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장남들을 찾았습니다.
마음 속에서 잊은 적은 없는데 몸을 움직이는게 쉽지 않네요.
매주 장남들 모니터링하시고,
아이들과 겨울 모니터링까지 진행하신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이 듭니다.
지난 주말, 고온건조, 미세먼지와 꽃가루, 황사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모니터링 당일인 월요일에 반가운 봄비가 내렸습니다.
비록 모니터링은 조금 고되겠지만, 사람에게도 생물들에게도 반가운 봄비가 아닌가 싶어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뗐습니다.
빨간 우산이 포인트가 되네요^^
장남들에 발을 들이자마자 고라니들과 왜가리가 저희를 반겨줍니다.
어찌나 빠른지 사진은 잘 찍지 못했지만,
제가 참여한 모니터링 중 가장 많은 고라니들을 마주쳤습니다(10마리).
장남들에 들어가자 마자 안타까운 현장을 마주합니다.
말라 붙은 3수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물자라, 렌지소똥풍뎅이, 미꾸리 등 물이 없어 죽은 생명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씁쓸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없으면-물을 대주지 않으면-이렇게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장남들 생물들.
한 때, 땅의 주인이었던 그들에게 우리는 날강도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안타까움은 뒤로 하고 마른 수로 속 아생동물들 흔적 찾기에 나섭니다.
삵과 너구리의 발자국이 관찰되었습니다.
멸종위기동물인 삵, 그 귀한 아이의 흔적이 발견되어 마음에 위로가 조금됩니다.
3수로를 뒤로하고 1수로 방향으로 이동해봅니다.
펜스 뒤로 수달의 배설물이 관찰되었고, 수달의 이동 통로로 보이는 구멍도 발견되었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도 수달 배설물과 사냥 흔적이 발견되어서, 모니터링을 돌며 '수달들이 장남들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겠구나.'하고 이동 경로를 전체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본 말거머리!!!
생각보다 너무 커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경숙쌤이 거머리를 관찰할 수 있도록 손에 올려주셨는데, 저는 역시 아직 쌩초보라 무서워서 근처에 접근조차 못했네요.
태어나 처음 본 생명체들은 역시 신비롭습니다.
그 외에도 봄이되니 역시 푸릇푸릇 올라오는 새싹들과 작은 꽃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다양한 새들(예: 중대백로, 흰목물떼새, 청머리오리, 흰뺨검둥오리, 꿩 등)과도 마주쳤습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득 옛 생각났습니다.
앞뒤가 주택과 아파트로 둘러쌓인 도시에서 성장한 저는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 한 번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방이 모두 콘크리트로 둘러싸여서는, 자연과 생물들은 어딘가로 휴가를 가야 혹은 조부모님이 계신 시골을 가야 마주치는 것이, 그게 당연할 줄 알았습니다.
성인이 되어 조금씩 지경이 넓어진 후에야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결핍을 느낀 사람이 소중함을 잘 알게되는 법입니다.
저는 다시 '서울러'가 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돌아갈 생각도 없고요.
세종시의 자연은 그만큼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자연(강, 산, 들, 습지 등)과 그 안에 서식하는 종류를 파악할 수 조차없는 다양한 생물들,
그들이 건강해야 우리 인간 또한 건강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말 콘크리트로만 둘러쌓인 도시를 원할까요?'
주말마다 산에 넘쳐나는 등산객, 천혜 자연을 찾아 해외를 찾는 여행객들, 봄이 되어 텃밭을 찾는 사람들, 더 좋은 경치 스팟을 찾아 돌아다니는 캠핑러들...
그 안에 답이 있을 것입니다.
세종시는 소중한 자연 자원을 품고있는, 복 받은 도시입니다.
도시와 자연의 '공존'.
'공존'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세종시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진 생태 도시로 우뚝 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진 속에 고라니가 숨어있어요^^)
ps. 모니터링 후 맛있는 밥을 사주신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와우~~마음을 읽습니다^^
선생님 바쁘신데 글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감기에서 회복한지 얼마되지도 않으신데, 우중모니터링 함게 해주시고, 글도 써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