하고 즐`산행하시는 님들 멋져부러~~~~~
그런데 대암산 북릉은 산행을 못합니까

그쪽으로 하나 더 그어 놓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