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에게 드리는 그리움의 가을편지 ♥......아지몽 하나님,돌이켜보면 전 참 그리움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시골학교를 다질때 아우내가 흐르는 시냇가 둑에는 미루나무와 같은 해그림자가 출렁이며 마을로 밀려올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그 풍경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나는 병천에서 시골학교를 다녔습니다. 어느 가을학기, 학교를 떠나오면서 남몰래 털실을 손에 지어준 소녀를 그리며 이불 속에서 눈물로 그리움을 훔치던 일. 책상을 금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 말씨름하던 옥희, 눈이 가늘어 예쁜 앞자리 용애. 담장없던 이웃집 개구장이 또래 의택이, 지물포집 강섭이, 공부잘 하던 운호, 씩씩하던 창호. 잠결에 시골학교에서 이웃학교로 전근왔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남몰래 이웃학교 담장 너머로 지켜보던 1학년 시절의 예쁜 선생님, 김병선 담임 선생님. 신께서도 가끔은 실수를 하시는군요. 많은 기억거리를 준다는 것이 때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모르시니 말입니다. 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저에게 차라리 세상을 가볍게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 주었으면 어땟을까 하고. 그러면 당신께서 실수를 하셨어도 언제든지 내 기억의 날개를 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날아갈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집을 지어 주시더군요. 마음 속에 예쁜집을 지어주시고 추억이란 이름을 붙이셨어요. 그로인해 나는 가끔씩 소중히 피어있는 꽃을 만질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세상 속에 묻혀지내는 그들의 소식을 바람결에 물고 옵니다. 나는 바람결에 묻어오는 그 그리움의 편지들을 사랑합니다. 마치 잠시 덮어놓은 동화책처럼 그들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서 살아갈테니 말입니다. 아마도 잊고 지낼지도 모르지만 돌아보는 시간은 사람들을 아름답게 합니다. 오늘도 나는 기원합니다. 그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 아지몽의 <신에게 드리는 그리움의 가을편지>
♬ 음악 : 가을동화 (KBS 미니시리즈) 정일영 - Reason - 중지_Esc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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