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추야! 잘 자라거라!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스무나흗날
밭가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보기싫어서 베고 있었다.
대부분의 풀 나물종류라서
뽑거나 베는 것을 망설였다.
심은 적도 없는 냉이, 질경이,
개미취, 잔대, 더덕, 민들레 등등...
너무 보기싫어 낫으로 베고 있는데
아내가 "오늘은 일기 안쓰고 뭐하나?"
라고 멀리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아차! 일기 쓰는 것을 잊어버렸네!"
부랴부랴 들어와 이제서야 쓰고 있다.
요즘은 햇볕이 없는 아침 시간이 일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선선하여 좋다.
그러다보니 아침이 바쁜 촌부의 일상,
그래도 늘 하는 버릇인 일기는 써야지?
오늘은 바쁜 관계로 간단히 대충 쓰자!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식전까지 세 시간
가량 큰밭에 심은 고추 곁순따기를 했다.
농사방석을 엉덩이에 차고 밭고랑에 앉아
한 그루 한 그루 일일이 곁순을 따다보니
600여 그루를 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근래 비가 내려 제법 컸는데 곁순이 많이
자라 키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아
빨리 곁순따기를 해야할 것 같아 해치웠다.
딴 곁순은 바구니에 담아 아내에게 갖다
주면 갈무리를 하여 고추순나물을 만든다.
연한 순이라서 맛있는 찬거리가 된다.
내친김에 고추끈 묶기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침식사후 잠시 쉬었다가 고추끈을
담은 배낭을 매고 밭으로 나갔다. 배낭에서
나오는 고추끈이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하면 혼자서 끈을 칠
수가 있어 아주 좋다. 약 300개를 꽂아놓은
고추대 사이에 3그루씩이 있어 끈을 연결해
묶는다. 예전처럼 사이사이를 꼬아서 묶는
것이 아니고 고추를 사이에 두고 고추대와
고추대 사이에 끈을 늘어뜨려 묶어놓는다.
나머지 고추나무 사이는 다음 과정이 남았다.
그렇게 오전에 반, 오후에 반을 하여 모두 다
마무리를 했다. 약간 덥기는 했으나 잠시잠깐
소낙비가 내려 쉬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정성을 쏟았으니 고추가 잘 자라겠지?
"고추야! 잘 자라거라!"
바쁜 관계로 오늘 일기는 여기서 줄이기로...
첫댓글
오늘 촌부님 일지 보면서
고추 곁가지 따주는거 처음 알았어요~ㅎㅎ
한주도 건강 하시고 파이팅 하세요
그러셨어요?
방아다리(첫 번째 Y자 모양) 아래의 곁순은 따줘야 합니다. 그래야 위로 자라고 열매도 많이 열리거든요. 감사합니다.^^
고추잎 무침은 맛나지요.
이번 비에 많은 피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농사에 큰 무리가 없기를 희망해 봅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귀찮다고 그냥 밭에 놓아두고
거름으로 사용합니다만
우리는 진잎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물로 먹습니다.
적은 농사라서 가능하지요.
감사합니다.^^
작물은 주인의 손길을 먹고 큰다고 허던디유..
진짜루 그런거 가터유..
트키 꼬추는 만지믄 만질수록 커지능거 가터유...
근디...
철수는 나이가 연세가 되니..
그것두 쉽지 안트만유..
워쯧끄나..조쯧끄나..
꼬추 잘 키우세효..
맞습니다.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지요?
하도 재밌게 댓글을 다셨길래...
하여튼 감사합니다.^^
우박으로 부러지고
찢어진 고추 순들은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
애지중지 하시니
안부가 궁금해서요.
밭고랑이 일렬종대로
나란한 모습과 고추나무와
지지대를 보니 얼마나 큰 정성의 손길이 닿았는지 짐작이 가네요.
자라지 말라고 해도
무럭무럭 잘 크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자연이 하는 심술이라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자연에 기대고 살면서
농사를 짓기에...
그나마 큰 피해는 없습니다.
깔끔하게 농사를 짓고 싶은 것이
나름의 생각이라 노력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녀석들을
살피러 밭에 나가곤 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