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2014.04.28 00:31:39
뉴스 영상은 사실만을 중립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은 부질없다.
그런 뉴스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구역에서 같은 사건을 취재하더라도 모든 기자가 같은 내용으로 수집될 수 없다.
사건에 대한 정보는 완전한 객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환경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사건도 기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교육경험과 문화적 배경지식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고 재가공 된다.
TV의 뉴스보도에서 영상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뉴스 영상에 대한 오해다.
뉴스 영상도 사람이 찍고 사람이 편집하는데
어떻게 뉴스제작자의 미학적 판단이나 취향이 개입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실질적으로 가장 치열하게 영상미학의 원리를 적용받는 분야는 뉴스이다.
뉴스 화면이 내보내는 화면의 분위기나 선택된 장면들,
그리고 앵커의 표정과 어조에 따라 대중들은 사실에 대해 가치평가를 한다.
그러므로 사건에 대한 가치평가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든 미학적 조작요소들을 제거한 듯이 보여줘야 신뢰받는 뉴스프로그램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물론 수신자인 대중 각각 또한, 개인적으로 형성된 환경과 가치관에 따라 주어진 정보를 재조합한다.
그러나 수신자들은 일차적으로 제공된 정보에 의존하여
자기의 가치판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므로 보여주거나 보여주지 않거나,
또는 어떻게 보여주고 들려주느냐를 결정하는 뉴스 영상의 선택적이고 미학적인 태도는
대중의 사건에 대한 가치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기본적인 영상작법으로 출중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외신 뉴스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이 영상은 통상적인 뉴스 한 꼭지의 길이인 1분 39초이며
세월호 사건 4일 만에 선박 내부의 실종자들을 팽목항으로 이송해온 첫날에 제작되었다.
4월 20일에 CNN에서 송출된 뉴스의 영상이다.
Children's bodies recovered from ferry -CNN
이 뉴스 영상에 포획된 장면들은 취재카메라가 현장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음을 알려준다.
모든 장면은 뉴스제목의 주요 어휘인 'BODIES'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거나 설명하지는 못한다.
제한되고 추측할 수 있는 장면들만을 보여준다.
뉴스제목에 의한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인서트 급의 화면만으로 구성된 푸티지(Footage) 방식이다.
카메라는 트라이포드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컷은 픽스되어 있다.
풀샷부터 클로즈업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이 사건과 관련하여
시스템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경찰의 표정과 시스템으로부터 방치된 유족들의 울음이 교차한다.
신중하게 숏사이즈와 앵글을 결정했고, 어깨너머로 보이는 장면, 구급차 유리에 반사된 장면 등,
간접적인 시점으로 현장을 채록했다.
이것은 '무엇이 보이느냐' 보다는 '어떻게 보이느냐'에 치중한 영상스타일이다.
지금 보이는 컷과 전, 후에 배치된 컷들과의 시점을 180도 원칙에 따라 일치시키고
더블 액션의 편집점을 정확히 나누었다.
이렇게 편집의 연속성을 자연스럽게 유지함으로써 짧은 영상임에도
관람자들에게 순간적인 몰입을 제공한다.
이 뉴스 영상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장면요소는
폴리스라인을 움켜진 손과 저벅거리는 발자국 소리이다.
슬픈 감정을 조성하는 단조 풍의 음악과 같은 효과는 제거되어 있다.
이러한 영상구성은 사건 현장을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고, 냉정하게 파악하게 한다.
그러나 세상의 관찰자로서 그리고 해석자로서의 뉴스제작자가 보는 비극의 뉘앙스도 포기하지 않았다.
경찰과 유족들의 눈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같은 장소에서 부대끼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팽목항의 배후에서 시스템을 조종하는 세력에 의한 것임을 은유한다.
기자의 해설은 중간마다 단절되었다 이어지며, 그 공백을 무거운 현장음이 채운다.
운구하는 발걸음 소리, 텐트 내부에서의 소리, 지나가는 선박의 고동소리 등이
영상의 장면을 입체적으로 공감각화한다.
그 현장음의 여백 때문에 기자의 해설은 조였다가 풀리듯이 더 잘 들린다.
기자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누구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목소리에는 면역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텐트를 떠납니다. (중략) 또 누군가의 아이가 텐트로 실려 들어옵니다.
13명의 아이가 돌아왔습니다. 200여 명은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슬프다거나, 처절하다거나, 마음이 아프다거나, 형용사적인 수사가 배제됐다.
누군가 텐트를 떠나고 누군가 텐트로 들어온다는 짧은 구성은 절대로 단순치 않다.
나열형 서술이 아니다. 세상이 공감할 스토리다.
느리고 차분하게 사실관계만을 설명하지만,
그 설명의 마지막에 실종자의 숫자를 언급함으로써 사건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지시킨다.
KBS 뉴스9 (2014.04.20)
먼저 소개한 영상이 CNN으로 송출된 같은 날 방송된 공영방송 KBS의 9시 뉴스는 대조적이다.
컴퓨터그래픽과 크로마키, 원격생중계 등 각종 첨단영상기법을 동원하여
시청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앵커와 기자의 설명은 공백 없이 계속 이어진다. 특별 편성되어 1시간 40분 동안 보도되었다.
