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국악원 근처를 가끔 지나가곤 했지만 직접 들어가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번 공연은 국악의 아름다움 뿐만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의 작은 휴식공간을 찾은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출발해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예술의 전당과 국악원 근처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마치 내가 휴양림이라도 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로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였지만 공기부터 청량했고 주변도 고요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시30분에 정확히 입장을 시작해서 나는 2층 가장 뒷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공연장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여서 마음에 들었다. 이윽고 공연은 시작되었고 멋진 중국풍의 양복을 입으신 지휘자가 입장했다. 저번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공연과는 매우 다른 훨씬 크고 품위있는 공연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단원들의 수나 분위기 때문에 그런것 같았다.
첫번째 곡인 관현악곡 '고별'은 마치 서양의 합주곡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도 이런 멋진 관현악을 연주 할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과 서양악기에 못지 않은 우리나라 악기의 우수성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단조곡이어서 그랬는지 정말 제목그대로 고별의 슬픔을 잘 표현하는 곡 같았다. 여러악기가 번갈아 가면서 독주를 했는데 특히 아쟁의 음색이 꼭 첼로같아서 흥미로웠고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섬세하고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멋이 느껴지는 곡이였다.
두번째 곡 '향'은 앞의 곡은 서양느낌의 곡이라면 이번곡은 동양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는 곡이였다.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추가되었는데 전혀 우리나라 악기와 이질감 없이 잘 조화되는 것을 보면서 음악에도 국경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금포 타령이 주제여서 그런지 마치 '고향의 봄'과 같은 느낌이였고 전통민요를 근본으로 해서 귀에 잘들어왔다. 특히 대금 독주부분은 우아하면서도 단아했고 순식간에 곡에 몰입하게 했다.
세번째 곡 '모리화'는 감각적이면서고 이색적인 곡이였다. 모리화는 쟈스민으로 알려진 꽃이라는데 곡의 설명처럼 중국여성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었다. 생황의 맑고 가는 소리와 중국 양금의 피아노 같은 섬세한 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네번째 곡 '고도수상'이라는 비파 협주곡이였는데 중국풍의 흰 드레스와 빨간 신발이 잘 어울리는 젊은 비파 연주자가 나왔는데 마치 악기가 자신의 몸의 일부인양 다루는 모습에 감탄했고 빠른 연주기교에도 무척 놀랐다. 비파 특유의 튕기는 소리가 거슬리지않고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마음까지 울리는 아름다운 곡인것 같았다.
다섯번째 곡 '안산환상곡'이라는 관현악 합창곡 이였는데 무대가 합창단원들로 꽉차서 매우 멋있었고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가 기가막히게 조화스럽게 들렸다. 가사는 안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곡이였는데 이 곡을 작곡하신 분이 우리 중앙대학교 박범훈 총장님이어서 더욱 많은 기대를 하고 들었다. 경쾌하고 흥겨운 무대였으며 솔로의 힘있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모든 곡이 끝나고 나서 상임 지휘자께서 직접 올라와서 말씀하시는데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로를 소개하고 포옹까지 하는 장면이 멋있었다. 여러 곡의 앵콜곡 또한 한층 더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었고 나 또한 박수를 쉽게 멈출 수 없었다.
이번 공연에서 정말 음악이야말로 전세계의 공용어이며 공통점이 있는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세계인들이 '베토벤의 운명'을 떠올리는 것 처럼 모두 알 수 있는 곡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빨리 그러한 곡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분하고 지루할 줄 알았던 1시간 30분정도의 공연이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날만큼 즐거운 공연이였고 좀더 국악에 쉽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좋은 공연이였다. 앞으로도 수업때문에 가는 국악공연이 아니라 내가 국악공연을 찾아서 자주 이 국안원에 들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