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레포츠의 대명사로 알려진 요트, 승마, 패러글라이딩. 이제 더 이상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생각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변신하고 있는 고급 레포츠를 즐겨보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요트
바다를 형형색색으로 가득 메운 수백 대의 요트.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급은 되어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는 사람들의 호사’, ‘극소수 마니아의 레저’, ‘그들만의 세상’으로 인식되긴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까지 내려왔고, 즐길 수 있는 지역도 부산 수영만, 경남 통영, 전남 여수 등지의 바다뿐 아니라 서울 여의도 같은 도심으로까지 확대됐다. 말 그대로 요트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정부가 먼저 나선 덕분이다. 국토해양부는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요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원칙으로 요트 활성화를 통해 레저와 관광의 블루오션을 열기 위한 사업을 꾸준하게 펼치고 있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을 느끼는 자유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
요트는 크게 레저·경기용 딩기(Dinghy, 1인용)급과 연안·대양 항해용 크루저(Cruiser, 6인용)급으로 분류된다. 딩기급 요트는 동력 없이 풍력에 의존해 조종자의 체중 이동과 돛의 방향에 따라 조종하도록, 크루즈급은 풍력을 이용해 대양 항해가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일단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고 알려진 요트. 서울세일링아카데미의 이필성 원장은 “요트는 운동효과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람을 판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유소년 및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요트는 소유해야 탈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요트클럽에서 임대 형식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마리나의 이상우 상무는 “요트는 혼자서 타는 게 아니라 최소 4~8명이 모여 타기 때문에 여러 명이 돈을 보태 요트를 구입하는 게 요즘 추세”라며 “중고 요트를 구입할 경우 1인당 부담이 천만 원 미만이라 과거처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요트를 못 타는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 탈 수 있는 딩기요트의 경우 3시간 정도만 배우면 어린이도 혼자 강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수준이므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요트”라고 말했다.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요트 이용이 가능한 시설은 모두 바다에 위치하여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한강 둔치에 ‘서울마리나’가 생기고 나서는 그런 문제가 싹 없어졌다. 서울 여의도 시민 요트나루는 전국에서 12번째로 조성된 마리나 시설이다. 부산 수영만, 화성 전곡항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딩기요트와 선실이 있는 6~8인용 크루즈요트 등 40여 대의 다양한 요트가 정박해 있다. 서울마리나에 따르면 평일 요트를 체험하는 인원은 300명 내외다. 개장 이후 1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운항 서비스는 ‘정기운항’과 ‘전체임대’로 나뉘며, 두 가지 서비스 모두 전문 운항사가 동행하기 때문에 요트를 소유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요트의 대여부터 계류, 유지보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파도가 심한 바다가 아닌 한강에서 즐기므로 초보자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고,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을 위한 요트교육도 이뤄지기 때문에 몇 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생초보도 큰 어려움 없이 요트를 즐길 수 있다. 교육은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뉜다. 초급과정의 경우, 요트의 추진원리, 장비 조작 및 로프 다루기 등 기본적인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요트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중급과정은 바람에 따른 코스 세일링과 운용법 등 기본적인 이론을 응용하는 법을 배운다. 고급과정은 기본적인 스킬을 익힌 중급 코스 이상의 수료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경기의 규칙이나 전술을 배운다.
서울마리나는 교육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시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실내 교육장을 비롯해 샤워시설, 스낵바가 구비된 아카데미센터, 전용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다.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폰툰을 갖추고 있어 교육생들의 안전한 입출항을 돕는다.
중세 귀족이 된 기분으로 승마
승마는 전신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호연지기와 기사도정신까지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다.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동물이 참가하는 종목인 데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 함께 경쟁하는 것으로도 유일해서, 나이나 성별의 구분이 없는 ‘평등 스포츠’로도 불린다.
승마도 요트처럼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보통 자신의 말을 보유한 자마회원과 그렇지 않은 비자마회원으로 분류되는데, 경인 지역 승마장 자마회원의 경우 한 달에 보통 70~100만 원 정도가 든다. 비자마회원은 그보다 조금 저렴하다.
클럽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1회 평균 5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타면 10만 원 선, 한 달에 40만 원 꼴이다. 한두 달 정도 간단한 강습만 받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스포츠다.
