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월에 재빈 판정을 받고 소론도, 옥시메토론정으로 약물 치료하다가 차도가 없어서 저번 주 면역치료를 시작한 환자입니다.
제 수치는 중등도와 중증 사이이고 남자 만 33세입니다.
보호자 없이 혼자 입원했습니다.
골수이식에 관한 감사한 후기는 많던데 면역억제치료에 관한 최신 후기는 없는 거 같아서 한번 적어봅니다.
저는 총 7일 입원했고 용인 ㅅㅂㄹㅅ 김ㅅㅈ 교수님께 진료받고 있습니다.
날짜별로 혈청 맞은 시간, 끝난 시간과 이벤트, 느낀 점 등을 간략히 적어보았습니다.
토끼 혈청 투여 전 항상 항히스타민제를 20분 먼저 맞았습니다.
약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침: 사이폴엔 200mg, 소론도 30mg, 위장약, 타이레놀
점심: 타이레놀
저녁: 사이폴엔 200mg, 소론도 30mg, 타이레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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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혈청주사: x 점심 외진 후 오후 입원, 혈관 잡고 식염수 링거 투여
이벤트: x
느낀 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내가 반드시 이긴다.
둘째 날
혈청주사 1일 차: 16시 시작 - 04시 30분 끝
(열나면 잠시 투여를 멈추고 떨어지면 또 맞고 해서 가장 오래 맞음) 중간에 열이 나서 항히스타민제 1회 추가, 타이레놀 2회 추가로 먹음
이벤트: 두통, 미친 듯한 오한과 발열, 메스꺼움, 38도에서 39도 사이를 반복, 어지러움
느낀 점: 말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아플지는 몰랐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별거 아니라고 강한 척을 했지만 아팠습니다.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만 이렇게 아플 거라면 안 나아도 되니까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아팠습니다.
추워서 덜덜덜 떠는데 더워죽을 거 같은 아이러니함..
누가 침대를 잡고 계속 돌리면서 때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투여끝나고 해가 뜰 때가 되니 조금 괜찮아져서 푹 잤습니다.
셋째 날
혈청주사 2일 차: 15시 시작 - 03시 30분 끝
이벤트: 오른쪽 무릎, 뒤꿈치, 허벅지 뼈저림, 허리 통증, 미열, 두통, 오한
느낀 점: 제가 다리를 꼬고 자는 버릇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른쪽 다리에만 뼈저림이 조금 있었던 거 같습니다.
허리 통증과 뼈저림이 심해서 잠에서 계속 깨니 답답했지만
허리에 핫팩을 대고 타이레놀을 먹으니 그래도 버틸 만했습니다.
더운데 추운 것도 여전했습니다. 핫팩 두 개와 아이스팩 두 개를 동시에 대고 잠에 들었습니다.
넷째 날
혈청주사 3일 차: 14시 시작 - 00시 끝
이벤트: 허리 통증, 근육통, 약간의 복통, 첫 대변
느낀 점: 충분히 버틸 만했습니다. 대변을 계속 못 보고 있었는데 첫 대변을 봤습니다. (배가 아프진 않아서 변비약을 받진 않았습니다)
이 이후로는 하루에 한 번 정상적인 대변을 봤습니다.
허리 통증은 여전히 있었는데 엎드리고 허리 위에 핫팩을 올리고 자는 방법도 좋았습니다.
다섯째 날
혈청주사 4일 차: 13시 시작 - 22시 끝
이벤트: 약간의 허리 통증, 약간의 근육통, 약간의 뼈저림
느낀 점: 큰 특이 사항 없었습니다. 피검사를 했습니다.
적혈구 2.08, 혈색소 6.3 호중구 0.16, 혈소판은 기억은 안 나는데 아주 낮았습니다. (면역치료하고 바로 수치가 오르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지금 당장 숫자에는 연연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혈관이 너무 안 잡혀서 30분 동안 간호사님 두 분께서 씨름하셨습니다. 계속 못 잡아서 죄송하다고 말하시는 간호사님한테 되려 제가 죄송하기도 했고 이런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오히려 혈청 부작용이 덜하니 멘탈이 깨진 거 같습니다.
