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월인데도 한낮의 내려 쬐는 태양볕은 거리를 쏘 다니는 사람들에겐 발써 여름이
다가 왔다는 걸 실감케하는 날씨가 며칠 계속되었다.
그 날도 출장 업무를 마치고 막 시내를 벗어 날 즈음에 문제의 슈퍼 마켓트가 서향으로 위
치한지라 지금 시간이면 보도 블럭 위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따가운 햇살에 대책없이 방치
되어 있을 두 마리의 시베리언 허스키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코인 커피도 한잔 할 겸 해서 한가한 도로변에 차를 세우니 아니 개가 보이질 않았다.
동전 바꾼다는 핑계로 슈퍼로 들어 가니 사자 머리를 한 슈퍼 아줌마는 늘상 그러하듯 디비
져선 멀리 벽에 붙은 티비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오랫동안 두리번 거릴 필요도 없었다. 자그만 도로 건너는 아직 개
발이 안되어서 대부분 공터로 남아서 그냥 동네분들이 채마밭으로 이용하는 것 같은데 채마
밭 입구 도로변에 판자 조각으로 엉성하게 지어 올린 개집이 두 채 보였다.
닭장은 공중에 띄워서 짓고 개집은 그냥 바닥에 지어 주는 게 우리네 상식인데 닭장처럼
네 구퉁이에 각목으로 다리를 세워서 개집을 짓곤 앞 쪽엔 철망을 넓직하게 붙여 놓았다.
멀리서 내부를 힐긋 들여다 보니 탐스런 꼬리털이 유난히 밝아 보일 뿐 아무런 미동도 없
이 그냥 누워서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날 집에 돌아 와선 탄천이 쪄르르르 하게 내려다 보이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거푸 두 대
를 빼어 물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이 한 몸 희생을 하여서 두 몸을 구원키
로 굳게 작심을 하였다.
작은 소반에 냉수 한사발 올리고 향 하나 사루면서 제불 보살님과 천지 신명께 무운 장구
를 비는 의식을 엄숙하게 치루면서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를 읽어 내려 갈 적엔 하늘도 감복
하고 산천도 흐느껴 우는 듯 했다.
작전명은 다이너마이트로 정하고 디데이는 칠흑같은 그믐밤을 택했다.
오 밤중에 불곡산에 올라 유사시를 대비하여 마련해 둔 비트( 비밀 아지트란 속어인데 지
리산 남부군들이 주로 사용하였음.)에서 몇가지 장비를 챙겨 들고 내려 왔다.
군 특수 작전이나 낚시 그리고 노가다판은 장비 단도리(준비)가 승패를 결정 짓는 가장 중
요한 요인이다.
...........다이너마이트 작전용 장비 리스트.......................
1. 미국 벅크사에서 제조한 코멘도용 대검 한자루. (영화 람보에서 실베스터 스텔론이 갖고
놀던 칼을 연상하문 됩니다.)
2. 유효 사정거리가 칠미터이고 반자동으로 칠연발이 가능한 깨스권총 한자루.
3. 야간 투시를 위한 적외선 렌즈 한셋트.
4. 경찰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기 충격봉.
5.스위스 빅토리녹스사에서 제조한 멕가이버칼 두자루.
6. 나침판과 오만분지 일 군 작전용 지도 한부.
7. 절단기와 공구 셋트 일체.
8. 딸 년이 쓰다 버린 밴드 스타킹 한쪽.
9. 퇴로가 막혀 서운산에서 게릴라전을 대비한 왕뚜껑과 김치사발면 여러 개.
10.항시 휴대를 하는 일반 장비는 지면상 생략함.
만물이 잠든 한 밤중에 차 시동 거는 소리가 몹시도 요란하게 들렸다.
슈퍼 마켓 전방 백미터 지점에 차를 은페시키고 잽싸게 장비를 챙기고 마지막으로 밴드 스
타킹을 머리에 뒤집어 썼다.
