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의 날개여
이민정
바다에만 파도가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아플 때처럼 부서지는 파도
마냥 흰 거품 머금으면 또 다시 일렁이는
숨결 사그라들고 그 사이 솟아오를
대포주상절리 틈새, 바닷새들
넘나들며 피리소리 만든다
낮게 낮게 날아왔지, 세상 높은 줄 모르고
부서지면 또 솟아오를 뿐이라고 피리소리 노래 부른다
어느 한 날 부서진 한 줄기 빛을 따라
마구 위로만 추락하더니
눈물의 여신
갯벌에 놓아둔 그 하얀 심장들
어찌 그리 숨죽이고 있는지
평생 숱해 많은 일렁임들 여기에 와 쉬고 있다
피리소리 듣느라 박재된 새들
꼭대기 올라 내가
검푸른 하늘 만나고
낮게 날개 짓하며 부서지는 파도 넘나들 때
더 깊고 골지게
아 한 번도 보지 못한 감춰질 수 없는
얼굴 보이기 위해 그렇게 감싸 안으며
뱃전에 부서진 알바트로스의 날개여
시간의 섬광이여
피리소리 들리느냐 나의 틈새들
한번 뿐인 날갯짓 부수어진다
굽이도는 피리소리 울창한
맹그로브 숲속 나뭇가지에 황혼 깃들면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이는 불빛마냥
반딧불들 하나둘씩 깜박이기 시작한다.
잿빛 바다 내 날개 불춤 춘다
카페 게시글
이 계절의 시인
알바트로스의 날개여 / 이민정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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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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