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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사람의 일이란 장담할 수 없다.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란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영장류이다. 친구들 모인 자리에서 술이 화제에 올랐다. 술 앞에서는 대통령도 소용 없다. 지난 9월 하순에는 미국 부시대통령의 음주가 뉴스를 탔다. 술 끊은지 20년만의 음주였다 한다. 젊었을 때 술에 빠져 지냈다. 30세때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물고 운전면허를 취소당하기도 했다. 40세 생일에 결단을 내려 금주를 하기 시작했다. 별 탈 없이 20여년을 견뎌 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여 제방이 무너지고 물바다가 된 날 밤 음주벽이 도졌다. 큰 술잔을 지칭하는 텍사스 사이즈의 잔에 위스키를 가득 딸아 단숨에 들이켰다. 이라크전이 수렁에 빠져 반전시위가 이어지는 때였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하락되고 있었다. 여기에 카트리나 너 마저라는 심정으로 들이킨 듯 하다. 부시가 술을 탐닉하던 시절 위스키를 택할 거냐 나를 택할거냐(It's Jeam or me.) 하던 부인 로라여사였다. 이날도 깜짝 놀라 그만 여보!(Stop, George!) 라고 외치고는 주벽이 도질 것을 걱정했다 한다. 오래 된 이야기다. 전 러시아 대통령 엘친은 보드카광이었다. 보드카를 너무 마셔서 정상회담을 펑크내기도 하였다. 보드카에 취해 보좌관을 한겨울에 강물에 밀어 넣기도 했다. 9월 중순에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술자리 성희롱이 뉴스를 장식했다. 지방으로 국정감사를 나간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받은 기관의 간부들과 술을 마신 자리였다. 국정감사를 하러 간 측이 받는 측과 그런 은밀한 술자리를 갖는 것도 노출이 되었다. 폭탄주를 마시지 않기로 다짐한 폭소회 회원이어서 더 흥미를 돋구었다. 올 3월에는 일본의 중의원 의원이 술로 사직을 했다. 나이 40세의 전도유망한 도쿄 출신 신세대 정치인이었다. 술김에 저지른 강제외설이 인생을 파멸시켰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맥주 서너병을 마신 다음 헤어졌다. 오전 1시 반 경 혼자 도쿄의 환락가 록뽄기에 있는 선술집에 들어 갔다. 남자 손님보다는 여자 손님이 많은 술집이라 한다. 거기서 섹시 짜항이라는 안주와 맥주를 시켰다. 섹시 짜항은 밥으로 여성 유방 두 개를 만들고 명태알로 유두를 만든 것과 소시지로 남자 성기를 만들어 내놓는 안주라 한다. 종업원 말에 의하면 그는 안주는 먹지 않고 맥주만 마셨다 한다. 바지 허리띠를 풀고 자신의 성기가 다 보이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한다. 무척 피곤해 보였다 한다. 한 15분 정도 앉아 있다가 1800엔의 술값도 내지 않고 그냥 나갔다 한다. 단골손님은 아니었지만 가끔 혼자 와서 앉았다 가곤 했다 한다. 선술집을 나서자 마자 일을 저질렀다. 지나가는 젊은 여성을 노상에서 끌어 나았던 것이다.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에게 강제외설로 체포되었다. 중의원 뱃지를 차고 있지 않아서 중의원 의원인지 몰랐다 한다. 순순히 시인하고 이튿날 오후에 석방되었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을 통하여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의원 사직서를 냈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사죄하러 돌아 다녔다. 앞으로는 일생 동안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이번 가을 총선거에서 낙선하였다. 정치생명이 끊어진 것이다. 남들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 보듯 할 내 처지가 아니다. 여름도 거의 다 지나가는 8월 26일 금요일이었다. 청주에서 세 사람의 저녁 모임이 있었다. 1989년에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같은 지역에서 의기가 통하여 친하게 지냈었다. 그 가운데 김 사장은 가끔 만나기도 하였다. 안부 전화는 자주 했다. 또 한 사람 이 원장은 16년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그날 기분이 참 이상해져 있었다. 집을 나설 때부터 가슴이 설레고 맘 놓고 한 잔 마셔야지 하는 기분이었다. 술 과음해서 실수하지 말라는 충고가 들어 올 틈이 없는 심리상태였다. 들떠 있었다. 초장부터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술을 마구 마셔댄 것이다. 술이 취하자 여주인을 불러 앉혀 놓고 음담패설을 하였다. 성폭언을 해 댄 것이다. 이 원장은 행패에 놀라 중간에 그만 돌아 갔다 한다. 김 사장이 간신히 수습해서 숙소까가지 데려다 주었다. 이튿날 해장국 먹으러 가자고 찾아온 김 사장을 볼 낮이 없었다. 추태를 벌인 이후 김 사장과 이 원장에게 아직까지 연락을 못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사과해야 하느냐만 곰곰히 생각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공자는 술이 한량이 없었으나 술주정은 일체 없었다 한다(唯酒無量이나 不及亂). 공자의 발밑에도 가지 못할 처지이다. 그저 절제하여 사람꼴 마저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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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 보는 글,,.입니다,,,~~평안 하소서..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