앞선 CNN 뉴스보다 무려 60배의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줬다.
이 많은 개별 꼭지들과 전체적인 맥락이 꿰뚫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한국의 뉴스가 희생자의 슬픔을 전하는 방식은 24분 50초를 전후해서 볼 수 있다.
대조적인 차이가 있으니 어느 쪽이 특별히 우월한 방식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뉴스가 의도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또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날의 뉴스를 평가함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이날 새벽에 유족과 경찰은 대치했었고,
9시 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중파에서는
이 대치 상황이 아주 짧은 단신(56분 30초 부근 언급수준)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이다.
이날의 머리기사는 느닷없이 공개된 진도 VTS와의 자극적인 교신내용이었으며,
선장과 선원의 비밀탈출 경로가 구체적으로 두드러졌다.
뉴스의 앵커는 아무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지만,
뉴스의 시청자들은 이날부터 누구에게 분노를 퍼부어야 할지 방향을 지시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뉴스 말미에는 유언비어에 대한 경계를 시청자에게 당부했다.
영상의 제작, 송출, 수신 과정에서의 인코딩과 디코딩은 시스템에 의존한다.
그 시스템은 기술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의식과 무의식을 장악하는 시스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뉴스가 왜곡되게 보도한 한 것을 시청자가 원래의 사실로 복원하여 판단하기는 어렵다.
서두에 밝혔듯이 사건의 모든 사실을 중립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뉴스 영상은 존재할 수 없다. TV 보도 영상의 정보선택과 영상미학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며, 옳고 가치 있게 사용되어야 한다.
http://www.pressby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20
첫댓글 참말로 이상합니다.
미, 영, 독, 불, 일 등 많은 나라에서 박근혜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언론들만 이 정부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의 비판대상은 엉뚱한데로 흘러갑니다..
언론매체들의 현란하고 감쪽같은 또다른 사기술입니다...
문단 나누기를 몇군데 더 해주시면
독자들이 읽기에 더 편하겠네요.
@정론직필 넵
국가주의 파시즘의 망령이죠.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란...
각자의 위치와 관점에서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며 바라보고
이런 다양한 입장들을 비교 검증하면서 사실성과 객관성을 찾아가는것인데
우리나라에는 보도지침이란것이 있죠.
즉 국가안보를 구실로 방송통제를 하는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방송심의위원회라는 것을 두어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다보니
모든 뉴스의 맥락이 획일적일수밖에 없는것입니다.
또한 먹고사니즘에 의한 자기검열까지(주변 눈치보기)
ㅎㅎㅎ
파시즘의 망령이 어디까지 파고들었나 하면..
대개의 한국인들은 다양한 해석과 입장을 매우 불편해합니다.
즉 개개인의 개별적인 판단을 두려워하여 보류하고(애매모호한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걸 좋아하지요)
전체집단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집중하지요.
이런 모습들은 비단 직장이나 군대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파시즘의 폭력에 굴복한
비굴한 노예의식이라고 봅니다.
@아놔 키스트 박정희 향수도 그런 세계관에서 기인한다고 봐야겠지요..
국가의 비호아래 자생하는 주류 언론의 생존시스템 역시 왜곡과 획일화의 주된 부분이겠죠..
아놔님의 주옥같은 댓글,,더블로 감사합니다...
@아놔 키스트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모습의 원인! 대단히 정확한 표현이십니다. 댓글로 남기기 아까운 내용이네요.
어무개처럼 욕설을 퍼붓거나....또는 한국 찌라시 방송들처럼
마치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방식이.....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진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 보다는 오히려 더욱 냉정하게.....담담히 보도해주되
그러나 개개인들의 감상적 감정들만을 나열식으로 보도하기 보다는
전체적 흐름 또는 사회적 시스템을 도대체 누가 지배하고, 나아가
대중적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시청자들이 깨닫게 해주도록 해주는 보도가 더욱 가치있는 보도겠지요.
철저히 계산되고 가공된 언론보도는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주입받았던 교육과 일맥상통 하겠지요..결국 어떤것이 옳바른 방향인지는 정답이 없다고 보여집니다..어떤 사건의 판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손익계산을 하기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수가 없지요..중요한것은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거라 봅니다
아주 동감합니다,.,,,
현재 이 나라 언론의 현실을 꿰뚫는 글이네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 = 영상찌라시도 같은 맥락에 있지요.
그럼요,, 아놔키스님이 지적하신데로 영상심의위원회가 그런 주역을 담당하고 있지요..
목적은 오직하나,,,, 이념화를 바탕으로한 정권유지 및 기득권세력의 안정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국에서는 산수 문제를 "1+9=?"라고 내지만, 핀란드에서는 "?+?=10"이라고 낸다고 합니다.
생애 첫 지식 활동을 답 하나만 내도록 종용하는 사회다 보니
회의하는 이성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생살이 답은 하나밖에 없음을 강요하는 사회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ryungol 님 댓글을 그동안 많이 봐왔지만
참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해박하시고 년륜에서 묻어나온듯한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표현에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맞습니다.경쟁체제를 집요하게 유도하고 고집합니다.식민지교육의 일환이지요.우민화 교육..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쎄말임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묻고싶은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