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BS 9시 뉴스입니다. 전국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는 원인불명의 식물인간
환자들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5명의 환자가 추가로 확인되었습니다... -
같은 서울이지만 서울 분위기보다는 이국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용산 외국인
마을...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각 나라에서 직접 가져온 재료들과
향신료들로 요리한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있는 곳이기에 새로운 문화를 좋아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주 찾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저녁무렵부턴 외부인들의 발길이 뜸했다.
저녁 9시... 일을 마치고 서로의 삶에 대한 외로움을 토로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들로 북적대는 와중에 지희는 이 곳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한 오래된 3층 건물에
있는 허름한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 아웃사이더 - 라고 쓰여진 사무실
문을 바라보며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 똑... 똑... 계십니까? -
- 들어오세요... -
이곳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한 인터넷 신문을 발간하는 곳인 - 아웃사이더 -
문을 열고 들어간 사무실 내부는 지희의 예상과는 다르게 깔끔했다.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잘 정돈된 책상 그리고 사무실을 가득 채운 수많은 책들 비록 직원
들은 퇴근했는지 보이진 않았지만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로서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아웃사이더- 는 네티즌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는 대체 언론사였다.
허무맹랑한 옐로우 타블로이드가 아닌 철저하게 과학적 분석을 통한 심층적인
기사로 폭넓은 지지층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공공연히 네티즌들 사이에서
초자연적인 일을 해결해 준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니 이들의 활동이 얼마나 주목
받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 충균씨... 오랜만이야... 여기 생각보다 좋은데... 역시... -
- 이렇게 누추한 곳에 어인일로... 대한민국 최고신문 대한일보 수석기자인
강지희 기자님께서 왕림을 하셨는지요... -
170 정도의 키... 긴머리에 당당한 체구를 지닌 남자가 지희를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방문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껄끄러운 것
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 너 그 성깔은 여전하네... 아직도 회사에 대해 불만이 많구나? 하지만 너도 잘
알잖아 그 언론이라는 것이...아니 그만할래! 너한테 또 한소리 듣긴 싫어. 호!호!
호! -
인터넷 ID M.P.D로 더 유명한 -아웃사이더- 를 세우고 이끌어가는 대표 이충균
(네티즌들은 그를 - 두목도깨비 - 라 부른다.) 그는 원래 강지희 밑에서 함께 일
하던 -대한일보- 기자였다. 하지만 회사와의 불화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당
연히 대한일보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 다 지난일인데 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지희냐가 왠일로 날 찾아
오셨나? 술한잔 하고픈거야? 아니면... 오랜만에 내 몸이 그리워선가...? -
충균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찻잔에 커피를 따랐다. 거의 2년만에 보는 지희였다.
회사를 나온 후 그동안 생각했던 모든 것을 다해 이루어낸 것이 바로 아웃사이더
였다. 그 기간동안 그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녀를 사랑한 만큼
그녀를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 풋... 장난 치지말고... 내가 왜 왔는지 이미 다 알고 있잖아... 능청은... -
- 당연히 맨입으론 안돼!!!! 잘 알면서? 일단 술이나 한잔해! 일도 일이지만 사랑
하는 사람이 왔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
지희는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생각한 것 보다 크게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 그래 천하의 이충균을 만나는데 술이 빠질 수 없지... 그런데 사무실은 어떻게
하고? -
- 우리가 뭐 주기적으로 기사 내는 줄 알아? 내맘이야 내맘... 내가 이 맛에 일
한다네요. 부럽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불판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꼼장어와 함께 충균과 지희는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부천역 남부역 광장으로 나와 5분정도 걸어가면 찾아
갈 수 있는 꼼장어집 -남해할매- 예전에 친구의 소개로 들렀다가 그 맛에 반해 이
둘이 단골로 삼았던 가게였다. 양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푸근한 인심에
맛있는 음식은 이 둘을 언제나 만족시켰다.
- 오랜만이네 정말... 이 가게... 부천에 가끔 들렸지만 너 회사 그만두고는 한번도
안 온 것 같아. -
적당히 큰 키에 튀지 않는 깔끔한 외모의 지희는 '왜 아직 결혼을 못했을까?' 할
정도로 매력있는 아가씨였다. 주위사람들은 자기 일에 충실하다 보니 혼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이유는 지금 그녀 앞에 앉아있는 특이한 남자 때문이
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이 둘이 사귀었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이 둘은 그 방면으로 철저했다. 좋아하지만 절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했다. 물론 5살 연상이
라는 나이 차이도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렵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 너... 너무한 것 아냐? 어떻게 그렇게 무 자르듯이 발을 끊을 수가 있는 거야...? -
술기운에 볼이 다소 붉어진 그녀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말투는
평소보다 조금 떨렸다. 충균은 그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 떨림은 생각보다 크게
그의 마음의 상처를 흔들었다.
- 새삼스럽게 왜 그래...? 지금 이 세상에서 이충균이란 사람을 가장 잘아는 사람
강지희이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난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
충균은 묵묵히 술을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평소에 그는 사람과 대화할때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은 진실을 말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 그래... 그래서 더 그래... 너 아직 나 사랑하잖아... 너 보면... 가끔 정말 무서
웠어... 아니 솔직히 지금도 무서워 평소엔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한번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냉정할 수 있는지... 그럴때 마다 꼭 다른 사람 같아... -
충균은 그녀의 빈 잔에 술을 따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어색한 분위
기를 풀어보려고 생각한 술자리였지만 오히려 더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기에
그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져만 갔다. 이별을 원했던 것이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다.
