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뉴런
봄빛이 창문 틈에 끼여 헐떡거리던 거실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강남스타일 노래에 아빠의 말춤을 따라 하는 천사 거울이 춤을 춘다
어머니의 늘어진 하품이 할머니 품으로 들어간다
텔레비전 귀여운 여인을 바라보며 햇살 품은 얼음같이 녹아내리고 웃음이 전염되어 온다
지옥의 문에서 향기가 솟아나고 나락의 늪에서 꽃이 피고 도파민이 만든 또 다른 세계
천지를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광풍 문장 속에 고립된 작은 집 식량처럼 줄어드는 단어와 안개처럼 사라지는 감정
버리지 못해 잊지 못하는 것 기억으로 포화한 행간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불완전하여 믿을 수가 없다
태곳적부터 모방의 천재 닮고 싶어 하는 욕망, 세포가 필사하는 시 늙은 베르테르가 어설픈 시어에 잡혀 시인 흉내 내다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광장 속의 거울 옆으로 늘어선 나를 흘끔 쳐다본다 나의 모습은 진짜일까
노을 낀 망각보다 무서운 거울 뉴런 깨진 거울, 부서진 조각마다 내가 갇혔다
자폐, 시
심사평
#시 부문= 신춘문예는 문학 지망생에게는 모두가 설레는 자리이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자리이다. 그러기에 이를 심사하는 심사자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을 여러 번 읽으면서 이들이 표출하는 내용들이 모두가 오늘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심사자들은 여기서 한두 가지 조건을 더 염두에 두었는데 가장 유념한 것은 신인다운 패기와 도전 정신이었다. 다음으로는 이 시인이 시 창작을 하는데 얼마만큼 지속가능한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 였다. 단순히 작품만을 보고 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기준을 놓고 볼 때 다음의 두 작품에 눈길이 갔다. 하나는 신재화 씨의 「푸날라우 베이커리」였고 다른 하나는 박기준 씨의 「거울 뉴런」이었다. 「푸날라우 베이커리」는 오늘을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과 꿈이 부부를 통해 가볍고도 상쾌하게 전개되고 있다. 생업에 쫓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긍정의 메타포가 생기있게 시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모더니티를 지향하면서도 비판보다는 화해의 동일화를 추구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거울 뉴런」의 작품을 통해 시적화자는 “지옥의 문에서 향기가 솟아나”는 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적 상상력은 그리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흡입력이 있다. 광장에 만약 어마하게 큰 거울이 있어 거기에 우리의 기억들이 재생된다면 광풍과 작은 집과 감정 사이의 어느 모습이 과연 우리의 참 모습일까? 정상의 말 흐름을 방해하면서 시적화자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점이 두 작품에서 다 새롭다. 문제는 틈 사이가 잘 맞지 않아 삐꺽거림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조만간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하였다. 두 작품을 가작으로 밀어 올린다.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예심 최성경(문학박사), 류호국(시인) ‧ 본심 이지엽(경기대 교수, 문학평론가, 대표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