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코스의 새판 짜기
[골프의 메카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클럽]
새로운 패널, 새 방식의 미국을 포함한 ‘세계 100대 코스’ 순위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거기에 한국 코스가 3곳이나 들었다. 글_남화영
[아부다비 사디얏비치 골프클럽]
지난 2005년부터 <골프다이제스트>는 2년마다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를 발표했으나,
올해는 미국을 포함한 완전한 지구촌 100대 코스를 뽑기로 결정한 것이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종전까지는 각 나라 별 베스트 코스를 각각 발표했지만, 지구촌에서의 소통과 왕래가 점점 더 잦아지고
빈번해지기 때문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코스 평가는 당연히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다.
올림픽 종목에도 들어간 만큼 골프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가 됐고, 지역 커뮤니티의 경계를 벗어나 좋은 코스라면
각 나라 열성 골퍼들이 찾아가는 게 요즘 추세다.
미국에서만 세계 절반에 해당하는 1만5619개의 코스가 있고, 전 세계 코스 수는 3만4000여 개로 짐작된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생겨나고, 어디에선가는 없어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최근 첫 번째 코스가
생겨났고, 2010년 대지진의 재난을 맞아 빈민 임시 캠프로 사용되었던 아이티의 페션빌 클럽 Petionville Club이
최근 골프장 영업을 복귀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촌에서 코스 수는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3만4000여 개 코스를 일괄적으로 평가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해 늦여름부터
월드컵처럼 예선, 본선 형식의 평가를 통한 세계 100대 코스 선정 방식이 시도됐다. <골프다이제스트>의 각
자매지들은 자국의 대표 코스를 선정(예선)했고, 이를 바탕으로 나라 별 골프장 총수와 골프계의 위상 등을
감안해 본선 후보를 추렸다(한국은 지난해 발표한 베스트 코스를 포함한 톱50 코스의 상위 20위까지 후보에 올렸다).
2년마다 실시해오던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에 등재된 나라의 베스트 코스 700여 곳은 그렇게 확정됐다.
코스를 평가할 패널을 선정하는 작업은 그 다음이었다. 각국 자매지들로부터 전 세계 코스를 많이 경험해본
전문가와 골프 여행가 등을 추천 받아서 ‘월드 패널’ 846명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중에 월드 패널은 인터넷 서베이를 통해
각국의 베스트 코스 본선 후보를 대상으로 1~10점까지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138명의 국내 베스트 코스 패널 중 해외 코스 경험이 많은 14명이 세계 100대 코스 평가에 참여했다.
한국판에서는 국내 패널 중에서도 단순히 해외 골프 여행을 많이 가본 골퍼는 지양하고 베스트 코스
라운드 경험이 많은 이들을 가려 뽑아 월드 패널로 위촉했다. 그들은 해외에서 거주했거나,
외국 출장이 많다거나, 적극적으로 해외 베스트 코스를 찾아다니는 골퍼였다. 국내 월드 패널 중 한 명은
총 700여 곳의 후보 코스 중 200여 곳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골프장 당 최소 20표 이상 받은 곳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가 이번 세계 100대 코스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패널 20명의 표를 받지 못한 코스는 순위에서 빠졌다. 다시 말해, 해외 패널의 라운드
경험이 적거나 폐쇄적인 곳은 그만큼 불리했다는 말이다. 새로운 패널, 미국을 포함한 2배나 많아진 후보 코스,
그리고 새로운 방식에 의한 평가가 올해 세계 100대 코스의 특징이었다.
순위 대 변동
[1위 파인밸리 골프클럽 벙커 ]
새로운 ‘세계 100대 코스’ 결과는 한마디로 쇼킹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
세계 1위에 미국 뉴저지의 파인밸리 Pine Valley가 선정됐고, 사이프러스포인트클럽 Cypress Point Club,
오거스타내셔널 Augusta National까지 미국 코스가 톱3를 차지했다. 종전까지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1위를
유지하던 북아일랜드의 로열카운티다운 Royal County Down은 4위로 밀렸다.
[사이프러스포인트 골프클럽 16번홀]
이 결과는 지난해 발표된 ‘미국 100대 코스’의 순위와도 격차가 컸다. 이번 평가에서 미국 코스는
본선에 올라와 경합한 끝에 40곳만 순위에 들었다. 미국의 코스 패널 1200여 명이 평가하는 ‘미국 100대 코스’,
‘미국 100대 퍼블릭’은 50년 이상의 평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 파인밸리와 오거스타내셔널이
항상 선두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다투면서도 전체적인 순위 바뀜이 크지 않았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13번홀]
그런데 이번 투표에서는 미국 3위인 태평양 연안의 사이프러스포인트가 2위가 되고
오거스타내셔널이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워커컵을 Walker Cup을 개최한 미국 11위의
내셔널링크스 National G. Links of America가 6위인 메리온 Merion과 7위 페블비치 Pebble Beach보다도
높은 순위에 올랐다. 미국 100대 코스 78위인 밸리닐 Ballyneal은 다른 코스를 제치고 세계 68위에 오르기도 했다.
왜 이런 역전의 결과가 나왔을까? 패널의 접근성으로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오거스타내셔널은 300명 미만의 회원과 회원을 동반하지 않으면 라운드가 금지된 극도로 폐쇄적인 코스의 대명사다.
