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00억弗, 기아 200억弗 ‘수출의 탑’
5일 열린 올해로 60번째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레드카펫의 주인공은 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두 형제인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300억 달러 수출의 탑’과 ‘2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이날 수상을 한 1700여 개 기업 중 수출액 1, 2위였다. 자동차 업계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올해 수출 부진으로 한국 경제가 고전하는 동안 자동차는 역대 최대 실적을 앞세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수출의 탑’은 한 회사의 수출 실적이 특정 구간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울 때 주어진다. 스포츠로 치면 ‘커리어 하이’ 개념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기간 현대차가 310억2000만 달러, 기아가 234억8000만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두 회사가 벌어들인 외화 545억 달러(약 71조 원)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8.0%, 국내총생산(GDP)의 3.3%에 해당한다. 자동차는 부품, 철강, 물류 등 다른 산업에 파급 효과도 커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세계 경기 침체, 지정학적 위기, 보호무역 심화 등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기아는 고급화와 글로벌을 무기로 위기를 돌파했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부가가치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을 이전보다 크게 늘렸다. 불확실한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 놓은 것도 주효했다. 미국, 유럽, 인도, 동남아 등으로 수출 전선을 다변화했다. 전기차가 잘나갈 때는 전기차로 테슬라를 추격했고,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자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도요타와 맞섰다.
▷최근 해외에선 현대차그룹 앞에 ‘멋진(cool)’이란 수식어를 많이 붙인다. 올해 5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는 어떻게 이토록 멋있어졌나’라는 기사에서 세계 3위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집중 분석했다. 지난달 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도 “한땐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였지만 이젠 업계의 혁신자”라며 “‘멋진 한국’ 느낌을 내는 최첨단 브랜드가 됐다”고 평했다. 자동차를 넘어 로봇,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관엔 국산 자동차 고유 모델 수출의 효시인 ‘포니 왜건’이 전시됐다. 1976년 남미 에콰도르로 차량 5대를 실어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부품 하나 설계해 본 적 없으면서 자동차 독자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던 1970년대의 무모한 도전이 지금의 수출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우리 미래를 먹여 살릴 다음 주력엔진은 무엇인가. 또 한 번의 도전과 혁신이 절실한 때다.
김재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