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 자(字)는 많아도 공짜는 없다
나에게 창공(蒼空)이 열리던 날
어디서 장닭 홰치는 소리 들렸겠지만
동공(瞳孔)이 풀리는 날엔 눈앞에 곡소리만 있을 테니
회한이 없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
공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면 어느 구석에 처박혀
흔적 없이 산화할 날만 기다려야 하느니
팽팽한 몸이듯 공이 굴러가는 동안엔
부지런히 공놀이를 해야 하는 이치도 깨달아야 한다.
공 똑 공 딱 똑딱 똑딱...
만공(滿空)은 가득 찼다는 거지만
허공(虛空)에 다름 아니요
공염불(空念佛)은 헛꿈이 되어버렸음이니
채우고 비우는 뜻도 잘 가려야 한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은 등잔불조차 없던 어려운 시절
인간승리였는데
요즘은 유공(油孔) 덕에 온 천지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지만
그건 자연을 파먹는 인간들의 탐욕의 현장이기도 하다.
강태공(姜太公)이 세월 낚듯 한다는 말은
무슨 일을 하되 더디고 느리게 하라는 뜻이니
요즘같이 눈앞이 팽팽 돌아가는 어지러운 세상에선
한번쯤 되새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관중을 등용해 중원의 패자가 되었고
관중은 포숙아와 관포지교의 아름다운 우정을 낳았으나
이웃 한일이나 한중간에 물과 물고기의 친밀함과 같은
수어지교(水魚之交)는 먼 이야기일 뿐이던가.
똑 또르 똑 또르 똑 또르르르...
공놀이 중에 으뜸은 청기와집 공놀이라 했던가
이공(李公)이 일공(一共)을 세워
남의 빚 얻어 부뚜막은 만들어놨지만
윤공(尹公)은 이공(二共)을 세워
솥을 걸어보지도 못한 채
손발이 나약해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다 하고
박공(朴公)이 삼공(三共)을 세워
솥을 걸고 밥을 가득 해놨으나
사공(四共)을 세우느라 날밤을 새우는 통에
밥을 퍼보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하고
이것을 엿본 전공(全公)은 오공(五共)을 세워
하얀 쌀밥을 잘도 퍼먹다가
강공(强攻)을 쓰는 바람에 물러나게 되었다는데
이를 물려받은 노공(盧公)은 혼자
누룽지까지 모두 긁어먹다가 들통이 나
민초들의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다던가..
김공(金公)은 육공(六共)을 세워 밥도 앉히기 전에
솥마저 잃어버린 뒤 황망히 물러났다 하고
이를 이어받은 김공(金公)이
잃어버렸던 솥은 가까스로 찾아냈지만
북녘을 왔다 갔다 하는 통에 그걸 걸어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고 하던가..
이를 다시 노공(盧公)이 이어받았지만 코드를 못 찾아
전원조차 연결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다가.
다시 칠공(七共)을 세울 꿈도 꿔본 모양이지만
민초들이 그 계략을 경계함에 마음대로 안 되었던지
도중하차하고 말았다던가.
물론 이것들이야 민초들의 우스갯소리겠지만
헌정(憲政)이 중단되지 않으려면 이웃 태국을 보더라도
이젠 문민 정치인들이 정신 차려야 하리라.
반공(反共), 승공(勝共), 멸공(滅共)은
인공(人共)을 막자는 것인데
요즘 그런 소릴 하면 꼴통 보수라고 야단쳐댄다니
용공(容共)을 외쳐대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인지
걱정이 태산인데,
정치에 줄 댔다 하는 사람들 모두 뛰쳐나와
석공(石公) 유공(油公) 무진공(貿振公) 가스공(公) 등
공기업(公企業)들을 모조리 타고 앉아
데모 경력 자랑이나 해대며 녹(祿)만 축낸다더니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나마 자생력이 남아있는 기업성은 누가 보호해주나?
막막하기만 하다.
성공(成功)의 지름길은 땀이라고 할진대
남의 땀을 가로채는 일은 없어야 하련만
논공(論功)은 공을 논함이고 행상(行賞)은 상을 줌인데도
공(功)을 아랫사람에게 돌린다고 하면서
상은 윗사람이 채가는 낙하산 인사의 현상을 보노라면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엇박자를 내는 것 같아
선량한 공인(公人)들은 그저 억울하기만 할 것 같다.
똑 또르 똑 또르 똑딱 똑딱...
