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킴라일락 지음 | 162쪽 | 46판형 | 10,000원
암 재발이라는 불안을 안고 살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제2의 인생을 펼친다
▶ 4기 암 환자의 씩씩하고 엉뚱발랄한 일상
블로그에 솔직한 이야기를 올리며 희망을 전하다
암 진단을 받았던 작가 허지웅이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아 방송에 나왔다. 그는 암 투병 당시 도움받을 용기가 필요했다며, 병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해마다 20~30대 젊은 사람들의 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방암은 여성 암 가운데 가장 높은 발병률로 그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암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밝히기를 꺼리고, 완치되더라도 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4기 암을 겪은 저자가 유방암 선고를 받은 후 항암 치료와 재발을 경험하면서 겪은 암 환자 버전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당당히 암 환자라는 것을 알리고, 병동 생활과 항암 과정, 회복 후 병원과 집을 오가며 힘겹게 받았던 치료 과정을 무겁지 않고 발랄하게 담아낸다. 암 환자의 일상을 통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아프기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하며 씩씩하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 죽음의 두려움보다 일상의 행복을
아프고 나니 평범한 일상이 미치도록 그립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자정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사 먹던 샌드위치, 홀로 차린 밥상 위에 놓인 초라한 반찬들. 저자는 당시에는 처량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돌이켜보니 크고 작은 모든 경험이 일상을 지탱해준 작은 숨구멍이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5년이 넘는 투병 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느끼며 사는 것보다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아프기 전에 더 힘들어지기 전에, 비록 유방암 환자였지만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었던 것처럼 꿈꾸던 것들을 일상에서 채워나간다.
▶ 암에 왜 걸렸을까? 자신을 자책하지 말자
보통 사람들이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리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겪게 되는데, 이유는 스스로든 주위 사람 사람들을 통해서든 건강관리를 못했다는 자책과 비난 때문이다. 혹시 운동을 안 해서? 육식만 해서? 그러나 저자는 평소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고, 암환우 카페에 가면 평소 꾸준히 몸 관리를 해온 환자들도 많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암에 걸렸는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스스로 자책하지 않기로 한다.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라 사건 이후이며, 지나온 시간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 웃고 울리는 솔직 발랄 저자의 고백
미스킴라일락은 유방암 검사를 받을 때 돼지고기 덩어리가 된 기분, 병원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 화단 벽돌 위에 누워 눈을 붙였던 경험 등 암 환자의 일상을 무겁지 않고 솔직 발랄하게 풀어낸다. 전이암 4기로 자칫 삶의 희망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저자 특유의 위트와 재치로 잔잔한 미소와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시리즈 소개
▶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 ‘일상의 스펙트럼’의 세 번째 책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추천사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 어둠 같은 절망 속에서 작가님의 블로그를 만났습니다. 한 줄기 빛을 만난 듯 암환우에겐 희망이었고, 용기였습니다. _한울타리
어느 날 갑자기 원치 않은 여행길에 오르게 된 제가 블로그란 공간에 서 뜻밖의 친구를 만났지요. 길고도 지루한 여정에 오래 동행해주시길 감히 부탁해도 될까요? _비상하라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이 제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인 지금 제게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_kk1960
저는 암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내가 왜 암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조금만 뭐라고 해도 짜증 나고 우울했는데 시간을 버는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그런 것들도 내 인생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예쁜 꽃처럼 작지만 소중한 글 오래오래 써주세요. _아니다
첫 장부터 빨려 들어가듯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두 번의 암 경험자로서 항암치료 동안 느꼈던 크고 작은 감정들이 생각나 공감하기도 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기도 했다. _정은선 『마음 습관의 힘』
첫 문장
그날 밤이었다. 병실에 혼자 누워 있으려니 잠이 오지 않았다.
책속으로
p.7 가만히 나에게 말을 건넸다. ‘가슴아, 잘 들어. 내가 좀 미안한 일이 있어. 안 그래도 너를 그렇게 성장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말이야…. 내일이면 그마저도 더 작아질 거래. 흉터까지 생길 거야. 내가 지켜주지 못해 많이 미안해.’ 남의 것을 허락 없이 쓰면 실례지만 동의를 구하면 문제가 없듯이, 왠지 내 몸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p.31 지금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예측하건대 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거의 매일 가는 도서관에서는 동네 백수, 좀 친분 있다 싶은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4기 암 환자, 그리고 어른들 눈에는 혼기 놓친 노처녀. 여기서 내가 좀 더 망가진다고 해도 누구 하 나 신경 쓸 사람도 없지 않은가.
p.34 의료진은 내 가슴 위에 펜으로 긴 선들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 아. 이건 마치 내가 돼지고기가 된 느낌이 들었다. 담당 의사는 정육점 주인이고, 둘러선 의료진은 고기를 살펴보는 손님, 뭐 그런 느낌. 병동에 있는 환자들에게 들어서 방사선 치료 때 몸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느낌인지는 전혀 몰랐다.
p.55 약의 필요성을 부인해서라기보다는 그렇지 않아도 괜한 우울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인데 내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또 다른 우울감 하나를 더 갖고 싶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는 그런 작은 이상 징조에 너무 예민하게는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자주 다독여주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p.59 한참 ‘종양’ 어쩌고로만 들리던 말은 그러나 어느새 ‘암’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내 귀에 꽂혔다. 잠시 멍해지는 사이, 내 눈을 피해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그에게 잠시 말을 끊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니까… 폐에 생긴 게… 암이 맞다는 말씀이시죠?”
p.95 병원을 나서면 오후의 해가 한창 비추고 있다. 갈 때와 동일한 교통편으로 이동을 반복해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 다섯 시쯤이다. 이렇게 하면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이 모두 끝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이 일정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컨디션이 나빠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꼭 병원에 가야 한다.
p.103 4기 암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인생의 타이틀은 아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기에 병이 나은 후 그때의 삶이 되풀이될까 두려웠다. 나란 사람은 겁쟁이 아니었던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겁쟁이.
미스킴라일락
보잘것없던 20대를 간신히 보내고 맞은 30대를 유방암과 함께 온통 투병으로 물들이며 항암 횟수만 90회를 넘긴 5년 차 프로 투병러. 치료가 힘겹다고 해서 삶마저 힘겨워질 이유는 없다는 철학으로 투병 전보다 더 엉뚱발랄한 일상을 살고 있다. 온기와 희망을 전하는 에세이스트가 되려는 야무진 꿈을 꾸며 오늘도 서툰 글을 쓰고 있다.
차례
가슴아, 조금 미안한 일이 있어
두려움 따윈 보글보글 찌개나 해 먹겠습니다
‘삭발의 꿈’이 이루어질 줄이야
미치도록 그리운 일상
보통의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어서 와, 유방암은 처음이지?
풀지 못할 문제에 빠지지 말기
유방암이지만 비키니는 입고 싶어
내 ‘정신이’도 사랑해주기
잠시, 영화 좀 찍고 가겠습니다
입원 준비 용품에 ‘보호자’ 하나 추가요!
치료에 있어서의 주체성
우리, 할머니가 되어서도
홈쇼핑 중독자 아버지의 선물
잠시 쉬었다 가세요
그래도 연명하듯 살긴 싫습니다
숲의 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기 위한 준비
백혈구 수치의 노예
항암의 추억
나는 애정하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었습니다
당신도 나도 살아갈 이유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