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친구의 폭행에 의해 숨진 홍아무개(14·부산 G중)군의 아버지 홍권식(46)씨가 아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에 처음 참석했다. 홍씨는 22일 저녁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사과촛불'을 들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지난 5일 숨진 홍군을 추모하기 위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네티즌 연대'(http://cafe.naver.com/agaver.cafe)가 지난 16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집회다. 서울 광화문에서도 촛불집회가 비슷한 시각에 열렸다.
학교폭력예방재단 김건찬 상임이사와 함께 참석한 홍씨는 30여명의 참석자 속에서 아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들었다. 홍씨는 촛불집회 참석자들에게 "공부해야 할 시간에 이렇게 아들을 위해 나와줘 고맙다"면서 "네티즌 여러분의 활동이 많은 힘이 된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홍씨는 "교육 당국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도 자리 지키기에 치중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학교나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조용해질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라며 교육당국을 질타했다.
김건찬 상임이사는 '사과촛불'에 대해 "교육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용서해주고 싶어도 교육당국이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관계 당국은 사과를 먹고 진실된 마음에서 사과를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먼저 되어야 한다"면서 "네티즌연대가 '진정한 정부대책' '피해자 지원정책 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교육당국을 성토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6시부터 1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은 '학교폭력 은폐하는 교육부 즐!!', '××아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가해자는 반성하고 교육부는 각성하라', '학교폭력, 이젠 우리 손으로 뿌리 뽑읍시다'라고 쓴 종이를 시내버스 승강장에 붙여놓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일부 참석했다.
한편 아버지 홍씨는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최근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교육부와 부산교육청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개사과할 것'과 '교육부와 교육청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