인류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공(攻)도 있으니
석기시대엔 석공(石攻)이요
철기시대엔 창공(槍攻)이요
강물을 이용하는 건 수공(水攻)이요
화약이 발명되고부터는 화공(火攻)이 그것인데
이것들은 군사들 끼리나 하는 짓이고
민간인들은 피난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대량학살수단인 화공(化攻)이 나타나더니
이윽고 가공할 인류멸망수단인 핵공(核攻)이 나타나
지구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북녘에서는 그 흉내를 내려 눈알을 부라리고 있으니
이웃해 살고 있는 남녘으로선 그저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선공(先攻)은 먼저 공격함을 이름이고
속공(速攻)은 빠른 공격을 이름이지만
협공(挾攻)은 옆에서 공격함을 이름인데
인공(人共)을 막아내기 위한 인천 상륙작전도
그 예의 하나일 테지만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을 난공불락의 성을 쌓기 위해선
우방과의 긴밀한 유대가 필수임에도
정치권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둘러싸고
해괴한 논쟁만 거듭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지 아니한가.
똑딱 똑딱 또르르륵 똑딱...
솔거는 그림 위의 쥐가 도망가게 하고
새가 날아가게 하였으니
화룡점정(畵龍點睛)에 다름 아닌 화공(畵工)이라 하겠고
김대성은 불국사 석굴암의 신비한 미소를 조각해낸
석공(石工)으로 뛰어난데
신라 천년 최고의 황룡사 9층 목조탑을 완성한
목공(木工)의 재주도 기리지 않을 수 없지만
그 누구인지 전해지지 않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토공(土工)이라면 누구를 기릴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이 흙으로 아담을 탄생시켰다는 성경구절을 두고
걸출한 토공(土工)의 작품이라 말하면
기독인들을 모독하는 일일게다.
가장 큰 공은 창공(蒼空)이요
가장 작은 공은 사람의 동공(瞳孔)일 테지만
그것들이야 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백성들에겐 그저 바람 든 공놀이가 제격이라
배구공은 목숨이 있는 가죽으로 만드는데, 달만 하고
야구공도 가죽으로 만드는데, 주먹만 하고
골프공은 목숨이 없는 합성물로 만들지만
속이 차 무겁기만 한데
탁구공은 목숨이 없는 합성물로 만들지만
입에도 들어갈 만한 제일 작고 가볍고 속이 비어
참으로 앙증스러운지라
나에겐 그저 만만한 게 그것뿐이니
가끔가끔 주걱으로 그것이나 패대면서
심신을 달래보는 것이렸다.
똑딱 또르르륵 똑딱 또르르륵...
이렇게 공 자(字)가 많기는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 했으니 인생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황천길 가는 길도 선소리꾼에게 노자를 쥐어줘야
상여가 가는 법이니
세상에 공 자(字)는 많아도 공짜는 없다.
그제 걷기했더니 다리 근육이 뭉쳤다.
그래서 어제는 쥐띠 부인과 탁구를 하며 다리를 풀었다.
아니다, 닭띠와도 양띠와도 했다.
위 글은 지난 해 2월 11일에 삶의 이야기방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탁구 동호회에도 올려보지만
또 회장님이나 총무님이 자꾸 나오라 하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이번에도 나가보겠지만
나와 겨루는 복식게임 선수들이시여?
열 번 이기시고 한 번은 져주시라.
나와 짝꿍이 되어 복식게임 하는 선수시여!
져도 서운타 마시고 즐기기만 합시다.
첫댓글 선배님 작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
곰마워용^^
이렇게 많은 공을 섭렵하셨으니 똑딱볼 절때 아니시고
님 께선 내공볼이십니다.
관심 고맙습니다.
탁구장에 나와보세요.
그럼 다 알게됩니다.
선배님의 위와 같이 해박한 지식을 유머스럽게 쓰신 글월을 책으로 꾸며서
서점에 내 놓으신다면 아마도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데요.
아이구우 부끄부끄.
내일 또 봐요.
와우
선배님의 지혜가
똑딱볼 심쿵 ❤️
되어 버렸습니다
글 제주가
탁구 공이 왔다갔다 공넘어 가는 묘미보다도
더 섬세히도 멋지고 아름다움을 선사
하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공 넘어가는건 어떤데?
그래봬도 오늘 늘푸른솔 님을 11대 6으로 이겼다는거 아닙니까.
우하하하^^
@도반(道伴)
아하
그러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편안한 귀가
시간 되십시요
세상에 공 자는 많아도 공짜는 없다
동궁이 풀리는 날 전까지 건강하게
똑딱 똑딱~^^
즐탁하세요^^
네에, 대단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