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그녀를 막지는 않았다, 심심했기 때문에. 화장실에
간 세희는 아마 지금쯤 입술이 붉어져 있을 것이다. 나는
별로 탐탁치 않지만, 세희가 그러고 싶어하므로 나는 굳이
막지는 않는다.
"뭐하고 있었어?"
"........."
대답하지 않고, 스테이지에 춤추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자신쪽으로 돌렸다.
갈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많이 놀아본 것 같아도 천박한
느낌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선을 마주친 그대로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물었다.
"뭐하고 있었어?"
"춤추는 거 보고 있었어."
이번에는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대답해줬다. 그랬더니 또
한번 웃는다. 나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섹시한 맛도
있고 세련된 맛도 있다. 뭐, 세희도 갖고 있긴 하지만.
"혼자 왔어?"
"......응.."
그녀가 "빙고!"하며 눈웃음친다. 그녀가 맘에 들었기 때문에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들어
서자마자 나를 향한 시선을 느꼈고, 그 주인공이 그녀라는
것도 역시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확인사살을 해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총알은 퍽!하고 꽂혔다, 누군가에게.
"여기 좀 시끄럽지 않아?"
"그런 것 같네.."
그녀는 말을 하기 전에는 우선 혀로 입술을 핥는다. 그 행동이
의식하고 하는 것인지 그냥 버릇인지 알 길은 없다. 그녀가
그 다음에 할 말은 듣지않아도 알겠다. 보나마나,
"그럼- 우리 나갈까?"
겠지..
"글쎄..."
한번 튕겨봤다. 세희와는 다르게 도발적인 매력이 있는 여자다.
세희의 매력은 청순하고 순진해 보이는 외모라고나 할까...
세희와는 다른 모습이라, 왠지 끌린다. 맘에 들었다.
단지 튕겨본 것이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둘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시무룩한 척 말하지만, 은근하고 유혹적인 말투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그녀는 나를 타겟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은근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도
나의 타겟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먼저 다가왔으니, 이 다음은
말할 것도 없다. 술술 넘어간다, 진도는.
그녀가 더욱 은근하게 덧붙인다.
"너랑 있으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
"사실은 나도 그래"
그녀에게 미소를 주었다. 그녀의 얼굴에 순간 붉은 빛이 떠오른
것처럼 보였지만, 언제나 행동과 미모는 세련되었다. 그리고
의외의 붉은 빛은 무척이나 섹시해 보였다...
"그럼 우리... 지금 나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저쪽에서 세희가 나타났다.
세희가 나를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나는 굳이 손을 흔들지 않았다.
알아서 걸어올 것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세희가 오고 있거든.."
"세희가 누군데? 애인..?"
"어.."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로 내 시선을 따라간다.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물론, 그녀의 모든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자신감을 가질 이유가 있다.
세희의 걸음은 매우 빨랐으므로, 곧 우리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세희의 입술은 새빨갛다. 세희가 빙긋 웃는다. 나는 얼른 그녀에게
세희를 소개했다.
"이쪽은 내 애인."
"아.."
그녀가 그제야 알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세희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눈빛에 담긴 자신감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녀의 이런 자신감이 나의 마음을 더 붙드는 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
새하얀 피부의 세희는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가리키며 세희에게
양해를 구한다.
"나 지금 나가도 될까..? 얘랑.."
그녀를 바라봤더니, 웃음을 띠고 있다. 나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안그러면 세희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단 10분이지만 난 얘를 사랑하게 됐거든.."
세희가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 하얀 피부가 붉은 빛을 띌 때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 소란스러운 장소를 나섰다.
"나랑 사랑해도 괜찮지..?"
그 뒤쪽 어두운 골목에 둘이 섰을 때, 그녀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런 여자는 좀처럼 없으니까. 핑크빛 볼이
사랑스럽다. 매혹적으로 내 눈앞에 빛나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든다.
"그래..."
그녀가 맘에 들어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녀도 다가온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
숙이고 그녀는 내 목에 팔을 둘렀다. 입술이 서로 맞물려 감정의
교감을 만들고 떨어졌다. 불그스름해진 그녀의 입술을 보며
욕망에 사로잡혔다. 다시 입술을 머금었다. 그녀는 일부러 내는
것일지는 모르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 잠깐만... 그가..."
그녀가 갑자기 놀라며 나를 떼어냈다. 그러더니 내 뒤를 가리키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세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별 일 없어..."
나는 다시 그녀에게 입술을 갖다대며 말했다. 그녀는 세희가 금방
떠날 것이라 생각했는지, 이내 나의 입술에 반응했다. 이윽고 나의
입술은 그녀의 턱을 간지럽혔다. 갸름한 턱선을 지나자 완만한 곡선의
목이 보인다. 나는 그 목에 입술을 묻었다.
세희는 여전히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희가 웃고 있었다.
나 역시 웃고 있었다.
우리는 입술이 붉어진채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웃고있는 우리의 옆에서
얼굴이고 목이고 새빨개진 그녀는 우리를 흘겨보고 있었다.
.
.
나는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토록 매혹적인 피를 가진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처음 눈이 마주치던 그 순간부터 단지 10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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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호러..? -_-;
요즘 나온 이효리 타이틀곡 "10 MINUTES" 가사를
생각하다가, 남자입장에서 색다른 내용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첫댓글 계속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