공격개시선에서 신속하게 몸을 구부린 자세로 돌격선까지 이동을 하였다. 스타킹 사이로 약
간의 육수가 흘르는 걸 개의할 여유는 물론 없었다.
돌격선에서 심호흡을 한 뒤엔 낮은 포복으로 십여 미터를 기어 가니 청각이 예민한 허스키
가 낮은 소리로 길게 으르릉 거린다.
입에 손꾸락을 갖다 대면서 안심을 시키니 이 밤중에 형이 무신 일로 찾아 왔냐며 반갑게
맞는다.
사주 경계를 하면서 오늘 밤 너희 둘을 생지옥같은 이 철창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며 절단기
로 막 철망을 뜯어 낼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눈동자가 하얀 암스키가 오빠 잠깐 하면서 일
차 제지를 한다.
이 곳에서 나와선 우리 둘은 오빠네 집에서 살게 되냐고 한다.
송충이 등뼈 분질러 지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가물치 콧구녕 만한 아파트에서 너희 둘
을 키우다간 이웃 주민들의 원성으로 비명 횡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했다.
숫스키가 묻는다.
우리가 이 철창을 벗어 나는 순간, 거리를 무작정 헤매이면 첫째로 개도둑넘 눈에 띄어서
쇠갈쿠리에 걸려 들어 그 날로 멍탕집 식탁에 올를 터이고 운 좋게도 그런 불행을 모면했다
손 치드래도 당장 무얼 먹고 어디서 잠을 자냐고 묻는다.
오빠가 볼 적엔 슈퍼에서 디비 누워서 잠이나 자는 사자 머리 아줌마가 몰 인정한 사람 같
아 보이지만 우리에겐 고맙기 그지 없는 분이야.
사료도 몇 푼을 더 주고 고급으로 사 오시고 잊지 않고 목욕도 제 때 시켜 주시며 행여
병이라도 날 까 해서 가축병원에도 수시로 들락 거리면서 예방 주사도 놓아 주시거든.
물론 아줌마의 최종 목표가 내가 임신을 하여 많은 새끼를 낳아 주는 것이어서 그러한 배
려를 하는 것을 우린들 모르는 바는 아니나 우리는 그러한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덕분에 오
뉴월 염천에 논바닥에 끼집어 들어 가서 모내기하는 그러한 엄청난 수고 한번 안하고 이런
캐빈에서 편하게 누워서 주는 사료나 묵는 말 그대로 개팔자 신세가 아니냔 말이야.
옆에 있던 숫스키가 마지막으로 첨언을 한다.
형도 이젠 나이도 그만하니 이런 동키호테같은 짓꺼리 그만 하시고 과년한 따님 혼사 비용
마련에나 신경을 쓰시라고 하면서 내가 머리에 쓰고 있던 적외선 투시경을 만지작거리더니
우리를 진정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음에 올 적엔 이 걸 판 돈으로 개껌이나 몇 통 사
오라고 한다.
칠흑같은 오 밤중에 개님들이 사시는 캐빈(오두막) 아래 쭈구리고 앉아서 부처님 말씀같은
견음을 듣고 난 확철 대오를 진정코 했다.
예상 도주로를 두 곳으로 사전에 정해 두었지만 별 무 소용이 없는 지라 평소에 달리던
지방도로로 아무런 생각없이 차를 몰았다.
모내기 할려고 물을 가둬 둔 논빠닥엔 왼통 개구리 판인 모양이다. 투시경으로 내려다
보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 발광이다.
내 유일한 취미인 노상 방뇨를 즐기면서 벽력같은 법문을 내렸다.
이 멍청한 와군(프로그,깨굴락지)들아 내가 볼적엔 너희들 모양새가 한결같이 똑 같아서
시장바닥에서 채소 골르는 일처럼 짝을 찾는 일이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무신
연유로 이 밤중에 이리도 시끄럽게 울어 대면서 그 난리를 치느냐고 하니
와군 왈. 개뼊따귀같은 소리 그만 하고 당신 볼 일이나 보구 가시라고 한다.
