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입니다.
겨우내 차가웠던 바람이 봄과 함께 새싹 같은 아이들을 우리 학교로 데려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도가 넘는
더운 바람이 여름을 몰고 왔습니다. 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계획서 작성, 세부 추진계획 수립, 가정통신문 발송, 신규교사 연수, 담임교사 연수, 가정방문,
학부모 상담, 학생상담, 사례회의, 지역기관 협의회, 공동사업 추진, 강사 오리엔테이션, 복지프로그램 진행까지 하루에
진행되는 일이 몇 개인지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아이들을 맞이하고, 맞이하고... 학생 상담하고, 학부모와 통화하고, 담임교사와 협의하며 사례관리를 시작하면 잠깐이랄 것도 없이 오후 프로그램 준비에 가정방문에 그리고 행정업무를 합니다. 퇴근 후에는 지역기관에서
공동사업을 진행하느라 학부모님과 아이들을 맞이하고 사업 진행하고, 그리고 나서야 하루의 업무가 끝이 납니다.
이런 업무가 저는 그래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배움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부모님이 자녀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그래서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힘을 주는 이 교육복지가 저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십 수 개의 기안을 올립니다. 그걸 결재하시는 분들은 제가 별도의 교실에 있다는 이유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그 말은 농담보다는 인격 모독에 가깝게 들립니다. 저의 고유 업무인 가정방문을 나가려고 하면 출장이 왜 이리 많냐고 하시며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지역공동사업은 우리 학교만의 사업도 아닌데
왜 굳이 거길 가냐며 출장은 여비부지급으로 올리라고 하십니다.
‘가정방문’과 ‘지역 연계’ 업무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필수과제이면서 올해부터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직무 통계로
매월 공식 보고되고 있는 저의 고유 업무입니다. 저의 고유 업무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저소득 관련한 공문들은 묻지도 않고 무조건 저에게 보내고, 다문화, 새터민은 사업 대상이니 관련 업무도 하는 게 맞다고 하며 업무를 넘기실 때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저를 수퍼맨, 수퍼우먼이 되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연관 업무라 하여 학교 업무를 통째로 넘기시는 경우가 있는데 정작 학교 평가 때나 공적조서를 쓸 때 우리 사업을 실적으로 챙겨가는 모습이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들만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학생들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고 모든 직업이 다 소중하다고 가르치며, 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가르치는 분들은 그렇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모두가 교사가 되고 의사, 변호사, 정치인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는 그런 직업을 가질 거고
또 누구는 저희와 같은 비정규직이 되겠지요.(교육공무직이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나이스에 엄연히
비정규직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비정규직이어서 이런 차별을 받는 제가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 직업에
귀천이 없고 그 모든 일이 종사하는 사람들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사회 통념에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가르치겠습니까?
저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인 저는 우리아이들이 가난하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가난을 이겨내도록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직업에 관계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그런 저의 업무가 폄하되고 비정규직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가난을 이겨내도록 보탬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싸웁시다. 6월 29일, 30일 총파업에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