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문대작(屠門大嚼)
[뜻]
고깃집 문 앞에서 크게 씹는 흉내를 내다. 좋아하는 바를 실제로 가지지는 못하지만 상상만으로도 마치 얻은 것처럼 만족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또는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출전]
「사람들은 장안의 음악을 들으면 문밖을 나서 서쪽을 보며 웃고, 고기의 맛이 좋다는 말을 듣고 나면 고깃집 문을 바라보며 씹는 흉내를 낸다.(人聞長安樂, 則出門西向而笑. 肉味美, 對屠門而嚼.)」(환담(桓譚) 《신론(新論)》)
「식(植)이 아룁니다. 계중(季重) 족하는 전날 관리로 등용되어 나와 가깝게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여러 날 잔치 자리에서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만나는 일이 드물어져 오히려 쌓인 노고를 다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술잔을 올리면 앞에서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 같고, 퉁소와 피리가 뒤에서 흥겹게 연주되면 족하는 그 풍채를 독수리처럼 드날려서 봉황이 탄복하고 호랑이가 응시하는 것과 같으니, 소하(蕭何)나 조참(曹參)도 그대의 짝이 될 수 없고, 위청(衛靑)과 곽거병(霍去病)도 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살펴보아도 사람다운 사람이 없다고 하실 것이니, 어찌 당신의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 고깃집 문 앞을 지나가면서 크게 씹는 흉내를 내면 비록 고기를 못 먹었지만 귀하고 통쾌한 뜻일 것입니다.(植白, 季重足下, 前日雖因常調, 得爲密坐. 雖燕飮彌日, 其於別遠會稀, 猶不盡其勞積也. 若夫觴酌凌波於前, 簫笳發音於後, 足下鷹揚其體, 鳳歎虎視, 謂蕭曹不足儔, 衛霍不足侔也. 左顧右眄, 謂若無人, 豈非吾子壯志哉. 過屠門而大嚼, 雖不得肉, 貴且快意.)」(조식(曹植)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
이상의 전적에서 말한 고깃집 앞에서 (고기) 씹는 흉내를 낸다는 말에서 ‘도문대작’이 유래하여, 상상만으로도 마치 얻은 것처럼 만족하는 것이나 허장성세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조선 시대의 허균(許筠)은 이 성어를 이용하여 책의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그가 1611년(광해군 3년)에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은 전국 8도의 식품과 그 산지에 관해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하게 되니 지난날에 먹었던 음식 생각이 나서 견딜 수 없다. 이에 유(類)를 나누어 기록해 놓고 때때로 보아 가며 한번 맛보는 것이나 못지않게 한다.”고 밝히고, 당시의 식품을 유형별로 나누고 이들 식품의 특징과 명산지를 설명했다.
방풍죽(防風粥, 강릉), 석이병(石耳餠, 개성), 엿 · 대만두(大饅頭) · 두부 · 다식(茶食) · 웅지정과(熊脂正果) 등 병이류(餠餌類) 11종, 강릉의 천사배(天賜梨), 전주의 승도(僧桃) 등 과실류 28종, 곰발바닥(熊掌), 표범의 태(豹胎), 사슴의 혀와 꼬리 등 비주류(飛走類) 6종, 붕어 · 청어 · 복어 · 송어 · 광어 · 방어 · 도루묵 · 홍합 · 대하 등 해수족(海水族) 46종, 무 · 배추 등 채소류 33종, 기타 5종을 나열하고, 이들 식품의 특징과 명산지를 밝혔으며, 끝으로 서울 음식 28종을 계절과 재료에 따라 분류하였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실국수(絲麪)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의 오동(吳同)이라는 사람이 이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우동’이라는 음식명이 원래 중국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책 끝에는 1611년 4월에 쓴 저자의 제사(題辭)가 있는데, 《도문대작》이라는 제목은 고기를 먹고 싶으나 먹을 수가 없으므로 도문(고깃집)이나 바라보고 씹는 흉내를 내며 자위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용례]
때로는 체면을 목숨보다 중시했던 우리 조상들은 찬물을 마시고도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는 등, 남 앞에서는 ‘도문대작’을 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글]
김성일
김성일(金聖日)은 문학박사. 전라북도 도청에서 국제정책전문위원으로서 중국과의 국제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단국대학교, 전남대학교,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백석대학교 등에서 중국어문학을 가르쳤다..펼쳐보기
[출처]
고사성어대사전 | 김성일 | 시대의창 전체항목
선인의 경험이 깃들어 있고, 지혜와 지식의 보고인 고사성어.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상의 언어이기도 하다. 고사성어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배경을 철저한 조사와 고..펼쳐보기
첫댓글 노가리 님 감사합니다 ^*^
감사 합니다 샬롬 !!
즐거운 월요일 맛과 멋 향기로 보람 되시고...
늘 웃는 삶 행복 하시고 편안 하시며 항상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