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색칠공부라는 거... 기억나십니까? 지나치게 연식 오래되신 분들(ㅡ_ㅡ;;; 죄송합니다^^)은 아실지 몰라도 왜 철인28호니 들장미소녀 캔디니 하는 만화주인공들의 모습을 흰 종이공책에 윤곽만 그려놓고 색은 니들 알아서 칠해라고 내 놓은 그 얄팍한 공책들 말입니다. (써놓고 생각해보니, 그런 것까지 [공부]라는 말을 붙여 부르는 대한민국 사람들, 뜨거운 향학열과 교육열은 그런데서도 드러나는 듯 싶어 웃음도 좀 나옵니다. 색칠놀이 정도면 충분할것을) 색연필이 됐든, 크레파스가 됐든 아크릴칼라가 됐든 그려진 그림대로 칠하며 노는 겁니다. 나름대로 재밌죠. 대개 애들이 해 놓은 걸 보면 사람 얼굴을 새파란 색으로 칠해놓아 이게 도대체 들장미소녀 캔디인지 개구쟁이 스머프인지 헷갈릴 지경에 그거라도 칠해놓은 걸 보면 칠한건지 직직직 그었는지 발랐는지 하여간 완성된 그림이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는 모양새가 됩니다만 어쨌든 재밌게들 가지고 놉니다. 개중에 좀 소질있는 애들이 칠해놓은 걸 보면 뭔가 소질이 보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꽤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요. 일단 윤곽그림은 깔끔하니까요. 현대회화의 거장이라는 피카소 하면 일단 떠오르는 그림이 있을겁니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얼굴이 무슨 가재미 세숫대야마냥 눈 두개가 한쪽으로 몰려있질 않나.. 이마빼기에 귀가 붙어있질 않나.. 전세계적으로 손꼽는다는 거장이 그린 그림치고는 참, [여섯살배기 당신 아들도 일주일만 하면 피카소만큼 한다]스럽죠. 도대체 그런 걸 뭘 보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명작 취급을 하는걸까요? 차라리 내 보기에도 그림에 소질이 좀 있는 듯도 하고 그래서 보낸 미술학원에선 선생들이 더러 칭찬도 한다 하고 학교 사생대회 나가선 상장도 곧잘 받아오는 우리 아들녀석이 숙제 다 해 놓고 심심풀이삼아 책받침그림을 참고로 칠해놓은 색칠공부책 그림이 암만 봐도 거짓말 좀 보태서 스무 배는 나아보이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됐든, 오시이 마모루가 됐든, 그 환상적인 색감과 움직임에 입이 벌어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든 동화(動畵)나 채화(彩畵)같이 단순기능인력이 대량으로 요구되는 작업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 하청수주를 해서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 환상적인 색감과 생동감 넘치는 동작들이 거의 대부분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는 거죠. 그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한국 애니메이터들이지만, 달려라 하니나 아기공룡 둘리의 작화상태를 보면 위와 같은 상황들이 별로 믿어지질 않습니다. 일본작품을 하청받아 작업하는 애니메이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채색할 칼라의 번호는 물론 어느 부분을 어떻게 구획지어서 어떻게 칠해야 할지, 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원화와 설정부터 채색의 이것저것까지 아예 매뉴얼을 딱 못박아서, 딱 이대로만 해달라고 한다는 겁니다. [딱 이대로만]의 매뉴얼에 길들여지고 나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이미 다른 사람이 고민해 놓았으니까 말입니다. 오시이 마모루가 고민해놓은 대로만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이 깔끔하고 정확하게 아무 고민과 선택의 필요없이 작업해서 가져다 주면 최고의 권위와 명예가 걸린 상은 오시이 마모루가 받아갑니다. 책받침 그림에 나와있는 명암까지 참고해 가면서 깔끔하게 칠해놓은 내 아들의 색칠공부가 피카소의 애들장난에 비교되지 못하는 까닭이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철인28호의 그 오뚝하기 그지없는 콧날 밑에 진 그늘까지도 그리 섬세하게 표현해 놓았는데, 들장미소녀 캔디의 곱슬거리는 양갈래 금발머리도 마치 비달삼순 샴푸로 방금 감겨놓은 것 마냥 윤기가 흘러내리는데.. 피카소가 그려놓은 기형 가재미 혹은 광어 세숫대야가 위대한 까닭은, 그것이 [3차원 형상의 사람얼굴을 구성하는 그 모든 요소를 어떻게 해서 2차원의 캔버스 위에 표현해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그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도해 본 끝에 스스로 선택하고 다듬어 완성시킨, 그만의 독창적인 기법과 화풍이라는 데 있는 겁니다. 또 그것이 인간의 깊은 고민거리를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드러내어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표현방법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서 내 아들놈이 칠해놓은 색칠공부는 다 칠해놓고 나서는 폐지 수집하러 다니는 할아버지께서 가져가시라고 지난 신문뭉치와 함께 묶어서 대문밖에 내놓으면 그만이지만, 피카소가 그려놓은 가재미 상판대기는 루브르에 걸리는 겁니다. 성경에 써 있는 그대로 믿고, 성경 그대로 산다구요? 이 세상 근심 걱정은 모두 주께서 맡아주시니 내 삶은 마냥 푸른 초장 맑은 시냇물가라 행복하십니까? 내 삶의 모든 것은 주님이 주관하시니 나는 그저 주님의 어린양이요 충성스러운 종으로 주님이 원하시고 시키시는 것만 하고 산다구요? 그저 내 할 모든 것은 성령께서 직통으로 영감때려 주시고 그게 진짜로 성령의 직통영감인지 내 망상인지 사탄의 속삭임인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성경에 다 나와 있으니 그저 나와있는 그대로만 살다 천당에 가신다는 말씀이시죠? 그게 성경에 다 나와 있으니 그대로만 살다 천당에 가신다는 말씀이시죠? 차라리 내 아들놈이 칠해놓은 들장미소녀 캔디가 루브르에 걸리기를 바래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은 우리주 이슬 그라스님의 얼큰하신 은혜와 안주님의 든든하신 사랑과 국물님의 시원하시고 풀어주시는 역사가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간과 위장 위에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함께하실지어다 |
첫댓글 디플님의 활약... 그 거침없는 나와바리와 광활한 오지랖의 범위에 그저 감탄임돠.. ^^/ 가입인살 꼬리글로나마... 대신하며.. 즐 어린이날!!
동영상이 바뀌었네... 역시 쏘주는 병나발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