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밀(哈密)과 선선(鄯善) 인근의 풍광(風光)
돈황(敦煌)에서 하밀(哈密)까지 버스로 9시간 30분(430km)이 걸리고, 다시 하밀에서 선선(鄯善)까지 4시간(320km) 동안 사막 가운데를 달린다.
돈황(燉煌)이 있는 깐수성(甘肅省)으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경계를 벗어나 신강(新疆) 지구로 들어서면 도로상태가 훨씬 나아서 빨리 달린다. 황량한 사막은 시뻘건 흙더미와 돌 부스러기들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의 연속인데 노중(路中)에 용변을 보라고 차를 세워 내려보니 길옆은 온통 말라빠진 똥(便)이 널려있다.
그리고, 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휘몰아치는지 소변을 보면 바지 앞을 적시기 일쑤다.
여자들은 나지막한 언덕 너머로 바람에 휘둘리며 달려갔다가 소변으로 젖은 신발의 모래를 털어내며 돌아온다. ^^*
그 옛날, 우리는 지금 차를 타고 달리면서도 지치는 이 메마른 황무지 길을 낙타에 짐을 실은 대상(隊商)들이 하염없이 걸어갔을 생각을 하면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허미(哈密)가 가까워지자 그 황량한 벌판에도 먹을 풀이 있는지 야생 낙타들이 풀을 뜯으며 몰려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12. 유목민 카자흐(Kazak) 족
파리쿤 목장 / 파오(Pao/천막) 안주인의 환대 / 회왕묘
하밀(哈密)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천산산맥 기슭의 파리쿤(巴里坤)은 유목민들의 터전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며, 유목민 카자흐족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위구르(维吾尔)인은 서양인 외모를 닮은 아랍계통으로 무슬림들인데 비하여, 카자흐족은 전형적인 몽골계 인종으로 우리 한국인과 외모도 거의 같고 순박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 카자흐족 승마체험을 했는데 말도 자그마하고 순하다. 승마체험 후 방문한 카자흐 천막집 파오(Pao)에서는 전통복장을 갖춰 입은 주인 여자가 흰 비단 천을 들고 환영의 인사를 하며 파오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마유(馬乳)로 만든 치즈와 하밀과(哈密果)를 대접한다.
다음날, 시설이 훌륭한 하밀 홍성호텔(哈密 紅星賓館)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회왕묘(回王墓)를 관람했다. 회왕묘는 회족(回族)이 세웠던 하밀국의 역대 왕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회교사원 모습의 건물도 있고, 역대 회왕들의 초상화도 걸려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한쪽 귀퉁이인 쿠무타크(庫木塔格) 사막에서 사막 지프차(Jeep) 타기를 했다.
상당히 높은 모래 언덕을 가속을 이용하여 모래에 안 빠지고 용케도 올라가는데 아슬아슬하다.
엄청난 굉음을 내는데 한번 갔다 와서는 엔진을 식히려고 물을 붓는데 엄청난 김이 치솟는다.
13. 하서회랑(河西回廊)의 화염산(火焰山)
하서회랑(계곡) 화염산(火焰山) / 천불동(千佛洞) 석굴
다음 행선지인 고창고성(高昌故城)으로 가는 길목에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화염산(火焰山)이 있는데 이 거대하고 황량한 골짜기 한가운데쯤, 수많은 부처님의 조각을 모신 천불동(千佛洞)이 있다.
중국 남북조시기에 조성되어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천불동 석굴은 모두 70여 개인데 고대 고창국(高昌國)의 사원(寺院)으로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훼손이 심하여 안타까웠다.
더울 때 기온이 50도를 넘고 지표 온도는 80도가 넘어 계란을 깨어 놓으면 바로 계란플라이가 되어 버린다는 화염산은 서유기에서 우마왕(牛魔王)과 철선녀(鐵煽女)가 현장법사 일행을 불로 괴롭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타 죽을 것만 같은 열기를 내뿜는다.
중국영화 ‘서유기(西遊記)’를 이곳에서 찍었다는데 높은 봉우리에 실제로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후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계곡 밑바닥은 물이 흘러 미루나무 종류인 듯 푸른 숲을 이루고 있고, 까마득히 쳐다보이는 산은 온통 검붉은 돌로 이루어져 있다. 길옆에는 영화 세트인가 말을 탄 현장법사를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모시고 가는 실물 크기의 조형물도 서 있었다.
화염산 계곡 중간쯤 까마득한 사면(斜面)을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꼬무락거리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이는데 옆쪽으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길도 보인다.
올라간 후 썰매를 타고 내려올 모양이다. 이 뜨거운데 미쳤지... 쳐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한여름 홍사암(紅砂岩)의 띠에 붉은 햇빛이 반사되어 마치 붉은 빛을 내뿜으며 활활 타오르는 활화산을 닮아 이름이 화염산(火焰山)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