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아마 그러겠지만 전교조 전남지부에서는 조합원 200명 이하의 소규모 지회에 대한 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그냥 주는 건 아니고요, 사업계획을 세워서 신청을 하면 주는 돈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해남지회에서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다큐영화 <자백>이 개봉되었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목포의 C** 영화관에서도 상영한다는 소식에 작은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조합원 영화 관람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제가 그 영화를 관람하는 날이어서 우리 학교 전교조 조합원인 선생님 두 분하고 국어과 기간제 선생님을 제 차에 태우고 목포에 가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권력의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같이 뻔뻔하고 몰염치한 건지 영화보는 내내 자꾸만 입 밖으로 욕지거리가 나오려 했습니다. 사실 조금(?) 하기도 했습니다.
유우성씨 사건을 중심에 놓고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와 입국 심사 중에 자살한 탈북자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었습니다. 유우성씨의 어린 여동생을 6개월 가까이 감금한 채로 주먹으로 치고 뾰족구두 뒷급으로 무릎 위쪽을 밟아대며 고문을 하고, 오빠가 간첩이라는 걸 자백하면 오빠와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고 감언이설로 속여 넘기는 그 사람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의 인권은 철저하게 짓밟아놓고 자기들의 초상권은 죽기살기로 챙기더군요.
자신이 안기부장이던 시절에 저지른 일에 대해 기억 안 난다, 모른다, 그런 일 없다로 일관하던 김기춘, 그 일이 비난받을 일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거겠죠? 유우성씨 사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 역시 모른다, 그런 일 없다가 답이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누구보다 주목하게 된 인물이 최승호 PD였습니다. 국정원으로부터 조사받다가 자살한 탈북자 한준식씨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그 딸아이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다가 눈물이 울컥 나왔지만 그런 말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최승호 PD의 표정도 말할 수 없이 침울했습니다. 유우성 씨 사건을 책임진 검사, 유가려 씨를 고문했던 국정원 직원들, 김기춘, 원세훈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며 최승호 PD가 정말 남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옆에 같이 앉은 선생님이랑 '나같으면 저기에서 욕을 마구 해 줄 텐데, 저렇게 흥분하지 않고 인터뷰를 하려면 속에서 천불이 날 텐데 어떻게 저렇게 참고 이야기할까' 하는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산으로 가리고 웃고 있던 원세훈과 그 옆에서 참담한 얼굴로 있던 최승호 PD의 모습을 보며 분노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최승호PD라는 존재가 있었기어 '자백'이라는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꿔야 모른다, 그런 일 없다, 기억 안 난다로 일관하던, 조작된 증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만들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그들의 행동은 권력의 비호를 믿는 데에 기인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 영화 '자백' 꼭 보시기 바랍니다. 주위 분들에게도 많이 알려 주십시오.
첫댓글 저도 봤는데 이런게 나란가 싶더라구요. 진짜 국가의 공권력이 한 사람의 생을 이렇게 무참히 망가지게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더 황당한 것은 운동권 출신 검사님께서 그래도 그 새끼 간첩맞다고 하길래 때릴 뻔 했습니다.ㅋ
운동권 검사님께서 그 새끼 간첩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