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지금, 가장 겨울다운 얼굴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침 공기는 숨을 들이킬 때마다 코끝을 먼저 적시고, 밤새 식은 대지는 단단하게 굳어 발걸음 소리마저 또렷하게 울립니다.
해는 늦게 떠오르고 일찍 물러나, 하루는 늘 짧고 조용합니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두꺼운 옷깃을 세우고 각자의 속도로 겨울을 건넙니다.
나무들은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말없이 서 있습니다.
가지 끝에 남은 것은 바람과 침묵뿐이지만, 그 빈자리가 오히려 겨울을 사실적으로 드러냅니다.
논과 밭은 갈색과 회색의 결을 드러낸 채 숨을 고르고,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땅 위로는 계절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꾸밈없는 풍경이 겨울의 진짜 모습입니다.
골목길과 도로는 한결 한산해지고, 해 질 녘 가로등 불빛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 따뜻해 보입니다.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창가에 맺힌 성에, 난방이 돌아가는 실내의 낮은 소음까지도 겨울의 일상이 됩니다.
바깥의 추위가 깊을수록 안쪽의 온기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지금의 겨울은 견뎌내야 할 계절이기보다, 천천히 머무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입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계절, 차갑지만 정직하고, 조용하지만 깊은 계절이 바로 지금의 겨울입니다.
첫댓글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그려볼 수 있는
수채화 같은 좋은 글이라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