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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토와 한국의 포스터.
『 애프터 어스 』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원작 : 윌 스미스
평점 : 네티즌 6.7점, 전문가 3.7점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간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본인은 웬만한 영화는 집에서 혼자 감상하는 편이다. 하지만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 어두운 조명, 웅장한 사운드, 큰 화면, 높은 화질 등등이 절실할 땐 나갈 채비를 하는데, 사랑하는 SF나 판타지 영화가 개봉했을 즈음이 그렇다.
‘애프터 어스’는 본인이 영화관에서 본 마지막 영화다. 그럼 지난 3년 동안 대체 뭘 하고 지냈는가? 영화를 봤다. 집에서, 홀로. 영화관에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할까.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그랬을까? 글쎄.
-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 각별한 아들 사랑의 결말은……
『 할리우드 때려잡는 스미스 부자 』
윌 스미스. 할리우드 최고봉의 미남 배우이자 수준급 가수. 그런 와중에 머리까지 비상하다. 외계인을 죽빵으로 때려잡는 초인. 1968년 생으로, 40대 중반이지만 10년은 젊어 보인다…… 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출연작으로는 ‘나는 전설이다’, ‘맨 인 블랙 시리즈’, ‘아이, 로봇’, ‘행복을 찾아서’등이 있으며, 조만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나온다.
애프터 어스에서는 위엄 넘치는 레인저 대장 ‘사이퍼 레이지’를 연기하며, ‘행복을 찾아서’의 꼬맹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 제이든 스미스 – 키타이 레이지 - 와 함께 부자 관계로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시나리오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에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스미스 가의 이름값에 이끌린 수많은 관객을 그러모았으며, 본인도 그 중 하나였는데…
『 장대한 세계관의 허점, 3072년은 어떤 시대인가? 』
애프터 어스의 세계관과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대략 이러하다.
‘2018년,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멸망의 위기에 봉착한 인류는 모든 생명체의 목록을 보유하고 저장한 노아의 방주를 건조, 2072년 인류의 0.0000625%, 대략 45만 명만이 여섯 방주를 타고 지구를 탈출하여 새로운 행성, 노바 프라임에 정착한다.
3072년, 사고로 낮선 행성에 불시착한 레이지 부자는 그곳이 1000년 전 버려진 지구라는 것을 깨닫고, 긴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한 토착 생명체들과 우주선에 실려 있던 외계 생물 얼사가 그들을 위협해 오는데…‘
- 애프터 어스의 웹사이트. 세계관에 대한 자료는 여기서 구해 왔는데, 영화에서는 키타이가 길바닥에 누워 구구절절 설명해 준다. 쓸데없이 잘 만들었다는 느낌.
까마득한 미래의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했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를 가능한 한 웅장하고 아름답게 펼쳐 보이는 것은 SF의 가장 중대한 사명 중 하나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SF 장르의 영화는 어마어마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고, 관객 또한 자연스레 우주 함선이나 순간이동 차원문, 광입자 미사일, 자기장 방어막 등의 휘황찬란한 물건들을 기대하게 된다. 본인 또한 그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감은 산산이 깨져 버렸다. 애프터 어스는 1000년 뒤의 미래, 3072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SF다운 요소나 소품들은 거의 없다. 초반에 등장하는 노바 프라임의 모습에서는 절벽에 뿌리내린 형상의 도시와 레인저들이 입고 있는 쫄쫄이, 홀로그램, 빛나는 책, 날아오르는 우주선 등을 보여 줬으나, 영화의 본 무대나 다름없는 옛 지구는 – 끝없는 정글, 오직 그뿐이다. 때문에 이게 1000년 전의 과거인지, 1000년 후의 미래인지 가늠케 하는 요소들은 급격히 자취를 감춰 버리고, 본인은 그게 몹시 아쉬울 뿐. 무선 통신이나 산소 공급제, 방호복 같은 게 나오긴 하지만 이는 2000년대의 지구에도 존재하는 기술과 물건이지 않은가? 결국에는 장르에 무색한 영상만 즐비해진다.
- 그나마 가장 SF다운 장면. 그런데 이건 2000년대에 사는 옆집 스타크도……
『 그의 시나리오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
영화가 이처럼 퇴보하게 된 원인으로는 크게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는 윌 스미스가 직접 구상했다는 예의 시나리오가 몹시 단순한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불시착 중에 부상을 입은 아버지를 대신해 지구를 탈출해 노바 프라임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는 것. 그로 인해 영화 전반이 키타이 한 사람에 의존하게 되고, 사이퍼가 함께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영상의 7할 정도에 잡히는 얼굴은 키타이 하나뿐이다. 자연스레 관객들의 시선은 제이든 스미스에 고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 키타이 레이지가 멋지고 강력한, 절로 호감이 가는 캐릭터였더라면 또 모르지만 수많은 적과 충돌하면서 화려한 액션이 난무하기를 기대한 관객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런 연기를 소화해내야 할 윌 스미스, 레인저 대장은 영화 내내 피를 쏟고 신음을 흘리며 누운 채 아들에게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는 등의 간단한 지시만 반복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허점을 채워야만 하는 키타이 또한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 런타임 내내 반파된 우주선에 널브러져 말 한 마디로 아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윌과 그에 반항하다가 다섯 번쯤 죽을 뻔 한 질풍노도의 제이든. 역시 부모님 말씀은 뭔가 아니다 싶더라도 일단 듣는 게 좋다.
