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홍천 공작산
산행일 : 10월 18일(토)
산행거리 : 11.1km
산행코스 : 수타사~궝소~약수봉~수타사.주차장갈림길~약수봉~수리봉~공작산자연휴양림~공작산 입구
산행시간 : 9시경~16시 17분경(7시간 17분 정도, 휴식시간 포함)
5시에 일어나 베낭을 꾸리고 집을 나선다. 신갈5거리에서 혜초님을 태우고 죽전임시정류소로 가니 초록이님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출발하면서 루비님한테 전화를 하니 이미 천호역에 도착해 있단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감기가 더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6시 40분이 다되어서야 천호역에 도착한다. 20분이 늦었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별로 막히지 않는다. 공작산에 도착하였으나, 산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에는 승용차 몇 대만 보일 뿐이다. 왜 이리 한산하지? 우리가 너무 빨리 왔나? 준비를 마친 뒤 9시경에 산행을 시작한다. 수타사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절정은 아닌 것 같다. 다음 주쯤이 절정이런가? 그래도 수타사 단풍은 많이 예쁘다. 그 절경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루비님은 이러다 언제 산에 가려고 하느냐며 빨리 가자고 서두른다. 10분 가량 가니 수타사 가는 길과 용담가는 길로 나뉘어진다. 우리는 용담가는 오솔길 같은 길로 간다. 우리가 가는 수타사계곡길에는 사진을 찍으러온 사람만 1~2명 보일 뿐 한산하다. 오늘 우리가 공작산을 독차지할 것 같은 분위기다.
커다란 웅덩이인 용담에 이르니 계곡 암반과 담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오늘 이 계곡을 다 걸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썩거린다. 하산길에 길을 잘못 들어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단풍에 취해 몽롱한 기분으로 오솔길을 걸어가니 저 앞에 다리가 보인다. 궝소 출덩다리이다. 다들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궝(통나무를 깊게 파서 만든 소 여물통을 궝이라 함)소란 이름은 소 여물통을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는데, 물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수 여물통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수타사계곡의 단풍을 멀리 하고 약수봉으로 올라야 할 시점이다. 약수봉으로 오른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등산로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조망은 전혀 없다. 조망이 없기는 능선에 올라서도 마찬가지고, 공작산을 등산하는 내내 조망은 거의 없었다. 죽으라고 걷기만 했다. 헉헉대며 20분 정도를 올라가니 궝소와 수타사 갈림길이 나온다. 동봉사와 수타사 갈림길을 지나 약수봉 정상에 도착하니 10시 39분경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40분이 걸린 셈이다.
약수봉 정상에는 선객이 한 명 있었다. 단체인증사진을 부탁하고 여정을 물으니 되려 공작현까지 얼마나 걸리는 지 묻는다. 수타사에서 공작현가지 대략 6시간 정도 걸릴 거라 하니, 원점회귀를 해야 한단다. 원점회귀를 하려면 공작현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수타사로 도로 내려가야겠단다. 나 하나에 만족하지 못한 여 산우님들이 함께 산행을 하자고 꼬셨지만 그냥 하산하겠단다.
약수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는 공작산 정상은 우측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선객에게 길을 물으니 자신도 초행길이라 잘 모르겠단다. 그런데 길을 살펴보니 우측 길은 급경사로 완전히 내려가는 길이다. 조금 더 왼쪽에 길이 하나 더 있는데 능선길이다. 거기다가 뒷쪽에서 바라보는 이정표에는 공작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해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 것으로 표시해놓은 이정표를 상기하지 못하고 능선길로 길을 잡는다. 이로 인해 1시간에 걸친 알바를 하였다. 지도를 꼼꼼이 살펴보지 않은 결과이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가는데 저 앞에 높은 봉우리가 하나 나타난다. 그런데 그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우회를 한다. 그리고는 왼쪽으로 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저 봉우리를 넘어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앞서 가는 루비님을 불러세워놓고 지도를 꺼내 확인을 한다. 약수봉을 기준으로 삼아서 현재 위치를 추정하니 아뿔싸! 엉뚱한 곳에 와있다. 약수봉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이다. 저 앞에 이정표가 보이길래 가서 확인해보니 수타사와 주차장 갈림길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다. 하산하는 길임이 확실하다. 내려오다 만난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다시 약수봉으로 돌아간다. 약수봉으로 돌아가니 좀 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약수봉에서 공작산 정상 가는 길은 급경사이다. 거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헷갈리기 쉬운 길인 것 같다. 약수봉은 공작산의 하나의 봉우리가 아니라 독립된 산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급경사의 길을 약 30분 정도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굴운리와 신봉리를 오가는 길이다. 여기서 다시 790m고지의 수리봉을 올라야 한다. 오늘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셈이다.
