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감옥에서 몰래 쓴 명저 ‘독립정신’에서 이승만은 거듭 다짐한다.
"개신교 정신을 근본 삼아 미국·영국과 동등한 나라 만들자"고.
미국이 건국을 도와주었다 해서 이성계처럼 개국의 은혜를 갚자는 대명사대주의를 상속해야
할 것인가?
미국이 공산군을 막아 주었다 해서 임진왜란 때 파병해 준 명나라 황제를 제사 지내듯이
트루먼 대통령을 제사 지내야 하나?
세종처럼 "조선은 대국 천자의 방"이라 자칭하고 충성스런 '신하 제후가 되어 자자손손 대국을
떠받든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중국의 속국 조선 500년을 미국의 속국으로 이어 간다는 것, 굴종하고 러시아에 의지하다가
일본에 나라와 백성을 통째로 내어준 왕들처럼 하란 말인가?
전체주의 대륙의 노예가 아니며, 또다시 강대국 미국의 피지배국이 되어선 죽어도 안 될 노릇이다.
이것은 20대 이승만이 독립협회 민중투쟁 시절부터 골수에 새기고 새긴 독립정신의
출발점이다.
여기에서 이승만의 다목적 전략전술이 나온다.
이승만의 '미국 활용론'은 한성감옥에서 이미 구상이 끝나 있었다. 다름 아닌
'3미(三美)' 전략이다.
첫째, 지미(智美)
둘째, 친미(親美) 인맥, 특히 기독교계와 친교를 맺어야 하고,
셋째, 용미(用美) 세계 최강의 미국이 가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각종 능력을
대한민국을 위해 활용해야만 한다는 국가전략이다.
미국의 모든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미국의 정치 지도층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중심 즉, 이승만의 '외교독립론'의 기둥이다.
이 전략대로 이승만은 미국을 공부하고 한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미국 파워를 이용하고
싸우고 싸워서 대한민국 건국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힘을 이용하여 공산군을
몰아내고 있으며, 이제는 군사동맹을 맺어야 할 차례다.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이 적은
미국과 기독교 자유 연맹을 맺어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을 막고 선진과학기술과 학문을 도입하여
미국과 동등한 나라로 만들자. 그러나 미국과 동맹하면 불가피해질 미국의 내정 간섭 시도를
막아 내는 방안을 세우자. 국내 정치인과 국민들에게 생기는 미국 사대주의도 처음부터
차단해야 한다. 동맹도 맺어야 하고 견제도 해야 할 강대국 미국 파워, 그 첫 시련장 부산
정치파동은 이승만의 승리로 결판났다.
그러나 미국의 내정 간섭은 대통령 직선제 한 가지로 막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한미동맹이며, 그 힘으로 자유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신생국 대한민국을
버리고 철수하였던 자유진영의 맹주 미국의 한반도 참전은 불행다행이라 해야 할까?
건국직후부터 미국에 요구했던 한미동맹, 그걸 거부하였다가 6·25를 만난 미국,
국제공산주의와 자유세계의 집단 투쟁은 이미 3차 세계대전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산 침략이 이승만에겐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탄생한 것을 해방 직후부터 직감하였던
이승만의 전략적 두뇌는 회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인보길 저,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