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금수산 등산
지난 주 토요일(2017년 4월 29일, 토), 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요즘 학기 중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통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함께 등산했던 사촌동생이 산행기를 썼다기에 그 글을 올린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지난 연말 서울우유 거창 공장으로 내려온, 내 한 살 아래 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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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희태
수도권 사촌 일부와 경남권 사촌 3명 등 6명이 중간 지점인 단양에서 뭉쳤다.
거제에서 출발하여 마산과 대구에서 형들을 픽업하느라 수고한 동생(거제 삼성중공업 상무)은 단양 한화콘도에 형들을 내려주고는 곧바로 분당 차병원에 입원 중이신 부친을 뵙기 위해 올라가 금수산 등산은 나머지 5명만 하게 되었다.
여기서 큰 뉴스는 등산은 물론 운동과는 평생 담쌓고 지내며 술만 끼고 살아온 외사촌 형(경남대 교수)이 자의도 타의도 아닌 우연 내지는 운명의 농간으로 산행 길에 나서게 되었고 게다가 정상도 찍고 하산까지 안전하게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형이 등산을 하게 된 사연은 실은 이러하다. 형은 처음에는 산에 오를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우리가 산행을 하는 동안 콘도 방에서 혼자 쉬고 있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등산을 시작할 시점과 콘도 체크인 시각의 불일치로 형이 2 시간 가량 혼자 시간을 때워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 되자 일단 산행 출발 지점까지만 같이 가자고 하였고, 이른 점심 때 반주로 몇 잔 마신 술기운 탓인지 조금 올라가보는 데까지 가보다가 힘들면 알아서 뒤돌아 내려오겠다고 시작한 발걸음이 그만 유쾌한 족쇄가 되고 만 것이다.
처음에 대략 100보 걸음에 10분 쉬기를 거듭하면서 시작한 산행이 갈수록 쉬는 간격은 길어지고 쉬는 시간은 짧아지면서 산행에 탄력이 붙는 듯 하더니 이윽고 정상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총 산행거리 4.8 km에 소요 시간은 5시간 10분 가량으로 1시간에 930m 거리를 소화하는 거북이 산행을 모처럼 즐겼던 것이다.
등산은 때로는 산우들과 속도전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이날처럼 가까운 지인과 산에 오래 머무는 그 자체를 즐기는 재미도 있는 법이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의 자연치유력을 일깨워준다. 이를테면, 자연은 찾아주는 방문객의 스트레스를 낮춰주는가 하면 NK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 방문객이 지불해야하는 대가는 오직 땀 흘리는 수고뿐이다.
암튼, 기대치 못한 큰 외사촌 동반산행 덕분에 모처럼 산행거리에 비해 긴 시간 산에 머물며 마음껏 자연을 호흡했기에 처음 본 야생화, 매미꽃, 홀아비꽃대, 노루삼, 매화말발도리 등과의 만남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산행했는지 그 사이에 분당에 올라갔던 사촌동생도 돌아오고 인근 제천에 사시는 모계 5촌 당숙도 합류하셨다. 아저씨 덕분에 kg당 17만원 하는 쏘가리 회를 처음 경험하는 호사도 누렸다. 민물 회 육질이 바다 생선보다 쫀득쫀득한 게 놀라웠다.
우리 사촌들의 특별한 모임을 더듬어보면 2001년 외사촌 여동생 소연이 결혼 축하연에 이은 가평 풍림콘도 모임, 4년 전 파주 우리 집 집들이 포트락 모임, 3년 전 북한산 구기동 모임, 작년 1월 양평 한화콘도 모임, 작년 11월 보은 구병산 펜션 모임, 올 4월 1일 외사촌 동생 홍중이의 출국 환송모임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이런 모임과 사촌 간의 돈독함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꽤나 특별해 보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모 세대가 서로 간에 있었을 수도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을 잘 극복해 온 결과 덕분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우리 사촌들은 총 20명인데 이 중 넘버 1, 2는 안타깝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큰 외사촌이 넘버 3, 내가 넘버 4이다. 외사촌 형이 우리 사촌 모임의 중심인 셈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평생 술을 즐겨온 반면, 운동을 멀리한 결과 대사질환증후군에 해당되어 각종 성인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여겨온 사촌이 오늘 함께 산행을 해낸 것은 정말이지 쇼킹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소박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일과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번 산행이 모멘텀으로 작용하여 외사촌 형이 산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자연이 선물하는 자연치유력의 신비를 체험하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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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후 나의 소감
앞으로 1000m 이상의 산에는 절대로 다시는 안 간다!!!
첫댓글 교수님~! 애견/묘인이 되신것 처럼 산악인도 그리되신 것인지요?.. 축하를 드리는 의미에서 교수님의 말씀을 받들어 우리나라 1000m 미만의 산을 찾아보았습니다.
감악산, 강천산, 계룡산, 공작산, 관악산, 구병산, 금산, 금오산, 금정산, 금오산, 내연산, 내장산, 대둔산, 대야산, 수덕산, 도락산, 도봉산, 두륜산, 마니산, 마이산, 명성산, 모악산, 무학산, 미륵산, 방장산, 백암산, 백운산, 변산, 북한산, 삼악산, 서대산, 선운산, 성인봉, 소요산, 연화산, 오봉산, 용화산, 운악산, 월출산, 유명산, 응봉산, 조계산, 주왕산, 지리산, 천관산, 천마산, 천성산, 천태산, 청량산, 추월산, 축령산, 칠갑산, 팔봉산, 팔영산, 화왕산, 희양산, 등
이게 웬 선물? 그러나 저는 낮은 산이라도 자주 갈 생각은 별로 없거든요. 어쨌거나 그 수고에 감사!!!
ㅎㅎ
산을 이리 무서워하시는 줄 몰랐네요.
그래도 정상탈환을 축하드려요.
눈 앞에 산이 있으면,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