혈청 부작용이 오면 울 기력도 없이 그냥 골골거리면서 잠드는데...ㅎㅎ
여섯째 날
혈청주사 5일 차: 12시 시작 - 20시 끝
이벤트: 어제 했던 피검사 수치가 낮아 아침에 적혈구 1팩, 혈소판 6팩을 수혈받음. 염증수치도 올라서 항생제도 한방 맞음.
느낀 점: 큰 이벤트 없이 잘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새벽 4시에 열체크하러 간호사분이 오셔서 깨서 앞을 보니 순간 오른쪽 눈이 안 보였습니다.
80% 이상 흐려진 느낌..?
안경을 써도 안 보여서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간호사님께서 그럴 수 있다고 우선 얼음찜질부터 살짝 해보라고 아이스팩을 주셨고 한 5분 지나니 서서히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이런 일이 있나 보더라고요.
너무 당황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일곱째 날
퇴원했습니다. 샤워가 이렇게 행복한 거일 줄이야..
마스크를 끼고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사람 많은 곳은 절대 가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고 최대한 저균식으로 밥도 신경 써서 먹으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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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느낀 점
저는 혈청 들어가고 두 시간부터 축 처졌습니다.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쳐지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라이프 패턴을 의도적으로 맞추려고 하기보다 주사 기운 퍼져서 졸리면 그때 그냥 잠이나 자자해서 잤습니다.
중심정맥관 삽입을 한다고 예상하였는데 다행히(?) 팔에 맞았습니다.
그런데 혈관이 너무 잘 막혀서 하루에 한 번씩 혈관을 다시 잡았습니다.
멘탈깨져서 울 때는 차라리 중심정맥관을 하는 것도 나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하긴 했습니다.
혈청 때문인지 낮은 혈소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삿바늘을 뺄 때 보니 항상 떡져있는 피들이 있더라고요.
양팔이 아직도 땡땡 부어있네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재밌는 영화, 좋아하는 음악을 잔뜩 보고 들었습니다.
다 낫고 뭘 먹을지도 쭉 적어 보니 재밌더라고요. (홍어, 굴김치에 보쌈, 육회 등등.. 전부 다 소주 안주네요ㅎㅎㅎ)
그냥 하계 휴가왔다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균식 정말 맛없었는데 식사는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고 2/3는 꼭 먹었습니다.
정 입맛 없으면 멸균우유에 콘프로스트 먹었고 뉴케어도 먹었습니다.
모든 물은 500ml 생수병으로 사서 마셨습니다.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양치하러 갈 힘조차 없습니다.
그럴 땐 그냥 리스테린이라도 하면서 구강 청결 유지하려 했습니다.
애초에 손이 얼굴에 안 가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손소독제를 틈만 나면 사용했습니다.
살균 물티슈로 항상 손닿는 곳을 닦았습니다.
63kg으로 들어갔는데 일주일 만에 74kg으로 나왔습니다.
뭘 먹지도 않았는데 10키로가 쪄서 간호사님들도 저도 당황했습니다.
목소리가 쉬었습니다.
오히려 약간 여성 목소리가 된 거 같기도 합니다.
눈, 코, 귀, 발끝, 손끝 말단이 엄청나게 부었습니다.
여드름이 많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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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며
이때까지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아픔이었으나 그래도 버틸 수 있더라고요. 다음 분들도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너무 쫄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부디 이 글이 다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p.s 다음 글은 재빈 환자 예비군 면제 방법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첫댓글 이번 치료를 통해 꼭 건강 회복하셔서 기쁜 소식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길 응원 하겠습니다
면역치료 잘 마치신 거 축하드립니요. 저는 면역치료 후 2개월째부터 수치가 반응하기 시작했고 4개월무렵 되니 수혈 안 받아도 되는 수치로 갔던 것 같아요. 당장은 수치변동 없더라도 실망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잘 가셔서 꼭 완치까지 가시기를 바랍니다.
고생 많이 하셨네요!
좋은결과로 이어지길 응원할께요.
힘든 면역처리도 잘 이겨내셨으니
하루 빨리 완쾌하시길......
이렇게 후기 남겨주시니 카페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희 아가는 면역치료 없이 바로 이식 절차로 들어가서 어떤 힘듦인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 잘 회복하실 거에요!!
지금 힘들겠지만 결국 웃는날 옵니다.
이길수 있습니다.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