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장공원 들머리에 공원에 대한 안내문과 개장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재형
남산 자락에 아름다운 새 공원이 탄생했다. 남산을 찾는 시민들의 쉴 공간은 물론 우리들의 슬픈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교육적 기능도 갖춘 곳이다. 남산예장공원이 지난 9일 정식 개장을 하고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명동역 1번 또는 10번 출구에서 5분가량 걸어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복잡하기만 한 명동 인근에 아름다운 공원이 생긴 만큼 시내 관광을 나섰다면 반드시 들러보자.
남산예장공원 지상 1층으로 가는 길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김재형
산책길부터 멋스러운 수경시설까지
남산예장공원은 1만 3,036㎡(3950평) 부지에 녹지공원이 조성된 만큼 현장에 도착해 보면 생각보다 큰 느낌이 든다. 공원은 개방된 구조로 진입로가 다양하다. 지하 1층에는 이회영 기념관이 있고 지상 1층에는 산책길은 물론 조선총독부 관사 유구 등을 볼 수 있다. 1층 공원에 가기 위해 들머리를 지나면 유선형의 캐노피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편한 걸 이용하면 된다.
지상 1층에는 다양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김재형
1층에 올라서면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오솔길'이 방문객을 반긴다. 곡선을 따라 걷는 산책길, 좌우로는 커다란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가 많아 수목원에 온 기분이 든다. 지상 녹지공원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18종의 교목 1,642주, 사철나무 외 31종의 관목 6만 2033주 등 다양한 나무가 있다니 다시 한번 놀랐다. 실제 커다랗고 기풍 있는 나무 사이를 걷노라면 남산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오솔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김재형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 소방재난본부 방향으로 가면 아름다운 수경시설이 있다. 유선형의 벤치와 나무 그늘 그리고 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분수가 있다. 평평한 수로를 따라 조용히 흐르는 물과 멋스러운 바윗돌이 물의 흐름을 잠시 바꿔 놓는다. 단순하면서도 멋진 수경시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수경시설 주변으로는 의자와 나무가 있어서 잠시 앉아서 쉬기에 좋다. ⓒ김재형
수경시설은 분수가 나와서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김재형
남산예장공원에는 빨간색의 독특한 건물과 낡은 건물 터가 있다. 누가 봐도 호기심이 드는 형태를 하고 있다. 먼저 빨간색 건물은 예전 중앙정보국 6국이 있던 자리에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기억 6'이라는 공간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동그란 돔 형태와 벽면 스크린을 이용해 국민 감시, 강압 수사, 고문 등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내용이 상영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6국 지하 취조실을 원자재 그대로 제 위치에 복원한 곳도 볼 수 있다.
인권침해에 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기억 6' 건물 ⓒ김재형
'기억 6'에서 영상(왼쪽)과 복원한 취조실(오른쪽)을 볼 수 있다. ⓒ김재형
기억 6의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휴일은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월요일과 설날, 추석은 휴관한다. 건물 주위로는 남산예장공원 조성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을 그대로 보존한 유구터가 조성돼 있다.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을 그대로 보존한 유구 터 ⓒ김재형
남산예장공원 색다르게 즐기기
남산예장공원에서 남산유스호스텔 방면으로 가면 색다른 산책코스가 있다. 높이 2m 남짓 높이의 데크길을 조성해 나무를 조금 더 가까이 접하면서 걸을 수 있는데, 구불구불 길이 나 있어 남산의 산자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유스호스텔 방면으로 나가면 또 다른 산책길도 있다. ⓒ김재형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도 조성돼 있다. ⓒ김재형
데크길의 끝까지 가면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가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방문해 보자. 남산예장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로 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계단 몇 개를 올라가는 전망대로 위치가 높지는 않아서 시야가 확 트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산의 비탈을 이용한 전망대로 충무로 쪽과 퇴계로 주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욱이 지상층은 중앙의 산책로도 좋지만 외곽으로 뻗어 있는 오솔길은 조금 더 자연풍경 느낌을 만끽하면서 걸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무로 풍경 ⓒ김재형
외곽으로 조성된 오솔길이 운치 있다. ⓒ김재형
나라 찾기 위해 무장투쟁의 길 나선 '이회영' 기념관
지하 1층으로 가면 이회영기념관이 있다. 우당 이회영 형제의 독립운동사를 비롯한 역사적 유물자료 70점과 설치물, 영상물 등의 전시물이 보존돼 있다. 영상은 이들이 독립운동에 나서는 고난에 찬 노정과 무장투쟁 과정 등을 담고 있다. 나라가 일제 수중에 떨어지자 전 재산을 서둘러 정리하고 총칼로 빼앗긴 나라를 총칼로 되찾고자 무장투쟁의 길로 나선 역사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공원 지하에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이 있다. ⓒ김재형
역사적 유물자료 70점과 설치물, 영상물 등이 전시돼 있다.ⓒ김재형
이번 남산예장공원 조성을 끝으로 남산르네상스 사업이 12년 만에 비로소 완성됐다. 남산을 시민들의 친숙한 여가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회복과 소통이라는 취지로 남산의 4개 자락(장충, 예장, 회현, 한남)과 N서울타워 주변을 재정비했다. 이 중 3개 자락은 재정비를 이미 마무리했으며 예장자락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데 시간이 걸려 마지막으로 완료된 것이다.
■ 남산예장공원
○ 위치: 중구 예장동 4-1 일대 (남산예장자락)
○ 가는법 : 지하철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