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사는 친구들 셋과 함께 지난 8월 26일 월요일, 산청의 가랑잎 학교가 있던 대원사 계곡의 유평리에 다녀 왔다. 늦더위에 피서를 겸해서 지리산 골짜기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계곡에 발 담그자는 취지의 당일치기다. 유평리 마을의 제일 끝에 있는 마을이 조개골이다.
점심식사는 조개골 산장에 메기 매운탕을 주문해 놓고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대진 고속도로 산청나들목에서 산청읍에 들러서 장날 구경부터 했다. 명색이 군소재지 지역 장날인데 썰렁했다. 소멸해가는 지방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충 들러보고 조개골로 향했다. 도착하니 12시다. 메기매운탕이 맛 있다. 운전당번인 나는 음료로, 친구들은 술로 건배하니 매운탕이 참으로 개운하다. 고사리, 두릅, 당귀 등의 산나물 무침도 참으로 맛있다. 천황봉 아래의 중산리가 고향이라는 산장 아줌마의 내공이 느껴지는 음식 맛이다.
산장 아줌마에게 조개골이라는 요상스런 이름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아침을 여는 골짜기라는 뜻이란다. 아하 朝開谷이로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쪽으로는 트여 있고 서남북쪽은 고산 준봉이 막고 있다. 해발이 높고 동쪽이 트여 있으니 딱 맞는 지명이다.
점심 후 산장 아래 계곡에 갔다. 천황봉으로 향하는 출렁다리 아래에서 피서를 즐겼다.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너무나 좋다. 가는 여름을 제대로 즐긴 하루였다.
같이 갔던 친구는 그날의 즐거움을 시 한 수를 지어 친구들 단톡방에 올렸다.
- 조개골 에서-
지리산 천왕봉 자락
하늘아래 첫 동네 朝開谷(조개골)
바람은 구름을 불러 이곳에 쉬었다 가라하고
발시린 계곡물은 나를 불러 여기 머물라 하는데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인 울창한 나무숲은
힘겹게 이 여름을 보내려 애를쓴다.
겹겹이 쌓인 능선 사이사이에는 世態에 찌든 힘든 이들을 불러모아 자유를 찾게하고
나의 벗들은 深山幽谷(심산유곡)
주막집 의자에 걸터앉아
맛난 메기탕 한 그릇에 입맛을 되살린다.
아~ 이 좋은 풍경과 이 좋은 세상을 어찌다 눈에 담고 떠나갈 수 있겠는가.
천당 아래 분당성의 멋쟁이 봉장군이 나와바리 복정 순찰이다. 포장군은 산우회 모임에 가기 위해 잔차 몰고 맹산행이다. 태장군도 뒤질세라 잠실철교, 중랑 등으로 페달 밟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