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⑨ 사찰과 다리
피안의 세계 구분하는 경계
우리는 산중에 있는 사찰을 찾는 도중 의식했든 안 했든 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산간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을 건너기 위한 시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속에는 세속과 피안을 구분 짓는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찰로 손꼽히는 경주 불국사를 살펴보자. 불국사에는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 등 계단 형태로 된 총 네 개의 다리가 있지만 정작 다리 주변에는 건너야 할 개울물이나 장애물이 없다. 여기에서 사찰의 다리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총 33개 계단으로 이뤄진 청운교와 백운교를 오르면 자하문이 나오고, 자하문을 통과하면 석가모니부처님이 모셔진 대웅전이 나온다. 역시 계단형으로 연결된 연화교와 칠보교를 올라 안양문을 거치면 서방정토를 관장하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전에 이르게 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부처님들이 머물고 있는 피안(彼岸) 세계와의 경계이자, 길목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순천 송광사 삼청교(三淸橋), 고성 건봉사 능파교(凌波橋), 여천 흥국사 홍교(虹橋) 등은 실제 물을 건너는 다리임과 동시에 이상향에 대한 동경심을 이름에 품고 있다.
이밖에도 피안교·극락교·연화교·칠보교 등 불교와 직접 연관된 이름의 다리와 삼청교·승선교·능파교·능허교·청운교·백운교 등 도교적 색채가 짙은 이름을 가진 다리가 많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칭해서 섭진교(涉眞橋)라고 부른다.
출처 : 금강신문(https://www.ggbn.co.kr)
[출처] 돋보기로 들여다 본 사찰 ⑨ 사찰과 다리|작성자 안동처사 택전 윤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