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투어로 신청한 우수리스크 역사기행을 위해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막심 택시를 불렀습니다.
원래 미팅 장소가 KFC 앞이었는데 교통이 복잡하다고
아르바트 거리 유명 레스토랑 수프라 앞으로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도착 장소를 수프라 레스토랑으로 입력을 했는데....
이때까지도 우리는 우리에게 닥칠 시련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 330루블? 생각보다 택시비가 많이 나오네. 180정도면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은 했지만...
우리에게 닥칠 위기도 모르는 채 신나게 호텔 안 기념품 가게 앞에서 사진도 찍고...
호텔 로비를 나와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비야 비야 제발 그쳐라 기도도 하고...
신나게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둘씩 둘씩 신발이 비슷하다고 깔깔 웃기도 하는 사이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비는 많이 왔지만 약속 시간 9시 30분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줄 알았죠.
앗,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가 가는 길은 이 다리- 금각교는 지나지 않는데?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불길한 느낌에
수프라 레스토랑? 하고 물었더니 기사 양반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우리는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수프라 레스토랑을 간다고 하면서 휴대폰을 들이밀었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수프라 레스토랑이 두 개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수프라가 두 개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가장 먼저 뜨는 주소를 클릭했던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수프라 레스토랑이 다른 장소에도 있다니!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거기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차서 갈 수 없다는 겁니다.
와, 러시아 기사들, 영어 정말 못하네요. 아주 기본적인 단어도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한다, 했더니
기사 양반 왈 경찰이 못 들어가게 한다 어쩌구 저쩌구...
아르바트 거리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보다 10분 늦은 9시 40분.
기사양반 말대로 거리은 그야말로 물바다.
알고 보니 언덕이 많은 블라디보스톡은 하수 시설이 안 되어 있어 비만 오면 도시가 물에 잠긴다는 겁니다. 그렇게 많은 양의 비가 온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같이 우스리스크 투어를 가는 일행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를 하고.
사실 함께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제일 꼴보기 싫었는데 우리가 그 꼴이 된 것이었어요.
그렇게 난리부르스를 하고 떠났는데 앗, 이게 또 뭔일이지요?
우스리스크 도착 30분 정도를 남겨 놓고 버스 뒤꽁무니에서 하얀 연기가 풀풀 나더니 그만 멈춰버렀어요.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내어서 무엇하나?
길바닥에서 한 시간 여를 기다리다 겨우겨우 출발을 했네요.
여행 못할 줄 알았는데 드디어 우수리스크에 입성.
투어는 하나도 못하고 먼저 점심부터 먹기로 했어요.
배도 고팠지만 음식은 입에 착착 맞았습니다.
고사리볶음, 김치볶음, 당근볶음 등등 죄다 맛있네요.
가이드가 미안하다고 사 준 과일 - 이름이 '드인야'라네요.
여름철 7~8월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인데 맬론과 참외를 섞어 놓은 듯한 맛이었어요.
아닥아닥하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웠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워 참 맛있게 먹었답니다.
우수리스크로 오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요.
비는 하루종일 내리고, 택시는 잘못 불렀고, 길이 막혀 지각을 했고
가는 도중 차가 퍼져 고생은 했지만...어쨌든 우수리스크에 도착했으니 행복합니다!
우스리스크는 우리가 꼭 알아야할 역사 도시입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우수리스크에서 있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참고로 요즘 일본과의 관계로 블라비보스톡 관광 인구가 150프로 상승했답니다.
우수리스크 관광객도 많아 봐야 3~4명이었는데 이제는 보통 20명 정도가 되었다니
블라디보스톡 사람들을 먹여주는 건 한국 사람들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네요.
참!
오늘 새로이 알게 된 사실!
안중근 의사가 하얼삔으로 가던 도중 우수리스크에서 잠깐 내려 국수 한 사발을 드셨다네요.
안중근 인물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자, 그럼 우수리스크 역사 속으로 빠져볼까요?
첫댓글 과일이름이 드인야로군요
예, 이름도 희한하고 맛도 독특하고. 근데 저는 괜찮았어요.
드인야도 달고 물이 많아 맛있고, 고사리볶음과 목이버섯나물이 참 맛있었어요.
한인촌에서 먹었던 밥 참 푸짐했지요.
고생하면서 도착해서 더 맛있었던 점심이었지요.
오호호, 버스 기다리다가 근처 숲으로 올라가서 쉬하려다가 진흙길에 미끄러져서 신발이랑 옷에 흙이 묻었는데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겠지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