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8편 여검사의꿈>
③지혜의눈물-8
“오라, 네가 이젠 몸과 마음이 거뜬하지?”
누어있던 천복이 불끈 일어나 앉으면서 가뿐한 경숙을 안아서 두 팔로 둥둥 띄워 올리면서 말하자, 그녀가 까르르 웃음을 흘려내면서 말하였다.
“까르르... 즈그넌 구월 열이렛날, 옥희언니랑 서방님이랑 서울 가라오!”
천복은 경숙이 뜬금없이 흘리는 말에 어리둥절하여지었다.
“경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천복은 그녀를 두 팔로 비행기를 태우다가 문득 끌안고, 묻는 거였다.
“까르르, 즈그 즌실 딸 지혜가니, 셤 발표허넌 날인디라오. 즈그더 서방님이랑 옥희언니랑 가서나 손뼉 쳐라오! 깔깔깔.”
“네가 어떻게 지혜가 치른 시험에 합격자 발표하는 줄을 아니? 그리고 네가 손뼉을 친다면, 지혜가 합격한다는 뜻 아니야?”
“왜 아니겄어라오? 서방님!”
경숙은 이전 쇤 목소리이었으나, 목소리조차 시종 방울소리마냥 낭랑하게 말하였다.
“아, 경숙이 천지신명께서 합환으로 태어났구나!”
천복이 혼잣말처럼 말하자, 그녀는 샛별 같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하였다.
“즈그가 시상이 탠 거넌 옥희언니가니, 귀두바우신령끼 삼천일얼 넘겨서나 기도혀갖거, 이응란 신도가 갈켜준기러 울 서방님끼서 옮겨서나 고자아들이랑 만네갖거, 박복천 어미가 즈그럴 났어라오! 까르르...”
“아, 지혜엄마의 공덕이었군!”
천복은 경숙의 말에 옥희의 귀두바위신령께 십년을 기도한 공덕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신통한 이영란이 일러주고, 천복이 실행하여 고자아들에게 합장하여 발음(發蔭)이 되어 천복의 여자로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그때 문득 석순이 일어나 전등불을 밝히었다.
그녀는 허술한 속옷차림인 채, 연구실로 가더니만, 또 전등불을 밝히고 돌아온 그녀가 말하였다.
“구월 열이레날언 양력으러 십일월오일이라오. 신령님!”
그녀는 경숙이 말하는 날짜를 여구실 벽에 붙은 달력을 보고, 양력 날짜를 알아내어 천복에게 일러주더니, 불을 죄다 끄고는 다시 남자의 옆으로 눕는 거였다.
“알았소! 11월5일!”
비록 어린 경숙의 말이라도, 석순이 양력으로 기억하라고 일러주었는데, 천복은 알았다면서 양력날짜를 한 번 되뇌고 있었다.
날이 새자, 양지숙이 서울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유심이 전화를 받았다.
“지혜 바꿔요!”
“잠깐만요.”
잠시 후 딸깍거리는 문 여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지혜가 받았다.
“여보세요? 응, 작은엄마!”
“난데, 면접시험 잘 치렀니?”
“네! 잘 치렀어요. 면접시험관이 음력생일을 묻기에 무술생이라고 대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 영락없네! 합격자발표는 언제야?”
“십일월오일 이에요.”
“....알았다! 유심 씨, 바꿔줘!”
양지숙은 지난밤 경숙의 말이 뚫어지게 맞는데 놀라,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느낌이었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오, 유심 씨! 한양과 덕배랑 잘 지내세요?”
“지혜가 서재 옆방을 쓰라고 해서, 그네는 거기서 자고 생활해요!”
유심은 지혜가 시켜서 덕배내외가 서재 옆방을 쓰고 있어서 침실에서 그네와 함께 자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럼 당신은 매일 밤 혼자 자는 거야?”
“괜찮아요! 이따금 한양이 올라오거든요. 아하하.”
“알았어요. 석순 씨를 보내든지...”
양지숙은 미안하자, 석순 씨를 보낸다고 하다가 어차피 며칠 안 남은 지혜의 합격자 발표 날은 서울을 가야하기에, 그만 통화를 마치었다.
그러나 이따금 한양이 침실을 드나들면서 유심과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간다는데, 석순이 간다고 해서 멈추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유심에게 가지는 신경을 껐다.
그리고 그녀는 연구논문을 가지고, 대전에 다녀온다면서 원고꾸러미를 끼고 나서는 천복에게 방금 지혜와 통화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지혜가 면접 잘 봤대요 무술생 얘기도 나와 잘 대답했대요. 그리고 경숙이 말대로 합격자발표는 양력으로 십일월오일이래요. ...여긴 다 신령님들만 사시나 봐요?”
“아하하, 내일 오겠소!”
첫댓글 정말 신령님들만 모여 사나봅니다.
양지숙이 어리둥절하죠. 사실 천복이 여러 여자들을
거느린 것조차 신령스런 괴력이 아니고선 불능하죠.
게다 경숙까지 지기에 천기를 받았으니 천복의 활동
을 배가시킬지 아니면 위축시킬지 알수 없으나 경숙
의 역할이 주목되네요. 앞으로 경숙은 천복과동행할
것 같아요. 그러니 천복은 행동반경이 넓어질지좁아
질지 알수없는 지경인데 암튼 해코지 하지는 않을것
같네요. 옥희와 이영란과 천복이힘쓰고, 박복천뱃속
에서 열 달 자라서 태어났으니 그동안 오줌자리에서
배태하여 地氣만 받았는데 이젠 天氣를 받아서 놀랄
만한 일들이 벌어지리라 보이네요. 그렇게되면 천복
이 날개를 달게 되는 셈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