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역사소설^태종•이방원:⤵
태종•이방원 제174편: 양녕과 태종의 파멸의 원인(2)
(시대와 공존할 수 없는 도발적인 사상)
세자 양녕이 사상의 근저로 생각하는 무위사상(無爲思想)은 도가의 사상으로 처음에는 유가에서 배척받았다. 후에 유가에서 인간의 의식을 초월한 자연행위는 완성된 행위라고 재평가하여 받아들이게 되었다.
'명명덕 다음에 나오는 대학 3강령 중 하나 지어지선(止於至善).
참 좋은 말이다. 선(善)한 것은 끊임없이 추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선(至善)은 절대선이 아니다. 상대선이다. 상대가 선으로 받아들였을 때 선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허나, 아버지가 선(善)이라 표방하며 후궁들을 가까이 했을 때, 어머니도 선이라 받아들였을까?' 마음 고생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몸종을 가까이 했을 때 제일 힘들어 했던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소선 옹주를 가까이 했을 때도 어머니는 고통스러워했다.
태종 이방원은 조선 역대 왕 중에서 2번째로 많은 후궁을 둔 군주였다. 불경스럽다. 아버지를 넘어 임금에게 이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반역으로 처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양녕의 사상이었다.
수백 년을 앞서가는 사고방식이다. 이 논리로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우던 양녕은 결국 파멸하고 말았다. 시대와 공존할 수 없는 도발적인 사상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양녕은 죽을 때까지 후회하지 않았다.
'침략을 받은 나라가 악이라 규정해도 명나라가 변방을 공격할 때 선이라 칭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선이라 주장하며 어리를 가까이 한다면 곧 선이지 않은가? 어차피 선이란 자기중심적이지 않은가?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김판서의 딸을 맞이하여 장가들었다. 숙빈은 내가 선택한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다. 어머니가 그랬듯이 숙빈이 악이라 규정해도 내가 어리를 선택한 것이 선이라 생각한다면 선이지 않은가?' 비약이 이기를 낳았다. 평소 공부 안 한다고 핀잔을 받던 양녕이다. 부왕에게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심오한 대학(大學)을 자신에 맞게 해석하고 아전인수 격으로 합리화할 정도면 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었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사이 나룻배가 파주 임진리에 닿았다. 짐 꾸러미를 짊어진 부보상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갔다. 세자 양녕이 말을 끌고 뱃전을 나서려 할 때였다. "저하, 소인이 뫼시겠습니다." 양녕이 쥐고 있던 말고삐를 붙잡았다. 나룻배에 동승했던 사나이였다.
"네가 누구냐?" "저하를 모시고 싶어 개성에서부터 따라나선 김인의라 하옵니다. 거두어 주소서."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이 선한 얼굴이다. 시선이 마주쳤다. 착한 눈이다. 느낌이 좋다. 양녕은 말고삐를 사나이에게 넘겨주었다. 짧은 순간이었다. 김인의가 말고삐를 잡았다. 견마잡이가 생겼으니 외롭지 않았다. 인의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태종•이방원^다음 제175편~
첫댓글 대장님 174편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