- 사랑이라... 그럼 내가 물을께... 나 아직도 사랑하니? -
둘은 한동안 아무말 없이 술잔만 기울였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야... 난 여자의 사랑한다는 말 믿지
않아... 내가 지희 너하고 함께 지냈던 건 네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내가 물을때마다 넌 모른다고 대답했지... 그것이 진심 아니었어?
보통 남자가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사랑한다고 말해...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어... 너도 나도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없었잖아? 서로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바랬기 때문에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거라는 것... 휴... 내가 왜 또
이런 말을 미안해... -
- 미안해... 충균아... 아직도 나 잘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
- 그말 하러 온거야? 일 때문에 온거라고 하더니... -
생각보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충균은 분위기를 바꾸기위해 다시 가벼운 농을
던졌다. 하지만 지희는 오랜만에 느끼는 충균의 다정함에 조금씩 마음이 엷어
졌다. 처음 그가 입사했을때도 모든 것에 자신만만하고 안하무인에 시건방진
모습 속에 보여지는 다정함에 이끌렸었다. 그녀가 '무적의 상냥 다정함!' 이라
부른 그의 모습! 한번 휩싸여 버리면 빠져 나오기 힘든 그의 모습을 그녀는 좋아
했다. 자기 일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 특히 소외받는
사람들의 부탁일수록 더욱 뿌리치치않고 자기일처럼 묵묵히 해내는 그 모습이
세상에 지치고,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쳤었던 그녀에겐 한병의 청량제와 같았다.
추억이란 무섭다. 예전과 전혀 변함없는 충균의 모습과 함께 그녀는 추억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 지금은... 싫어... 오늘... 지금은 예전처럼 대해 주면 안되겠니? 그냥 오늘만은... -
- 바보... 너... 후회할거야... 매번 그랬듯이... -
- 또각... 또각... 또각... -
길고 긴 복도... 문도... 창문도... 액자도... 없는 이상한 복도를 지희는 계속 걷고
있었다.
- 충균아...? 충균아 어디있어...? 나 무서워... !!! -
복도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저 앞에 보이는 불빛만 빼고는... 불빛에 가까이 가려
계속 걸었지만 불빛은 조금도 가까워 지지가 않았다.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 한번 날아봐! 몸을 띄워봐 어서! -
지희는 목소리에 이끌려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띄워봤다. 그러자 몸이 붕하는 느낌
이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불빛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지만
이상하게도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와 같은 속도감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점점
불빛에 가까워 졌다. 불빛 반대편으로 사람의 형체가 조금씩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 지현아!!! -
순간 갑자기 몸이 불빛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시 그 불빛에서 멀어져
갔다.
- 지현아.....!!! 지현아.....!!! -
- 지희야... 지희야... 괜찮니...? -
- 응... 꿈인 거구나... 꿈... -
지희는 가만히 충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도 아무말없이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다.
- 지현이도... 의식불명인가 보구나...-
지희는 크게 놀라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 어떻게... 그걸 알았어? 응? 어떻게... 내가 말하지 않았잖아? 어떻게 알았어? -
충균은 의아함과 불안함에 몸을 떠는 지희를 조금 강하게 끌어 안았다. 그녀의 심장
박동 하나하나가 그녀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느끼게 했다.
- 나도 봤어... 꿈 속에서 지현이를... 내 꿈이자 네 꿈인 그 꿈속에서 말이야... -
- 그게.. 그게.. 무슨말이야? -
다소 의아해 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다독거렸다.
- 아냐... 아무것도... 너무 피곤해 보인다. 조금 더 눈좀 붙여... -
충균은 지희의 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지희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꿈 속에서 본 동생 지현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만큼 더 그의 품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산하 특이질병연구센터( K.U.D.I. - Koean Uncertainty Disease
Institute Center ) 국내 및 전세계에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신종 질병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백신 및 치료제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대부분 치료법과 예방법이 없는 질병을
다루는 곳 이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의 연구원들은 벌써 몇 달째 밤을 새며 이번 의식불명현상에 대해 연구중이
었으나 아직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없이 시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발병장소, 발병시기, 발병원인... 등 그 어떤 변수에서도 연관성이
없으니 이들로써도 답답할 지경이었다.
- 도대체... 뭐야 이거? 이것 정말 병 맞아? 아무 이상이 없잖아... 제기랄 정말 돌아
버리겠네... 야 임마 담배하나만 내놔... -
신경정신과 과장 박용은 뇌파기록(electroencephalogram) 은 물론 B.S (Brain
scan)을 통해서도 정상인들과 다름없는 상태를 보여주는 결과치를 바라보며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필터 마냥 씹어대기만 했다.
- 뭐가 있어야 알아내지... 이게 벌써 몇 달째야? 증상이라곤 깨어있지 않다는 것
뿐이자나 자는 것도 아니고... 이봐 뭐 좀 찾아낸 것 없어? -
3달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번 현상은 이들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처음엔 일종의
수면장애로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깨어나지 않고 게다가 뇌파상태가 마치 활동하고
있는 사람의 뇌파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나서 정부는 긴급하게 K.U.D.I. 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깨어있는 상태도 자고 있는 상태도
아닌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난감할 따름이었다.
-------------------------------------------------------------------
느낌이 어떤지 리플 부탁... ^^
첫댓글 보편적인 위기속에 놓인 개인들의 이야기. 저는 좋아해요~
마물퇴치재단,,,퇴마록,,,,세계정화재단?,,,,그리고오...월야환담채월야 같은 소설로 만들어 보심이...
담에 천천히 읽어볼께....