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밭에서 일하다가 쉬면서 틈틈이 딸기를 따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먼지만 입으로 불어 털어내고 먹는 맛이 상큼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키운 것이라 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동갑내기인 보광약국 송약사도 가끔 출근길에 차를 몰고 들어와 제 것인양 몇 개씩 먹고 갑니다. 이곳에 내려와 그 다음해 봄에 몇 가지 과실나무 묘목을 심었는데 3 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 열매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제는 잘 익은 앵두를 땄습니다. 아다시피 앵두는 보기에는 예쁘나 맛은 그렇고 그렇습니다. 몇 개를 먹은 아내는 나머지 모두를 인터넷을 뒤져 앵두술을 담갔습니다. 과연 어떤 맛일까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올해 첫 열매를 맺은 오디를 땄습니다. 오디는 아마도 국민학교 시절 외갓집에서 먹어보고 처음 인것으로 기억됩니다. 국민학교를 시골에서 마친 아내도 오디를 보고 환호했습니다. 오디를 먹으면 아무리 조심해도 파란 잉크색의 오딧물을 옷에 묻히게 마련입니다. 아내는 옛 추억에 취했는지 내가 대접 절반 가까이 가져온 오디를 혼자서 다 먹었습니다.
이렇듯 제 철에 먹을 수 있는 것을 내가 키운다는 사실이 즐겁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제 철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과일을 먹을 수 있습니다. 겨울에 수박을 먹는 일도 아주 쉽습니다. 나는 가끔 농담반 진담반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과일을 먹게 된 것이 옛날에 비하여 효자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동화에 보면 노모가 병이 들어 한겨울에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하자 효자는 온 산을 헤메고 산신령의 도움으로 결국은 얻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제는 엄동설한에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니 효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인지도 모릅니다. 제 철에 제 것을 먹는 것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