임도에서 수리봉까지는 수 없이 많은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하나의 봉우리를 넘으면 또다시 새로운 봉우리가 나타난다. 지겹도록 올라야 한다. 수리봉 정상에 도착하니 2시 15분이다. 임도에서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수리봉 정상에는 산행안내판만 하나 있고 정상석은 없다. 약수봉과 마찬가지로 조망 역시 없다.
앞으로의 산행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는 공작산 정상을 가자고 했고, 일부 산우님은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하기엔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그래서 2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정상을 가고, 한 팀은 하산하자고 했더니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그냥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면 어느 길로 하산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하산길에는 '등산로 폐쇄'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그러면 수리봉을 오르다가 본 하산길을 따라 하산해야 한느데, 거기까지가 가기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까지 돌아가느니 차라리 정상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 해서 폐쇄된 등산로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하산길을 따라 조금 가니 길은 희미해지며서 흔적이 사라지고 만다. 산우님들에게 길을 개척해가야 한다고 하면서 단단히 각오를 할 것을 주문한다. 걱정했던 초록이님이 의외로 잘 내려간다. 앞서서 길을 뚫기도 한다. 정맥과 기맥을 한 경험도 있단다. 미끄러지고 할퀴고 하면서 급경사의 비탈길을 얼마 내려오니 계곡이다. 길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려오면서 보니 패트병도 있고 버려진 벌집통만 보인다. 산에 버려진 패트병을 평소에 보면 눈쌀을 지푸리지만, 이때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기 때문이다. 잡목 가지를 헤치면서 계곡을 따라 얼마를 내려가니 약간 윗쪽에 길이 있다. 다들 안도하는 표정이다. 얼마를 더 가니 묘지가 보인다.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잘 다져진 길을 따라 얼마를 내려오니 저 앞에 팬션 같은 건물이 보인다. 아니, 여기에 웬 건물? 혹시 저것이 공작산자연휴양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공작산자연휴양림이 나와서는 안되는데. 우리가 내려가고자 하는 방향은 공작산자연휴양림이 아니라 수타사계곡이기 때문이다. 공작산자연휴양림이 아니기를 마음 속으로 빌면서 내려가는데 건물이 계속 나타나는 등 상황은 더욱 안 좋게 전개된다. 어서 빨리 수타사계곡이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면서 내려가는데 마침 농산물을 말리는 아줌마가 보인다. 그 아줌마에게 현재의 위치를 물으니 공작산 입구란다.
이런! 우리가 길을 잘못 내려온 것이 판명되는 순간이다. 악몽의 재연이다. 단풍놀이는 물건너가게 생겼다. 어찌 오늘 산행은 뭐든 제대로 풀리는 게 없네. 알바에다 길을 잘못 들기까지! 오늘 산행은 그 목적을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공작산 정상도 못 가고, 수타사계곡 트레킹도 하지 못함으로써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했다. 이 역시 지도를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결과이다. 지도를 보면 거의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여기서 시작되는 계곡이 공작산 정상에서 시작되는 계곡으로 이어질일 리는 없다는 생각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데 급급해 하여 동쪽으로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실수가 체력이 달린 산우님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 점은 있다. 길을 제대로 잡았다면 3시간 정도 걸려 하산할 텐데, 실수를 함으로써 하산하는 데 걸린 시간이 1시간 30여 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허탈한 심정을 부여안고 조금 내려가니 산악회 버스들이 보인다. 여기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시간은 4시 17분이다. 장장 7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찻집에 들러 차를 한 잔 마시고 택시를 불러 수타사로 향한다. 거금 2만원이 들었다. 수타사로 가니 아침에는 한산하던 입구가 상추객들로 붐빈다. 많은 사람들이 수타사계곡으로 단풍놀이를 나온 모양이다. 귀경길이 막힐 것을 우려하여 뒷풀이는 서울에 가서 하기로 하고, 서울로 향한다. 다행히 강촌과 서종 부근을 제외하고는 길은 거의 막히지 않았다.
제 실수 때문에 고생하신 산우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주차장에서 약수봉 올라가는 길>
수타사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용담이 나온다.
용담
궝소. 궝은 통나무를 깊게 파서 만든 소 여물통을 말한다.
궝소와 수타사 가는 길의 갈림
약수봉 올라가는 길의 소나무숲
<약수봉 정상에서 수리봉 가는 길>
굴운리와 신봉리를 오가는 임도
수리봉 정상
수리봉에서 급경사의 사면을 따라 내려온 계곡
공작산자연휴양림 밑에 있는 자작나무숲
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