허벅지 싸이즈와 툭 불거져 나온 눈 뜨바리의 돌출 여부가 얼마나 많은 섹시미를 연출하느
냐 하는 고차원적인 심미안이 없는 당신으로선 우리들의 세계를 이해할 바가 아니라고 한
다.
동네에 들어 와선 기분도 씁쓸하고 해서 24시 편의점에 들어 가서 참이슬 두빙과 새우깡
한 봉다리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가서 만원 지페 한장을 내어 미니 주인 아줌마 인듯한 분
이 약간 아래도 처진 듯한 눈꼬리를 옆으로 살짝 내려 깔면서 돈은 무신 돈이냐고 하면서
연신 내 눈치를 힐금거린다.
남자가 보는 순간 몸이 얼어 붙을 것 같은 여성상은 조각상같은 그레이스 케리 같은 여배
우일 것이라고 생각하문 큰 오산이다.
눈이 톨스토이의 부활에 나오는 비련의 여인 카츄샤처럼 약간 사시이면서 편의점 아줌마
눈 같이 눈꼬리가 아래로 약간 처지면 금상 첨화이다.
그리고 진정 사랑하는 분 앞에 서면 항상 걸음을 옆으로 배실 배실 걸으면서( 양념 게장
처럼) 가끔 한마디씩 헐 적엔 늘상 코멩멩이 소리를 하문 딱이면서 똑이다.
글구 이 카츄샤가 내 수중에 걸려 들면 시장 바닥에 놀러 갔다가 새끼줄을 무심코 집어 들
고 집으로 들어 오니 새끼 끝에 누런 암소 한마리가 달려서 온다는 것 처럼 권리금 꽤나 나
가 보이는 이 편의점이 함께 내 손바닥에 들어 올 수 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는 가 말이다.
재수 좋은 넘은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리고 물구뎅이에 쳐 백혔다가 허부적거리면서 끼 집
어 올라 오니 주머니 마다 붕어가 항거석 들어 있다고 하더니 ( 요강 꼭지나 가지밭에서 오
줌 누는 예는 우리 카페의 격조 높은 분위기 땜에 굳이 거론치 않겠음) 드디어 오랜 불공
끝에 그 영험이 진가를 드러 내는 심도 있는 날이 내 눈 앞에 다가 왔음을 직감케 되었다.
물하고 정자는 좋은데 반석까지 좋으면 어떨까 해서 카운터 때문에 살짝 가린 몸매를 예
리하게 살피기 위해서 내 몸을 약간 앞으로 다가 가니 이제는 나의 넘치는 카리스마틱한 남
성미에 서 있기 조차 힘이 드는지 어마마 하면서 카운터 아래로 주저 앉아 버린다.
그제서야 카운터 뒷편에 있는 코너 도난 방지용 오목 거울이 내 눈에 들어 오는데 터미네
이터 복장에 땅딸이 이 기동씨 처럼 스타킹을 뒤집어 쓴 한 가련한 인물이 새우깡 봉지를
흔들고 있었다.
꽁지가 빠지게 달려서 집으로 돌아 와선 생수 한병을 나발 불었다. 트림이 꺽하고 나면서
속이 시원해 졌다.
그날 이후로 찬물을 마셔서 인지 나도 정신 마니 차리게 되었다.
돌삐 합장드립니다. 까꿍!
카페 게시글
불자님 글방
은인 자중 끝에 드디어 거사를 결행하다.
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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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14 13:3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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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돌삐님 복 많이 받으십시요... 일장춘몽에 비유될 만큼 너무나 많은 인생을 갑자기 살다가 갑니다......()
거사님 오늘 하루 특히나 행복하시고 좋은인연들 함께 하십시오. 어여쁘신 따님도 언젠가는 뵙겠지요.......신심..정진..원력 아자아자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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