게다가 일년에 6개월은 문을 닫는다. 반면 사이프러스포인트는 역시 엄격한 회원제이긴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보다는 열려 있다. 태평양에 면한 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힌다.
그런 면에서 846명 패널의 기준에서는 오거스타내셔널보다 사이프러스포인트가 더 높게 평가받았다는 얘기다.
미국 코스 패널이 이번 평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터내셔널 편집장인 존 바튼은 각국 베스트 순위와 다른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추천받은 새로운 패널 846명에 의한 결과이고, 각국의 베스트 코스를 평가한 시기와 차이가 나고,
미국 코스가 포함되면서 평가 대상 코스가 달랐고, (평가 방식도 종전처럼 샷 가치, 난이도 등 8개의 상세 항목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 코스마다 1~10점을 주는 방식의 평가이기에 결과가 달랐다.”
여기서 이번 평가의 경향성이 잘 드러난다. 각국의 코스 평가는 자국민이 그 나라의 모든 코스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세계 코스 평가는 외국인이 다른 나라를 가보았을 때 느끼는 평가다.
즉, 글로벌 스탠더드 Global Standard에 따른 평가라는 것이다.
미국 40곳을 제외하고는 유럽이 34곳의 코스를 세계 100대 반열에 올렸다.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14곳을 포함해 영국연방이 28곳이었고, 아일랜드에서 4곳, 프랑스 1곳, 스페인 1곳이다. 하지만
이는 종전 평가에서 대폭 위축된 성적이다.
특히 아일랜드 코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유럽의 장기 불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악화는 내장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골프장의 운영과 코스 관리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통 코스가 즐비한 유럽의 코스가 부진했다면, 새로운 코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골퍼가 몰리는 아시아는 약진했다.
월드 코스 패널 846명이 실제로 코스를 평가한 만큼 이들이 다녀본 코스가 평가에 반영됐다.
이는 오늘날 세계 골프 여행의 트렌드와 코스 조성 추세를 누가 이끌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 코스 3곳 진입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변화상은 뚜렷하다. 미국PGA투어 HSBC챔피언스의
명소인 중국의 상하이 시샨골프클럽 Sheshan G.C이 82위에 올랐고,
쿤밍의 유명한 골프리조트인 (춘성이라고 잘 알려진)스프링시티 Spring City 두 개 코스가
모두 순위(레이크 코스 92위, 마운틴 코스 100위)에 들었다. 이들은 심지어 한국 골퍼에게도 익숙한 골프 명소다.
반면 일본은 종전까지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에서 5곳 정도가 매번 선정되었지만
이번엔 2곳으로 줄었다. 골프 전통이 오래고 코스 수도 2400여 곳에 이르는만큼 일본의 코스는 종전까지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미국만큼 폐쇄적인 회원제 코스인지라 외국인이
라운드하기 무척 어렵다. 따라서 패널 846명 중에 적어도 20표를 받지 못한 일본의 코스는 순위에서 모두 제외됐다.
전통성과 명성이 높은 히로노 Hirono가 18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퍼블릭 코스인 카와나호텔 후지 코스 Kawana Hotel (Fuji)가 51위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 안양C.C 1번홀 모습]
경기 군포에 있는 한국의 안양컨트리클럽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히로노 다음으로 40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양CC는 1999년까지 부동의 국내 1위를 유지했던 곳이다. 68년 이병철 삼성 창업자에 의해 설립되었고,
96년 로버트트렌트존스주니어의 코스 리노베이션을 거쳐 안양베네스트로 변신했으며,
2년 전에는 코스 리노베이션을 통해 안양CC라는 옛 이름을 다시 찾았다.
안양의 최근 코스 개조는 45년 여의 골프장 운영과 사업을 통해 쌓은 자체 노하우로 몇 개의 홀에 계류를
넣는 등의 소폭 변화를 주고, 18홀 그린 전체에 서브에어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전통과 첨단을
아울러 세계 코스 트렌드에 맞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골프 전문가로부터는 ‘삼성이 운영하는 한국의 전통 명문 코스’라는 인지도도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제주 나인브릿지 C.C]
2001년 제주도에 클럽나인브릿지를 개장하면서 국내 골프장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CJ는
두 곳의 골프장을 모두 세계 100대 코스에 올렸다. 59위에 랭크된 제주의 클럽나인브릿지는 개장 이후부터
적극적인 세계화를 추진했다. LPGA투어 대회(나인브릿지클래식)를 개최하거나 월드클럽챔피언십 WCC을
통해 해외 베스트 코스 클럽챔피언을 초청하는 대회를 2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해외의 코스 전문가에게 코스를
알리는 데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에 <골프다이제스트>의 ‘미국 제외 세계 45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순위를 올렸고 2년 전엔 ‘미국 제외 세계 33위’까지 다다랐다.
지난해 5월 국내 베스트 코스 7위에 오른 여주의 해슬리나인브릿지가 세계 72위에 오른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해슬리는 계열사 골프장인 클럽나인브릿지와 공동으로 해외의 코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운영을 해온 점이 국내 상위권 코스를 제치고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는 미국의 한 기관으로부터 ‘세계 100대 플래티늄클럽’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운영과 홍보 마케팅이 활발하다. 따라서 월드 패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