또한 인간을 배제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한 지구의 괴생물체들은 몇 종 등장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도 진화라기보다는 단순한 거대화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새 같은 경우엔 키타이가 새끼들을 지켜 주기 위해 싸우자 후에 동사할 뻔한 것을 구해 주고 자기가 죽는다. 이에 피와 뼛조각이 튀기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긴박감 넘치는 전투를 원했던 관객들의 관심은 우주선에서 탈출한 괴물, ‘얼사’에 집중됐는데, 그마저도 설정이나 외관에서 빈틈을 여럿 드러내 버린다.
- 새끼도 모자라서 본인까지 죽은 불쌍하기 짝이 없는 친구. 사실상 최대 피해자.
『 우주 괴물 얼사, 뭐 하는 녀석인가? 그리고 키타이는…… 』
얼사는 노바 프라임의 토착 포식종으로 난폭하고 지능이 높아 레인저의 주적으로 등장하는데, 시각이 없어 생물이 공포를 느낄 때 내뿜는 페로몬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다고 한다. 초반에 강력하고 두렵기 짝이 없는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는데, 페로몬은 방호복을 입으면 차단되고, 애초에 얼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맨몸에 칼 한 자루만 가지고도 가볍게 도륙할 수 있다. 이러한 무념의 경지를 ‘고스팅’이라 이르는데, 사이퍼가 바로 이 타입. 괜히 대장이 아니다. 부상을 입기 전에 얼사 무리를 학살함으로써 부족한 액션을 충당하고 대장의 진면목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한편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음에도 얼사의 육체는 썩 강한 편이 아니라서 굳이 고스팅을 하지 않더라도 활이나 총이 있으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인류는 원거리 무기를 멀리하고 구태여 칼이나 도끼 같은 근접 무기만 사용하는데, 우주 생물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이 드러나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정은 키타이도 별반 다를 바가 없기에 얼사와의 마지막 혈투에서는 검을 뽑는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선택이라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나 오히려 그로 인해 비장한 표정으로 손가락 몇 번 까딱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장면을 귀하기 짝이 없는 액션 신으로 바꿔 냈다. 어떻게 보면 영리한 것 같기도……
- 이상한 데서 노숙하는 윌 스미스 닮은 애를 깨워도 준다. 알고 보면 착한 친구. 생긴 것도 우주 괴물답지 않게 나름 귀엽다. 하지만 은혜도 모르는 놈에게 칼빵을 맞게 되는데……
『 성적표, 두려운 그 이름 』
이러한 평가는 다른 데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2013년 최악의 영화라는 평이 지배적. 동시에 윌 스미스는 배우 인생 최대의 흑역사를 경신하고 만다. 제이든 스미스 또한…
아주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낚시나 다름없었다. 필요 이상으로 욕을 먹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타트랙 다크니스’와 ‘분노의 질주’ 등에 완전히 밀려났으며, 이러한 총체적 난국으로 인해 상영관도 급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영화관에 일주일만 더 늦게 갔더라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읊어 보자면 원래는 1000년 후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배경이었다. 촌구석으로 사냥을 떠났다가 조난당한 것이 초기 설정이었다고. 차라리 원래대로 갔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은…… 1억 3000만 달러. 할리우드는 통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수익은 2억 4000만 달러를 근소하게 넘어서 결과적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 와중에 홍보비가 1억 달러였다는데, 별 이득은 없지만 손해를 안 봤다는 게 어딘가?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상은 여럿 탔는데,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 2013년 최악의 남우조연상
- 최악의 콤보상
- 최악의 남우주연상
윌 스미스야 쌓인 경험치가 있으니 그렇다 쳐도, 제이든은…… 아마 한 달쯤 밤마다 이불을 찰 정도로 크게 기뻐했을 것이다.
『 윌 스미스는 윌 스미스일 뿐… 』
걱정하지 마시라! 윌 스미스가 출연한 영화는 넘쳐난다.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액션을 원한다면 ‘맨 인 블랙’을, SF를 원한다면 ‘아이, 로봇’을 권한다. 뭐가 됐든 애프터 어스는…… 음, 소장만 하시길.
* * *
끝입니다. 이게 두번째인데, 뭔가 오래되고, 수상쩍고, 재미없기로 소문난 물건들만 다루는 것 같아서 좀 불안하네요. 윌 스미스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한 분입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아무리 이상한 대사를 내뱉어도 뿜어져 나오는 그 멋짐이란… 하지만 애프터 어스에서는… (중략)
재미나게 읽으신다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더 좋고요. …권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행복한 새해 되십쇼.
첫댓글 처음부터 기대도안했지만
우연히 봤더니 역시나더군요
윌스미스의 흑역사...
대단했죠ㅋㅋㅋㅋ 이 뒤엔 무서워서 영화관에를 못 가는...
유투브에서 전투씬만 봤는데도 영화 전체가 보였습니다..
그 전투 씬이 이 영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알맹이였다... 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저는 표 값도 모자라서 팝콘에 콜라까지 죄다 준비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