말과 교감하며 정서가 안정된다
탁월한 유산소운동효과도 탁월
재미도 재미지만 승마의 또 다른 매력은 유산소운동의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승마를 30분 정도 하면 달리기나 배드민턴을 한 것과 같은 수준의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다이어트 효과가 입증되면서 여성과 비만 아동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신체의 균형도 전반적으로 잡아주고 대사를 촉진시키며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다리와 허리의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자세 교정효과와 균형감각, 유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승마는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반동운동으로 오장육부가 많이 흔들리고, 특히 장운동이 촉진되어 변비 해소의 효과가 대단하다. 복부비만과 중년 여성들의 요실금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최고의 레포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승마는 말과 인간의 특별한 교감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런 교감은 감정과 정서, 이성을 넘어 내면세계의 영역까지 포괄한다. 여기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덤으로 가질 수 있다.
승마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작년까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승마 강습’을 운영해온 마사회가 올해부터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어촌 거주 학생 승마스쿨, 여성 승마스쿨 등을 열며 꾸준히 승마 인구를 늘리고 있다. 이 외에도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승마스쿨’, ‘일반인 승마스쿨’ 등 매달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승마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는데, 말 산업 포털 사이트(www.horsepia.com)에서 다양한 승마스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재활승마도 지원하고 있으니 잘 알아볼 것.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은 중력에 맞설 수 있는 이른바 ‘공중부양 놀이’다. 낙하산(parachute)과 행글라이딩(hang gliding)의 합성어로 1984년 프랑스의 산악인 장 마르크 부아뱅이 낙하산을 개조해 만들었다.
비행의 짜릿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는 장점을 지닌 반면, 한 번의 실수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모험적인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역동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이 많다. 패러글라이딩 클럽인 날개클럽 윤청 대표는 “최근에는 여성들의 참여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위험도는 높지만 그 이상의 쾌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을 가리켜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패러글라이더는 다른 동력장치 없이 혼자서 기장과 부기장의 역할까지 하며 비행을 해야 한다. 열기구, 행글라이딩 같은 여타 항공스포츠보다는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 선회, 상승, 장거리비행 등 항공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각종 동호회 형식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싶다면 한국활공협회에 등록된 패러글라이딩학교인 패러스쿨을 이용하면 된다. 강습비는 5~6주 기초과정이 30만 원 안팎이다. 강사와 함께 타는 2인승 탠덤비행 기본과정은 1회 7만 원 선이다.
활공스포츠 중 접근성이 가장 용이하다
새처럼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
원래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을 개량한 것으로 다른 항공스포츠에 비해 속도가 느려 위험성이 거의 없고, 장비의 총 중량이 10㎏ 정도라 접어서 배낭에 넣어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남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대략 14~16세 이상으로 나이제한은 두고 있다. 공기 저항을 받으며 날개를 앞으로 끌어당길 수 있고 착륙 시 충격에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우려는 사람이나 고급 파일럿들은 비행의 원리와 그것에 관한 과학적 원리에 대해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비행 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패러스쿨 윤 대표는 “패러글라이딩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공인된 스쿨에서 배우고, 안전한 장비를 사용하며, 날씨가 좋을 때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장비란 세계적인 안정성 테스트 기관인 독일행글라이더협회(DHV)의 인증을 받은 것을 말한다. 보통 12개 항목에 거쳐 안전도를 테스트하며 이 테스트에서 장비의 성능과 특성이 결정된다.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장비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초보자의 경우 동호회에 나오면 장비 대여와 무료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안전 필수용품인 헬멧은 15만 원 수준, 전문 비행복과 비행신발은 20~30만 원 선이다. 본격적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전, 일반 참여비용은 대부분 무료다.
하비홀릭
럭셔리한 취미가 이렇게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2010년 주목할 7가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하비홀릭(hobby-holic)’을 선정한 바 있다. 하비홀릭이란 ‘특정 취미와 관심사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주 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 인터넷 커뮤니티 확산, 개인 소득의 증가 등이 하비홀릭 트렌드의 배경으로 꼽힌다. 점점 강력한 ‘일상탈출’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흐름은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
/ 여성조선
취재 임언영 기자 | 사진 서울마리나, 로얄새들승마클럽, 조선일보 DB
입력 : 2011.10.28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