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긍정 검토… 도입 공론화”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압수수색 문제 대두… 외국도 시행
검사 신청 참고인 부르는 방안 검토… 조건부 구속영장제, 긍정 검토 필요”
‘김명수 체제’엔 “반면교사 삼겠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와 조건부 구속영장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도입 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6일 한 차례 더 열린다. 박형기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66·사법연수원 13기)가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에 이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도입 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선 “사법부 일원으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 대해선 “실패한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했다.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긍정적 검토”
조 후보자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남용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이미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해 대법관회의에서 공론화시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김 전 대법원장이 임기 말 추진하면서 대법원이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답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전날 진행한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민주당 의원들이 비판하면서 나왔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선출되기 1년 전 이 대표는 (도지사를) 그만뒀는데 압수수색을 했다”며 “검사에게 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지 물어보고 (피의자 등을) 사전에 심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약화된 반면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증대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도 드러났다”고 했다. 또 “(사전심문을 위해) 아무나 부르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진다”며 “대법원에서 검사가 신청하는 참고인만 부르는 방향으로 안을 바꿀 필요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거주지 제한 등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조건을 어길 경우만 신병을 구속하는 조건부 구속영장제에 대해서도 “부자 등 힘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 쪽으로 운영될까 걱정이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 낸 서면답변과 유사한 취지로 답했다.
● “김명수 체제 실패 반면교사 삼을 것”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 전 대법원장 체제와 ‘재판 지연’ 문제를 비판하며 ‘사법부 정상화’를 요구했다. 유상범 의원은 “김명수 체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 내 코드 인사와 편 가르기, 심각한 재판 지연, 재판의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 등 부작용만 낳았다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가 일소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전임 대법원장에 대해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임 대법원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잘한 점은 계승해서 사법부를 지키겠다”고 했다. 재판 지연에 대해선 “최근 국민이 재판 지연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법원장도 재판에 참여시켜 장기 미제 사건을 우선 담당하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선 “사법부 일원으로서 불신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자괴감이 있다”며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조 후보자는 ‘보수 성향’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찾아보면 저보다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현 정부 들어 법무부가 맡게 된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에 대해 “개인적으로 최소한 대법관과 대법원장 검증은 법무부가 아닌 다른 데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장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