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산중일기』 중
미국 LA에 살고 있는 청년이
학비를 벌기 위해 여행 가이드를 했다.
어느 날 그는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단체 여행객들의 안내를 맡게 되었다.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여행단장이 말했다.
“절대로 우리를
장님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보통사람들에게 하듯이 안내해 주십시오.”
이윽고 버스가 출발했다.
청년은 여행객들에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평소처럼 안내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푸른 바다는 태평양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저 산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할리우드입니다.
언덕위에 쓰인 영어 간판이 보이시죠?
할리우드, 그렇습니다.
저곳은 저 유명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영화의 본고장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청년의 안내에 따라 차창의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끄덕였다.
자기들끼리 손가락질을 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은
시각장애인들이 일부러 장님 흉내를 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들은 분명히 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일주일의 여행기간이 끝나자,
시각장애인들은 청년에게 다가와
악수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정말 좋은 관광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석존의 제가 ‘아나율’은 극심한 수행(용맹정진; 잠을 안자고 좌선만 하는 수행)으로 눈이 멀게 되었다.
그렇지만, 물리적인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마음의 눈을 열어, 천안통을 얻은 것이다.
우리들도, ‘육안’이 아닌 ‘천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감정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을.
작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눈을
뜨라고 호소하는것 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