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없는
한현희
인간 연습을 한다
기침하고 코를 풀고 다리를 찢는다
재채기가 나올 때마다 어쩐지 인간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그러나 멀지 않은 시대엔 신체를 버려야 하는 게 맞겠지
그래서 우리는 작두콩의 생명 유지 방법에 관해 연구한다
진딧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새파랗게 독해지는 것
햇빛을 더 받도록 몸집을 부풀려 변태하는 것
꼬투리를 단단히 붙들고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
콩과(科) 식물은 아주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에 가까울수록 뜨거운 피로 분노에 자주 빠져든다
이런 사소하고 별일 아닌 점들이 미래의 차이를 만든다
세계 최대 두상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잘못을 깨닫기도 전에 고열로 부은 머리가 기침병을 퍼뜨렸고
이후로 결코 건강한 날은 오지 못했어
뜨거운 차는 쉽게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무릎을 꿇고 흐물거리는 점액질을 퉤 뱉는다
작두콩의 초록색은 너무 선명해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그 속의 동그랗고 납작한 낱알들은
마치 아프지 않기 위해 오히려 아프고 마는 신체이형장애 환자를 닮았고
때마침 농사를 짓는 마을 주민이 나를 불러 세워
인간은 변모할 거라고
품종개량이 일어날 거라고
앞으로는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인간 생활만이 존재하게 될 거라고
확고한 말씀은 때론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마을 주민은 모르는 걸까
인간이 인간의 외형을 잊고서 남의 살을 물어뜯거나
집을 버리고 외진 수풀에 모여 종말에 열중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재가 되어버린다
여전히 나는
코는 축축하고 다리는 흐느적거린다
두 개 네 개 다섯 개로 늘어나는 것만 같다
작두콩 차를 많이 마신 덕분인가봐
두 발로 직립보행하는 자가 인간이든 개든
이런 개념은 기침 한 번에 사라진다
반듯하게 누워서 입을 벌린다
미래가 호로록호로록 입안으로 들어온다
- 한연희의 시집 희귀종 눈물귀신버섯(문학동네,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