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공주가 열다섯 살이 되었다.
어느날 왕과 왕비가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성은 쥐죽은 듯이 조용한 정적에 싸였다. 지루한 공주는 문득 성 안을 탐색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왕과 오아비가 외출하자 마음이 풀어진 시녀들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옆에서 이것저것 잔소리만 늘어놓는 시녀들이 잠에 빠져 있자 공주는 해방감을 느꼈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는 식으로 참견하고 간섭하는 시녀들에게 공주는 충분히 질려 있었다.
공주는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구경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 뒷마당으로 돌아가자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문에는 열쇠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열쇠를 돌리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돌로 만들어진 좁은 나선형 계단이 나타났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간 공주는 마침내 천수각에 이르렀다.
탑 꼭대기의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작은 문을 열자 낡은 가구들이 모습을 드러내싸. 부서진 의자나 테이블, 찬장 등이 가득 쌓여이고 낡은 촛대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런 가구들 틈에 역시 낡아빠진 긴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성에서 일하는 시종이었는데,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시녀가 좀처럼 오지 않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남장을 한 공주가 나타나자 남자는 기절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확인한 순간, 참읓 수 없는 욕망을 느꼈다.
'정말 아름다워. 언제봐도 최고의 미인이야.'
오래 전부터 먼발치에서 공주를 볼때마다 어린 나이에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렸었다. 그러나 도저히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벼랑 위의 꽃으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다니....
"이곳에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응, 성 안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 여긴 너무 지저분하다."
공주가 남자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남자 옷을 입고 있었지만 봉긋한 가슴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람쥐 같은 순진한 눈동자, 꽃봉오리처럼 도톰한 입술....
아직 남자의 때가 묻지 않은 과일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자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시녀를 기다리는 동안 초조감 때문에 잔뜩 부풀어 있던 욕망이 분출할 곳을 찾아 신음하고 있었다. 그 욕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공주에게로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여낳ㄴ 일인지도 몰랐다. 남자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데 너는 누구니? 남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나는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자들과 말을 나누거나 가까이 가며 안 되거든. 사실 흥미는 많은데."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공주님, 제가 남자가 어떤 것인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남자는 긴 의자가 공주를 앉히고 옷에 손을 가져갔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프거나 무서운 게임은 아니니까요."
웃옷을 벗기고 바지를 벗기고 속옷을 벗기자 공주의 알몸이 조금씩 드러났다. 그래도 공주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빛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남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남자 앞에서 알몸이 되었는데요."
"아니, 왜 부끄럽지?"
공주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누빛으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건 게임이라면서? 빨리 너의 알몸도 보고싶어. 자, 이제 너도 옷을 벗어야지."
남자가 옷을 벗자 공주는 눈을 빛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툼한 가슴, 탄력있는 허리, 무성한 수풀, 그리고....
"건강해 보이는데. 어라, 이런 곳에 털이 나 있네. 우와, 유두가 이렇게 작아? 이상하네. 시녀들의 몸과는 전혀 달라. 어라?"
잠차 남자의 하반신으로 눈길을 옮기던 공주가 갑자기 놀라며 물었다.
"이게 뭐야? 막대기처럼 생긴 것이 끄덕끄덕 움직이네. 이게 도대체 뭐지?"
"공주님, 이건 이렇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남자는 짐승처럼 공주에게 덤벼들었다.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 공주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성인 남자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힘에 밀려 긴 의자에 쓰러진 공주는 비밀스런 부분에 남자의 단단한 물체가 강렬하게 파고들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의자가 피로 물들면서 공주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온 남자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서둘러 공주에게 옷을 입혔다.
"큰일났다! 공주님이 쓰러지셨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친 뒤에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 소리를 듣고 성 안 여기저기에서 시녀들과 시종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탑 꼭대기의 다락방에 스러져 있는 공주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소동이 벌어졌다. 공주의 얼굴에 물을 끼얹고, 속옷을 느슨하게 해주고, 코에 알코올을 갖다 대고, 관자놀이에 향수를 발라주고 했지만 공주는 깨어나지 않았다.
성으로 돌아온 왕과 왕비가 이야기를 듣고 달려왔다. 처음에는 충격 때문에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지만, 이윽고 선녀의 예언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 왕은 공주에게 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히고 가장 멋진 방으로 옮겨 금은으로 자수를 놓은 비단 천장이 딸린 침대에 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