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한바탕 우박이 쏟아져서...
2023년 6월 11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스무사흗날
친구들 만나러 모임에 갔다가
막둥이 여동생네가
운영하는 서울 연희동 맛집,
'호천식당'에서 하룻밤을 묵고 왔다.
아침에 일어나 정원에 나가보니
곳곳에 잡초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었다.
호미를 들고서 잠시 캐냈는데 엄청났다.
오나가나 풀이 문제, 풀하고 노는 촌부...
손을 댄 김에 철쭉 전지도 대충 해주었다.
"오빠는 서울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시다니...
오빠 손길이 닿으니까 깔끔해져서 참 좋네."
예전 서울에서 일할 땐 가끔씩 해주곤 했다.
전날 술을 제법 마셨기에 신서방이 해장삼아
설렁탕으로 속을 달래자고 하여 맛있게 먹었다.
그 집도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먹은 것도
고마운데 포장까지 해주며 "갖고가서 형수님과
한번 더 드세요. 술 드신 뒷날에 좋습니다."라고
하는 매제가 너무 고맙다. 이래저래 신세를 진다.
아침을 먹곤 온 사이에 여동생은 바리바리 짐을
싸놓았다. 꽤 묵직했다. "뭘 이리 많이 싸놨노?"
했더니 "다음부터는 가방 좀 큰 것 갖고 오소!
별 것 아닌데 부피만 많은 것 같네."라고 하면서
커다란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집에 와서 풀어본
아내가 놀라워 했다. 뭉치쇠고기, 인삼제품, 아내
화장품, 대추, 견과류 마카다미아, 꽤 유명하다는
중국술 그것도 모자라 언니와 외식 한번 하라며
봉투에 용돈까지... 아우 부부가 너무나 고맙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래저래 선물 복이 터졌다. 아내가 싱글벙글이다.
고향 남해에서 이종사촌 여동생이 양파와 감자를
한 박스 보내온 것이다. 손수 농사를 지은 것인데
먹어보라며 보냈단다. 며칠전 통화에서 오빠네는
무슨 농사를 짓느냐고 물어보더니 보낸 모양이다.
품질좋은 남해 마늘, 미니단호박, 시금치, 미역등
보내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또 양파와 감자까지...
강원도 산골에서 온갖 고향 농산물을 먹게 해주는
이종사촌 아우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데, 그런데...
세상사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모처럼 친구들과 만남으로 즐거운 서울 나들이를
하고 왔고 아우들 선물까지 잔뜩 받아 좋았는데...
어제 저녁무렵 갑자기 천둥, 번개에 강풍이 불며
거센 비가 쏟아졌다. 얼마나 거세게 몰아치는지
강판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엄청 요란했다.
걱정이 되어 아내와 함께 현관에서 내다보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콩알만한 우박이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이또한 요란하게 지붕을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겁이 날 정도였다. 아마 그렇게 10여분쯤
우박이 내렸을까? 우박 때문에 농작물의 피해가
걱정되었다.
우박이 멈추고 비로 변하자마자 밭에 나가보았다.
가장 먼저 고추가 걱정이 되어 고추밭에 갔더니
여기저기 고추잎이 밭고랑에 떨어진 보이고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자그마한 순이 꺾여서 나뒹굴고
있었다. 상추를 비롯한 잎채소는 물론이고 오이,
호박, 브로콜리는 우박이 떨어져 잎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길다란 옥수수잎은 찢어진 것들이 보인다.
지금 아주 조그맣게 열리고 있는 호박과 오이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닌지, 고추는 냉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몰라서 이래저래 촌부의 걱정이 태산이다.
전혀 예상을 할 수 없는 갑작스런 이런 자연재해는
농사에서 정말 겁나고 너무 무서운 자연현상이다.
그래서 농사가 참 어렵다고 하는 것이겠지 싶다.
우리는 이렇더라도 영주에서 사과농사를 짓고있는
막내네가 걱정이 되었다. 부랴부랴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영주에는 비가 꽤 거세게 내리기는 했지만
우박은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사과농사에서 어제
같은 우박이 떨어지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걱정을 했더니 이제는 우박까지 떨어져
마음 고생을 시킨다. 막내네에게도, 우리에게도,
농사를 짓는 모든 분들에게도 더 이상 자연재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을 열고 밭으로
나간다.
*PS: 선선한 아침에 3시간 가까이 밭일을 하느라
일기는 지각입니다.^^
첫댓글
좋은일과 나쁜일이
겹친 날이지만 좋은 일에
더 많은 무게를 두시면 휴일 즐기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네 삶이 다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정님의 긍정적인 생각대로 마음을 먹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재지변에 그려러니하세요 또 시작되는 것에 맘두지마시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라. 긍정으로. 아자아자
격려와 위로 감사합니다.^^
우리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자연현상이고 하늘의 심술인 것을 어이하겠습니까?
가뭄에 단비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우박이 떨어졌군요.
결국 호사다마라는 말을 생각할 수 밖에요.
더 이상 농작물의 피해가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6월의 우박은 정말 겁나더군요.
하늘의 심술에는 어쩔 대책이 없습니다. 다행히 잠시 쏟아부어 조금 피해는 있으나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다녀 가셨군요..
어느 나라는 골프공만한
우박이 내렸다는데 콩알만해서 천만 다행입니다. 그 정도는 식물들이 자력으로 충분히 일어 서리라 봅니다.
힘 내시라고 홍삼 선물도 드렸네요.
콩알만한 우박의 위력은 겁니더군요. 채소잎은 구멍이 뻥뻥 뚫리고, 옥수수잎은 찢어지고, 고추순은 꺾이고... 그 정도에 그쳐서 다해이지 더 내렸으면 농사를 망치겠더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